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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런던올림픽특집 : [조정] 지금부터 진짜 무한도전

 

 

 

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2012년 7월, 드디어 조정 국가대표팀이 꿈의 무대 런던에 입성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조정 국가대표선수는 남자 싱글스컬 김동용(대구대학교 4학년), 여자 싱글스컬 김예지(서울체고 3학년),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김명신(화천군청 29세), 김솔지(포항시청 24세) 이렇게 4명이다. 이들은 지난 4월, 충주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조정 아시아 예선대회에 참가해 런던 행 티켓을 거머쥔 주인공들이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지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기대감에 차 있었다.

 

태릉선수촌 밥 한 번 못 먹어봤던 조정대표팀
조정 국가대표팀에게는 사연이 참 많다. 사람들은 국가대표라면 누구나 태릉선수촌에서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북 진천군에 소재하고 있는 진천선수촌이 완공되기 전까지 조정 국가대표 선수단은 한 번도 태릉선수촌에 입촌하여 훈련한 적이 없었다. 물이 꼭 있어야 하는 훈련의 특성상 선수촌에서 훈련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매번 촌외훈련(선수촌이 아닌 타 지역에서 국가대표 합숙훈련)을 실시했었다. 경기도 하남 미사리 경기장, 강원도 화천 조정경기장, 충북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2013 세계선수권 대회 개최 예정지)등 전국을 누비며 전지훈련을 했던 조정 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생활과는 다른 생활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조정대표선수들은 다른 종목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밥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먹어본 적이 없다며 궁금해 하기도 했다. 항상 여관이나 호텔을 숙소로 사용하고 경기장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했었기 때문에 매일 선수촌 내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에 비해서 국가대표가 된 것에 실감을 덜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 드디어 선수들은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생활을 하며 일반 투숙객이 머무는 숙소와 일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생활을 청산했다. 선수촌에서 영양가 높은 양질의 식사를 하며 1인 1실의 숙소에서 보다 더 안락한 휴식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타 종목 선수들과 매일 마주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심심찮게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진천선수촌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대표팀의 모습 ⓒ이아영

 

미친 체력의 종결자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조정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인간 이상의 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초인적인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해내는 역도는 순발력과 파워가 좋아야하고,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는 오랜 시간동안 지치지 않는 심장과 끈질긴 집중력을 요한다.  그런데 조정은 역도선수가 가지고 있는 순발력과 파워도 필요하고, 마라톤 선수가 가지고 있는 근지구력과 끈질긴 집중력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에 보통 힘든 운동이 아니다. 견딜 만 할 정도로 힘든 것이 아니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전력질주를 멈추지 않고 해야 하기 때문에 도착해서 쓰러지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요즘 같은 여름 날씨에는 선수들이 죽음의 훈련을 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에 한 번, 물에 반사되는 태양에 한 번 온 몸이 구워진다. 그래서 모자와 고글로 얼굴을 숨겨도 강한 자외선은 오랜 시간 태양에 노출된 선수들을 녹여버린다. 한여름 훈련에 긴 팔, 긴 타이즈를 입는데 이는 바로 살갗이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얼마나 더울까! 선수들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른 새벽부터 배를 타거나 늦은 오후에 배를 탄다. 대표팀 선수들은 새벽 훈련을 위해 5시가 되면 기상을 하는데 보통의 종목들은 기상을 하고 선수촌 내 체육관이나 운동장까지 나가는데 5분도 안 걸리는 반면 조정 대표팀은 전용 버스를 타고 충주에 위치한 탄금호 경기장까지 1시간을 달린다.

 

 

매일 왕복 2시간 거리를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조정 국가대표팀 ⓒ이아영

 

 

그렇게 이른 새벽부터 기상하여 훈련장으로 와서 체조를 하고 배를 타기까지 2시간이나 소요된다. 7시가 되어서야 훈련에 돌입하는 선수들은 약 2시간 30분 동안 훈련을 한다. 이들은 정말 보통이 아닌 것 같다. 훈련 스케줄이나 이동 스케줄이나 어느 것 하나 정말 보통이 없다. 선수들의 미니홈피나 SNS에는 이러한 죽음의 훈련을 피해가기 위해 다음날 비가 많이 오게 해달라는 글이 남겨져 있을 정도니 말이다. 기나긴 새벽훈련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마친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는 대표 선수들의 모습 ⓒ이아영

 

 

그렇게 아침을 먹기에 많이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인근 식당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보통 사람들도 일어난 지 5시간이나 지나면 자연스레 배가 고프기 마련인데 고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오죽할까! 선수들은 뱃속에서 노를 젓느라 뱃속 사정은 뒷전이다. 정말 미친 체력의 종결자들이다. 나의 꼬르륵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말이다.

 

어이! 어디가? 나? 조정가!
2011년 여름을 뜨겁게 만들었던 무한도전 조정특집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 선수들이 레이스 직후 탈진하는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조정이라는 종목을 대한민국에 널리 알려준 무한도전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조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경기용어나 룰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이것이 바로 매스컴의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주로 프로스포츠 위주의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축구, 야구, 농구, 골프와 같은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TV에서 구경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언제부터인가 스포츠 속에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대중매체의 불평등 현상이 시작되었다. 소위 말해 돈이 되는 스포츠 종목이 TV 편성표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타 매력 있는 스포츠라 하더라도 전파를 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핸드볼, 레슬링, 봅슬레이 등 비인기 종목의 대중화를 위해 끝없이 도전하는 무한도전 덕분에 조정도 어느덧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듯하다. 조정을 위한 노래까지 탄생될 정도니 말이다.

 

 

 

 

무한도전 조정특집 ⓒ이아영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선수들의 피부에까지 와 닿을 만큼 조정이 인기 종목은 아닌 듯 보인다. 우리 국민들은 4년에 한 번씩 TV앞에 두 손 모아 선수들을 위해 기도한다. 희한하게도 대한민국의 냄비근성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집중적으로 응원 열기가 대단하고 끝나면 무섭게 사라진다. 이 또한 매스컴의 반짝 취재 때문은 아닐까? 매스컴의 꾸준한 관심은 곧 국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될 테니 말이다.

 

무한도전은 단 몇 편의 특집 방영만으로도 조정이라는 스포츠를 대 국민에게 강력하게 알렸다. 김태호 PD와 같은 천재 프로듀서 덕분에 그나마 몇몇 스포츠들은 숨을 쉬었는데 여전히 우리 스포츠는 더 많은 산소통이 필요하다. 예능프로에만 목숨을 걸고 방영을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스포츠 소식을 전하고 ‘불멸의 국가대표’와 같은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해야 국민들의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알권리도 많이 존중해주는 것이다.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바라는 것이라고는 한 가지 밖에 없다. 꾸준한 관심과 사랑뿐이다. 무한도전 조정특집이 방영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좀 더 늘기는 하였으나 이 정도 가지고는 안 된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2013년 충주에서 조정 세계선수권이 열리게 된다. 선진 국가에서도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세계선수권(올림픽 다음으로 최고 규모의 국제시합)을 우리나라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대박기회이다. 부디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이 기죽지 않도록 직접 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기를 기원한다.

 

 

“솔지야, 너는 정말 못타는데 열심히 타는 거 보면 신기해”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선수가 하나 있다. 바로 포항시청 소속 김솔지(25)선수이다. 김솔지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 경량급 더블스컬로 팀의 맏언니인 김명신(29) 선수와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대표팀 4년차 김솔지 선수는 아직도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한 직후까지도 그다지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김솔지 선수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2008년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솔지 선수는 뛰어난 경기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한 후 첫 시합에 출전하여 7명 중 6등을 하는 정도의 실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주지 않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2012년 4월, 나는 대학 졸업한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김솔지 선수를 스포츠 뉴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시아 예선전에서 2위로 통과하며 올림픽 행 티켓을 따냈다는 소식으로 말이다. 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대학생활 동안 운동을 어떻게 했기에 경기력이 저렇게 좋아졌을까?’라는 생각에 한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꼴찌에서 두 번째로 들어오던 아이가 어떻게 국가대표가 되었으며, 어떻게 올림픽에 선발이 되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힘이 남달랐던 그녀는 친척들과 하는 팔씨름에서 모조리 이겼다. 그런 그녀를 보고 용인대학교 유도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딸에게 계속 유도를 시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했지만 어린 솔지가 유도를 시작하게 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친구로 인해 조정을 알게 되었고 미사리에서 배 타고 왔다 갔다 잘 타기만 하면 한국체육대학교에도 갈 수 있다고 말하며 솔지를 설득했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체육대학교 인근에서 자라온 탓에 항상 ‘한국체육대학교’ 하면 뭔가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중학교 3학년 시절, 한국체대 진학을 목적으로 조정을 하기로 마음을 조정했다. 중, 고등부 시절 내내 은메달만 따는 만년 2등 선수였던 김솔지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거나 1등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 후 첫 시합에서 7명 중 6등을 하자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국체대에 진학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충고를 들었다. 마치 예상이 적중되기라도 한 것 마냥 말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자신의 로망이었던 학교에 진학 한 그녀는 너무 행복했었다.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기고 대한민국 최고의 체육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 마냥 기쁘기만 한데 자신이 못하는 탓을 학교의 탓으로 돌리니 오기가 생기게 되었고, 악착같이 열심히 노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솔지 선수는 새벽운동 시간에 에르고미터(실내에서 조정훈련을 할 수 있는 웨이트머신)를 타는데 사실 진짜 못타는데 정말 열심히 했다. 생리통이 있는 당일만 쉬고 한 번도 안 쉬었다. 오빠들이 심지어 “솔지야, 너는 정말 못타는데 열심히 타는 거 보면 신기해”라는 우스갯소리도 그저 기분이 좋았다.

 

 

솔지를 떨리게 했던 사람 두 남자
 대학교 1학년 시절 어느 날 운동이 끝난 후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강동균 조교선생님께서 선수들이 다 듣는 앞에서 갑자기 “솔지는 언젠가 자기가 노력한 만큼 꼭 돌려받을 거야.” 라고 말했다. 그 순간 솔지는 마음속으로 많이 놀랐다. 선수들도 많고 자신은 경기력이 낮은 선수였기에 관심도 없을 줄로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나를 지켜보고 계셨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 후로부터 열정이 더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김솔지 선수는 서울체육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지금까지 2000일 넘게 사겨온 남자친구가 있다. 현재 서울시청 소속 조정선수인 이선수 선수이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람들 몰래 사귀느라 힘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대학에 막상 와보니 연애하는데 있어 터치하는 사람이 없었고 편안하게 공개연애를 할 수 있었다. 한 살 터울의 선수오빠랑 함께 운동 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학교생활 하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대학생활이 즐거웠다. 그야말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며 조정을 즐기며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선생님의 기분 좋은 칭찬으로 가슴 설레고, 든든한 남자친구와의 일상으로 떨리는 삶이었다. 그런 모든 것들이 그녀가 최선을 다해 조정을 사랑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내주었던 것이었다.

 

 

항상 보고 싶은 남자친구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을 새겨 만든 컬러점토 하트 ⓒ이아영

 

 

누가 보던 안 보던 스스로 최선을 다했던 그녀는 첫 시합에서는 6등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합에서는 5등을 했고, 그 다음번 시합은 4등을 했다.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을 느끼는 재미에 솔지 선수는 조정이 힘들지만 너무 좋아지기 시작했다. 매 시합마다 강동균 조교선생님은 솔지에게 다정하게 다가와서 “솔지야~ 이번에는 몇 등 할 거야?”라고 묻곤 하셨다. 그렇게 선생님의 질문에 매번 5등 할래요. 4등 할래요. 라고 줄곧 대답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내뱉는 대로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1학년 시절 내내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전국체전이 열린 10월에는 송파구청 소속 선수와 호흡을 맞추어 더블스컬에서 4등을 기록했다. 1년을 뒤돌아보니 그녀의 실력은 어느덧 메달권에 가까워져 있었다.

 

 

어차피 나가봤자 꼴찌였던 대표 선발전에서 그만…….
 2학년이 되자 조정 지도교수인 변원태 교수님께서는 그녀에게 해마다 열리는 국가대표선발전에 참가하기를 권유하셨다. 김솔지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는 것은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많이 얼떨떨했고 어차피 나가봤자 꼴찌일거라고 생각했다. 교수님이 출전하라고 하시니까 그냥 마음을 비우고 시합에 출전하기로 했다. 당시 싱글스컬 경량급 부문에 출전을 하게 되었는데 대표팀 3명이 선발될 계획이었다. 당시 기존 대표팀이었던 3명의 선수가 출전 예정이었던지라 들러리만 될 게 뻔 한 대회였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해오던 김명신, 지유진, 고영은 선수가 같은 경기에 참가하였는데 고영은 선수가 체중 때문에 중량급으로 출전하게 되었다. 그래서 몇 몇 선수들은 남은 한 자리에 기대를 걸었지만 솔지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늘 그랬듯이 자신의 레이스에 집중을 할 뿐이었다. 시간이 다다랐고 드디어 출발선에 섰다.

 

 

‘두근두근’
심박 수가 점점 올라갔다.
항상 그렇듯 이 곳에만 오면 떨리는 가슴은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스타트 소리가 울리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기존 기록상 지유진 선수가 1등, 김명신 선수가 2등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기였다. 그런데 스타트를 하고 나니 김명신선수가 그녀의 시야 앞에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노를 저을수록 그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며 김솔지 선수가 결국 2등으로 골인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김솔지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 된 것이다. 항상 ‘1등해야지’ 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던 그녀였다. ‘선수생활 그냥 중간으로 길게 가자’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그런 생각이 그냥 좋았다. 욕심도 없었고 1등 보다 2등이 더 좋았던, 늘 2등만 하던 선수였는데 자기도 모르게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발탁이 되어 버렸다.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여겨왔던 김명신 선수가 그 날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게 분명했다는 그녀의 말에서 여전히 겸손의 기운이 느껴졌다.

 

"명신언니는 또 다른 저의 몸이에요."
김명신 & 김솔지 선수는 어쩌다 파트너가 되었을까? 런던 올림픽 더블스컬 파트너를 선발하기 위해 국가대표 코치진은 김솔지, 김명신, 지유진, 박연희 이렇게 4명의 선수를 서로  돌아가며 2인 1조로 호흡을 맞추게 하여 가장 기록이 우수한 구성팀을 선정해 아시아 예선전 출전팀을 선발키로 했다. 앞에 타는 선수(스트록)가 레이스를 주도하고 뒤에 타는 선수(바우)가 스트록을 잡아주며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하는 더블스컬 시합은 두 사람이 마치 복제인간인 것처럼 동작이 일치해야 한다. 스트록 포지션을 하는 지유진, 김명신과 바우 포지션을 하는 박연희 김명신 중 누구하나 모자랄 것이 없었던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었는데 그 중 특히 지유진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무서운 에이스였다. 호주 전지훈련과 국내 자체평가전을 거듭한 후 김명신 & 김솔지 선수가 최종 선발이 되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지옥훈련을 하는 김명신 & 김솔지 ⓒ이아영 

 

 

김솔지는 지유진, 박연희, 김명신 선수와 모두 배를 타 보았는데 사실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해오며 높은 경기력을 가진 지유진 선수와 김명신 선수가 자신 보다 나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올림픽에 너무 나가고 싶었고 이 기회가 자기 인생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엄청나게! 과하게! 심하게! 강렬하게 했다고 당시 기분을 토해내며 눈빛을 초롱거렸다. 너무나 간절했던 것이었다. 김명신 선수는 뒤에 타면서 늘 자신이 체중을 더 빼주는 역할을 하는 바우 10년차 베테랑 선수다. 그녀는 훈련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얼려온 보리차 물통을 김솔지 선수에게 먼저 던져주었다. 파트너는 곧 내 몸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4살이나 더 어린 김솔지 선수는 스트록 역할로써 앞에서 레이스를 리드를 해야만 한다. 한국 정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지만 언니에게 요구를 해대는 어린 동생을 다 받아주는 김명신 선수는 진정 프로다.

 

 

“언니 저도 진짜 힘든데요, 둘 다 힘내서 가 봐요!”
“응! 알았어! 좀 더 해볼게!”
“언니! 10개만 더 차봐요! 동용이한테 잡히지마요!”
“알았어! 가자!!!”

 

명신 선수는 동생 솔지에게 “아까 네가 해보라는 대로 해봤는데 이번엔 어땠어? 괜찮았어?”라고 물어온다. 두 사람은 이렇게 훈련 중에도 훈련 후에도 항상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김솔지 선수는 우리 팀은 파이팅이 좋은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한다. 사실 앞에서는 자기 스타일대로 타면 되는데 뒤에 타는 사람은 힘든 레이스 과정에서 스트록이 요구하는 것을 다 받아주고 리듬도 잘 잡아주고 피치도 잘 잡아줘야 하는 어려운 포지션이다. 올림픽에 다가갈수록 두 사람은 팀웍이 더 잘 맞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올림픽이라서 그런지 언니는 동생을 더 잘 챙겨준다. 원래 파트너는 같이 자야 되고, 같은 곳을 봐야 할 정도로 마음이 서로 일치해야 하는 팀이다.

 

“명신언니는 제 어떤 요구도 다 받아줘요. 뒤에 타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할 수 있죠. 리듬을 맞춰 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뒤에 타보고 난 후에야 느꼈다니까요. 명신 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날 이렇게 잘 잡아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에요.”

 

 

모자부터 슬리퍼까지 틀린 구석이 하나 없는 완벽 콤비의 모습 ⓒ이아영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여 동메달을 획득했던 김명신 & 김솔지 콤비! 그들은 지금 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말하며 서로를 믿어주고 있다.

 

“바보같이 그 한마디에 온 정신이 무너지면서 눈물이…….”
 대한민국 조정 국가대표팀에는 세 명의 지도자가 있다. 그 중 여자선수들을 쥐락펴락하는 호랑이 코치 장현철이 있다. 남자 지도자든지 여자 지도자든지 간에 모든 지도자들의 영원한 숙제는 바로 여자 선수들을 컨트롤하는 일이다. 남자선수들 보다 감정적으로 훨씬 예민하기 때문에 말 한마디에 감정의 변화가 큰 선수들이 바로 여자선수들이다. 장현철 코치는 선수들에게 칭찬을 남발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솔직히 선수의 입장에서도 지도자의 칭찬이 잦으면 ‘아~저 분은 평소에 칭찬을 많이 하는 사람이구나.’라 여기고 정작 진짜 칭찬을 해도 선수들에게는 그다지 많이 와 닿지 않는다. 그렇지만 칭찬에 인색한 장현철 코치님이 칭찬을 해주면 선수들의 기분은 날아다닌다. 하루는 힘들게 훈련을 하고 있는데 배에 있는 무전기를 통해서 “솔지 잘한다.~~~~!”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온 몸에 힘이 쫘-악 들어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명신언니에게 “언니가자!!!!!! 할 수 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무전기를 통해 선수들의 자세를 지적해주는 장현철 코치님의 모습 ⓒ이아영

 

 

선수들은 코치님을 좋아하지만 가장 무서워하는 지도자로 손꼽았다. 얼마나 무서운지 다음 훈련 스케줄은 무엇인지, 이번 주에 외박은 주시는지 미리 물어보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장현철 코치님은 중요한 시합이 다가올수록 더 무서워진다. 운동을 하면서 필요하다면 험한 말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선수들은 자신들이 싫어서 말을 험하게 하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생님의 큰 목소리를 들으면 순간 몸이 경직이 되기도 했단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의 등장만으로도 긴장을 하게 되고 훈련에 정신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중요한 시즌이 다가오면 그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이 바로 선수들이다. 그래서 가끔은 감정적으로 많이 지쳐서 코치님이 순간 미울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후 선생님의 밝은 미소를 보거나, “잘했어”라는 한마디를 들으면 힘들었던 모든 감정이 한 방에 날아간다.


 

 

 

선수들을 밀땅 하는 남자 “장현철” ⓒ이아영

 

 

사실 올해 4월,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었던 아시아 지역 예선전을 준비할 때는 코치님이 최고로 무서웠었다고 했다. 심지어 코치님이 너무 무서워서 마주치는 것도 두려웠다. 훈련은 매일 힘들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는데 하루는 코치님이 솔지 선수의 눈을 바라보며 “힘들었어?”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녀는 바보같이 그 한마디에 온 정신이 무너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을 보고 코치님이 소리 없이 안아주셨는데 그 때 이후로 하루 종일 울었다. 선수들은 코치님이 칭찬하면 모두 하늘 위로 솟을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특정 어느 선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 아마 호랑이 코치님의 말 한마디에 영향이 엄~~~~~청 크긴 큰가 보다. 고백하건데 김솔지 선수는 장현철 코치님이 자신들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대표팀 장현철 코치님은 그 무서움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조정은 정말 힘든 운동이에요. 말이 2000미터지 실제로 타보면 정말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에요. 그래서 정신력이 정말 중요해요. 사실 저도 우리 선수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좋은 말만 해주고 싶고 칭찬도 많이 해주고 싶지만 저는 그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엄격하게 대할 수밖에 없죠. 가끔 미안하지만^^…….”

 

영국의 명문 사립고등학교 이튼 스쿨 내에 위치한 이튼도니 조정경기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올림픽을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관중의 규모나 올림픽이라는 세계최대의 올림픽 축제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가슴에 품었다. 더 높이 날아오르겠다는 다짐을 말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은 희박한 것이 확실하지만 대한민국 조정 국가대표팀은 이제 서서히 비상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도 선수들을 쉴 수 없다. 곧바로 해외 전지훈련과 시합, 또 시합 계속 훈련의 연속이다. 목표는 올림픽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3년 대한민국에서 열리게 되는 충주 조정 세계선수권 대회를 다음 타겟으로 삼고 뜨거운 태양을 온 몸으로 다 받아내는 그들은 진정한 챔피언이다.

 

대한민국 조정 국가대표 선수단 김동용, 김예지, 김명신, 김솔지 선수 화이팅!!!!!!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