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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여전히 부모에게 손 벌리는 아이 같은 프로 스포츠

 

 

글 / 강동균 (스포츠둥지 기자)

 


          보통의 남자들은 군 제대 이후에는 자립심을 키워보겠다며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생활을 해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필자 역시 그들처럼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생활하는 편이다. 반면, 필자보다 나이가 더 많은 프로야구는 여전히 용돈을 타 쓰고 있다. 바로 모기업이 주는 ‘광고비’ 명목의 지원금이다. 물론 프로야구 역시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그에 맞추어 각 구단들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2010년을 기점으로는 프로야구 구단의 절반 이상이 흑자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고비 명목의 지원금을 뺀다면 사실상 적자 경영이었다.

 

 

©연합뉴스

 

 

눈에 보이지 않는 모기업의 홍보효과 및 경제적 가치는 지원금보다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스폰서들이 광고비로 지출하는 금액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넥센히어로즈의 경우 넥센타이어가 네이밍 스폰서로 지급한 돈이 연간 약 40억원이다. 반면 타 구단의 모기업들이 지원해주는 지원금은 대체로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 가량이다. 한마디로 2배는 돈을 더 쓴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모기업은 야구단 지원금을 통해 프로야구가 발전하고 많은 관중들이 좋은 문화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며 지원금 역시 사회 공헌의 일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자신들이 소유한 야구단이 이기면 마치 우리 기업이 승리한 것 마냥 좋아하고, 자신들의 소유물로 야구단을 대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회 공헌을 핑계로 각 구단이 자립심을 키우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마치 과잉 보호를 하는 부모님처럼 말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이 구단이 직접 경기장에서 벌어오는 수입이다. 팬들의 주머니에서 수익이 나오는 것이다. 모기업의 지원금 보다 팬들로부터 수익이 들어온다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야구단의 운명을 쥐고 있는 힘이 모기업에서 팬들로 옮겨갈 수 있다. 프로야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야구를 통한 즐거움을 팔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팬들로부터 받아 성장해야 한다.

 

 

야구를 통한 즐거움을 파는데 노력한다면 많은 관중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강동균

 

 

모기업에 의존하는 스포츠는 프로야구만이 아니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기에 그 정도가 덜한 것뿐이지만,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모기업과 다름 없는 STX가 경기침체로 인해 지원금을 연 40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연 20억원으로 줄이며 도민구단인 경남 FC에 태풍이 몰아쳤다. 당장 다음달 선수들 월급을 주기도 힘들어질 정도로 축구단의 경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남도청은 전 직원과 코칭스태프에게 사직을 요구했다. 그리고 임원을 5명에서 1명으로, 선수단을 42명에서 35명으로 줄이고 10월에는 2군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도민구단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프로축구단 역시 모기업의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혹은 끊어진다면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폭풍이 몰아친 경남FC ©경남FC 공식 홈페이지

 

 

모기업 의존의 또 다른 문제점은 프로농구에서도 볼 수 있다. 남자프로농구 전자랜드 엘리펀츠 역시 매각의 위기에 처했다. 전자랜드 역시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한 위기였다. 물론 KBL에서 20억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해 급한 불은 껐지만 구단 운영에 필요한 나머지 30~40억원 가량은 모기업 지원 없이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모기업의 지원금을 받고 구단을 운영하다 보니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얼마나 더 버틸지는 모를 일이다.


계란 한 판의 나이를 먹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시절의 그 모습이 아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속에 너무 편한 생활을 했었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전쟁 같은 사회 속으로 뛰어드는 많은 사람들처럼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스스로 벌어서 살아 갈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프로야구 비즈니스 생태계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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