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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올림픽 방송, 그 불편한 현실

 

 

 

글 / 주지희 (스포츠둥지 기자)

 

 

      올림픽 중계로 잠 못 이루는 밤, 올림픽 중계를 보기 위해 잠을 줄이기로 했다는 사람, 휴가라서 편히 볼 수 있다며 안심하는 사람, 중계를 보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은 각양각색이다. 박태환 200m예선 시청률 22.7%, MBC의 광고 판매 가격이 120억에 달하는 특수를 노리고 있는 지금, 각 방송사는 시청자를 유혹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각 방송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부족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잠시 후 OOO 경기가 방송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겠다는 열망으로 새벽잠을 참고 TV와 마주한 시청자들, ‘잠시 후’라는 단어에 이제는 화가 날 지경이란다. 중계방송에 등장하는 ‘잠시 후’는 약 1시간의 기다림이며 비로소 ‘이어서’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 약 십오 분의 기다림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시’라는 단어는 짧은 시간을 뜻하는 것으로 ‘잠시 후’라는 자막을 본 시청자들은 다른 채널로 쉽게 시선을 돌릴 수 없다. 일종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박태환이 출전한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의 경우 3시간 전부터 잠시 후라는 자막으로 시청자를 사로 잡았고 이 경기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경기가 이루어지기로 한 새벽 3시에서 50분이 지난 3시 50분이 되어서야 경기를 볼 수 있었다. TV앞에서 ‘잠시 후’라는 자막을 믿고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약 4시간을 기다린 셈, 시청자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잠까지 줄여가며 경기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시청률만 생각하는 행태는 시청자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

 

 

시사, 예능, 드라마는 잠시 접어두셔도 좋습니다?
방송의 편성을 뒤흔드는 올림픽 중심의 편성, 최근 시사, 예능, 드라마의 편성이 축소 및 변경되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이자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올림픽, 그 현장을 전하기 위한 각 방송사는 올림픽 중심의 편성을 강행하고 있다.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는 방송사의 편성 변경이 불가피함을 인정하지만 전체 방송편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1. SBS, MBC 방송 편성

 

 

올림픽 관련 방송이 주가 되면서 정규 방송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말 SBS 예능을 책임지고 있는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 최근 대세 드라마로 통하는 ‘신사의 품격’ 등 주말 편성의 변동에 이어 월요일 MBC 간판 예능 ‘놀러와’, KBS 화요일 예능 ‘승승장구’가 취소되는 등 주중 편성까지 변동이 이어지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신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의 시청권과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는 편성 형태에 대한 시청자들의 목소리이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행동은 앞으로의 올림픽 프로그램 편성의 변화가 필요함을 방증한다.

 

 

MC, 기자 자질 논란부터 장례식의상까지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MBC 런던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맞은 ‘위대한 탄생’ 준우승자 배수정씨의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한국어가 어색한 그녀는 영국인 발언 이외에도 어색한 발음과 매끄럽지 않은 진행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MC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에게 올림픽 개막식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맡긴 방송사는 연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7월 24일 런던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렸던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실격의 해프닝을 겪었던 박태환을 인터뷰 하려던 기자의 자질 또한 문제가 되었다. 모든 기자는 보도의 가치와 보도의 윤리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본인 레이스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페이스는 좋았던 것 같은데..” 등 다소 난처한 질문을 던진 기자의 태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들이 선수와 공감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는 그 순간을 배려하지 않은 기자는 아무리 유일하게 선수에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믹스트존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행동과 태도는 지적 받아 마땅하다.

 

 

 

 

“올림픽 보다가 울겠습니다. 누가 죽었나요?” 어느 트위터리안의 글이다. 올림픽 기간은 온 국민의 관심이 올림픽에 주목되기에 올림픽을 중계하는 방송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화면뿐만 아니라 자막, 음향, 아나운서, 캐스터, 해설자 등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이슈가 되는 지금 MBC 양승은 아나운서의 의상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녀의 의상은 영화에 등장하는 장례식 의상을 떠올린다는 의견이 다수로 활기를 띄어야 할 올림픽 방송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리한 컨셉을 잡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편성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올림픽 방송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림픽 방송을 시청률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올림픽 중계를 맡고 있는 각 방송사는 시청률을 위한 방송이 아닌 시청자를 위한 방송의 태도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밤을 지새우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잠시 후’라는 단어로 채널을 잡아두어서는 안될 것이며 자질 없는 MC, 해설자 등으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할 것이다. 시청자의 비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금, 방송은 여러 지적들에 대한 해명으로 멈출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반성과 수정으로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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