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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Exclusive] 임오경 감독이 들려주는 런던올림픽 핸드볼 뒷이야기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남 녀 동반 메달을 목표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핸드볼대표팀. 아쉽게도 남자대표팀은 예선탈락, 여자대표팀은 4위에 머물며 목표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메달이 없다고 그들의 노력까지 폄하되어선 안된다. 특히 여자대표팀은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지만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해 상대팀과 접전을 벌이며 감동을 남겼다. 이제 그 감동은 국내에서 이어진다. 8월말부터 핸드볼 코리아리그 후반기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에서 핸드볼 해설을 담당했던 임오경 감독도 소속팀인 서울시청에 복귀해 후반기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피곤할 법도 했지만 임오경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울시청을 더 강하게 하기위해 담금질 하고 있는 임오경 감독. 그에게 런던올림픽 뒷 이야기,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의 목표 등을 들어보기 위해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을 찾았다.

 

 

임오경 감독 ⓒ김성수

 

 

투혼은 코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이 보여준 투혼은 놀라웠다. 부상 선수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중 하나인 러시아를 꺾었고, 스페인과의 3-4위전에선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투혼은 코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임오경 감독 역시 대회 내내 안좋은 몸을 이끌고 해설에 임했기 때문이다. “런던으로 떠나기 이틀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었죠. 그래서 후유증을 안고 런던으로 갔어요. 거기에다 시차 적응도 해야 했고, 경기도 바로 시작해서 쉴 틈이 없었어요. 3~4일 정도 지나니 머리도 아프고 몸살도 오더군요. 대회 기간 내내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어요. 러시아와의 8강전 때는 홍정호 해설위원과 함께 억지로 햄버거를 먹고 약을 먹으며 해설을 준비했어요. 만약 패배한다면 바로 귀국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러시아를 이기니 너무 기분이 좋아 아픈 것도 잊게 되더군요. 경기 후엔 최태원 회장님을 끌어안기도 했어요” 임오경 감독의 이러한 투혼 덕에 우리는 안방에서 핸드볼이 전한 생생한 감동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부상선수들. 조금만 더 뛰자고 독려했다.

 런던올림픽 핸드볼 여자대표팀은 많은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렸다. 에이스인 김온아는 첫 경기인 스페인전에 부상을 당했고, 이후 심해인, 유라, 김차연 등의 크고 작은 부상으로 대표팀은 풀 전력을 가동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도 최선을 다한 대표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4년간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기에 꼭 메달을 따서 보상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참을 수 있으면 뛰라고 했죠. 김차연 선수는 대회 내내 허리가 안좋았는데, 진통제 맞고 뛸 수 있으면 뛰라고 했죠. 하지만 3-4위전에서 패하면서 메달 획득이 무산됐죠. 선수들이 코트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좀 억울하더군요. 선배 입장에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네요.”

 

 

런던올림픽파크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느낀 점    

 여자대표팀의 4강전과 3-4위전이 열렸던 런던올림픽파크 바스켓볼 아레나. 이 경기장은 올림픽파크내 경기장 중 세 번째로 큰 경기장이었고, 노르웨이와의 4강전이 열렸을 당시엔 만원 관중이 들어차며,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이런 요인들이 선수들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왔고 경기 후 강재원 감독 역시 “이렇게 관중들이 가득 메운 큰 경기장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는 것이 패한 원인이다” 라며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뛰어본 경험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이에 대한 임오경 감독의 생각을 물어봤다 “바스켓볼 아레나에 도착했을 땐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예전처럼 뛰고 싶어서 몰래 코트를 밟아보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 앞이었으니 선수들은 많이 긴장했겠죠. 그래서 앞으로는 선수들을 지도할 때 즐길 줄 아는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대담하게 키워서 그 많은 관중들 앞에서도 떨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또 이러한 분위기가 국내에서도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핸드볼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많은 관중들이 찾아 주었으면 하고요.”

 

 

영화 속 임오경? 실제론 내가 더 강해  

 화제를 돌려 다른 질문을 던져봤다. 지난 2008년 개봉되었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에서 배우 김정은은 임오경 감독을 모델로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 대표팀 감독대행으로 나오는 김정은은 매우 엄격한 지도로 선수단을 이끄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다면 실제 임오경 감독의 지도방식과 영화 속에 나오는 임오경 감독의 지도방식이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영화 보단 실제로 제가 더 엄격하죠(웃음) 코트에선 절대로 양보란 없습니다. 훈련 중엔 선수들을 늘 엄격하게 대합니다. 제가 핸드볼을 잘 알고 있으니 선수들도 저의 지도방식엔 잘 따라주는 듯 해요. 선수들이 저를 잘 따르게끔 저도 항상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모두 잊어요. 제 성격도 쿨하거든요.”

 

 

핸드볼 코리아리그. 어려움이 많지만 좋은 성적 내겠다.   

 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재개되어 후반기 일정을 치르게 된다. 후반기를 준비하는 임오경 감독에게 코리아리그에서의 목표를 물어봤다. “전반기에서 1위를 차지했으니 후반기에서도 1위를 차지해야죠. 하지만 상황이 좋진 않아요. 이번 올림픽에도 2명이나 차출됐었고, 저 역시 주니어 대표팀 감독과 올림픽 해설 탓에 팀을 비운 기간이 길었죠. 그리고 2,3위 팀과 승점차가 겨우 1점이라 언제든 뒤집어 질 수 있죠. 하지만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줘서 꼭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합니다. 우리 선수들 이번에 놀러도 못가고 훈련에만 매진했거든요. 그 노력들이 꼭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조금 부담감도 있지만 핸드볼의 붐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서 핸드볼이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핸드볼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임오경 감독이 메시지를 남겼다.

핸드볼을 사랑하는 팬 여러분들의 격려와 비판 모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팬 여러분들 경기장에 많이 찾아주셔서 다 같이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임오경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에 눈을 떼지 않았고, 때론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적했다. 이러한 그의 열정이 대한민국 핸드볼을 지탱하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임오경 감독의 핸드볼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인터뷰였다. 임오경 감독의 열정만큼 대한민국 핸드볼 역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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