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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신아람, 세계인이 인정한 런던 올림픽의 진정한 승자

 

 

 

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7월의 마지막 날 새벽 대한민국은 잠들지 못했다. 깜짝 신예 펜싱 신아람 선수의 눈부신 활약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잘 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아나운서들의 해설처럼 올림픽 기대주의 명단에는 없던 그녀가 무섭게 돌진하더니 16강 진출, 8강 진출에 이어 4강까지 진출해버렸다. 사실상 세계랭킹 10위권 밖인 선수라 상대 선수들도 당혹스러웠다.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고 유럽 스포츠 강국인 독일의 하이데만과 4강에서 만났다. 한 경기 한 경기 매끄러운 경기 진행과 영리한 플레이로 4강 까지 진출한 신아람 선수는 준결승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를 내내 리드하더니 결승까지 진출하나 싶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이데만을 만나도 당당하게 경기를 리드하는 무서운 신예ⓒ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3분씩 3라운드에 걸친 정규 시합 시간을 다 사용한 후 신아람은 컴퓨터 랜덤으로 정해지는 우세권을 갖고 유리한 입장에서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마지막 1분만 잘 버텨낸다면 점수를 획득하지 않아도 승리를 할 수 있었다. 50여초를 잘 견뎌낸 신아람 선수는 하이데만의 폭풍우처럼 쏟아내는 공격에 집중하며 이를 동시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관중들의 침묵 속에서 선수들의 경쾌한 발놀림은 감히 인간의 속도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양측의 득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고 결승으로 향하는 문까지 우리에게는 마지막 1초라는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동점을 잘 유지해내고 있었던 신아람 선수! 하지만 마지막 1초를 남겨두고 4번의 경기 재개가 이루어지는 짧은 찰나가 지나갈 동안 시계는 “0:01”을 남겨둔 채 멈춰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1초는 흘러가지 않았고 하이더만의 마지막 공격을 허용하며 그제야 시계는 “0:00”을 가리켰고, 심판은 신아람 선수의 패배로 경기를 끝내려 했다. 올림픽처럼 큰 규모의 국제경기의 심판 경험은 처음이었던 주심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결정을 내려버렸다. 펜싱에 대해 세계에서 최고로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판정하는 그 곳에서 대한민국은 오심을 피해가지 못하는 상황을 펜싱장에서 또 만났다.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1초는 지나가지 않았다. 해설위원들은 “참 우리 인생에서 1초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왜 이렇게 1초가 지나가지 않는지 여러 번 잘도 나눠서 사용하네요.”라고 말했다. 아예 타임스타트를 누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보니 공식 심판이 오류를 범할 수도 있지만 주심은 자신의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관중들은 야유했고, 대한민국은 뿔이 났다. 승리를 예감하는 독일인들만 환호했지만 이내 주변 관중들의 눈치를 보며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애가 탔고, 누구보다 속상한 건 신아람 선수였다. 오심의 순간 땀으로 탈진한 신아람의 얼굴이 마스크가 벗겨지면서 그러났다. 충격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속에서 울고 있던 신선수의 모습이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이기에 이 경기를 위해 4년을 준비해왔다고 말하지만 평생을 준비해 온 올림픽이다. 오직 펜싱 하나만 바라보고 흘려왔던 그 땀을 눈물로 바꾸는 억울한 순간이었다.

 

 

애가 타는 국민들의 마음이 런던까지 들리기라도 한 건지 국가대표 심재성 코치는 그 순간 달려 나가며 심판석으로 달려가 항의를 했다. 어떻게 4번씩이나 1초라는 시간이 흘러가지 않을 수 있냐고 또렷이 들리는 영어로 항의를 했다. 심코치는 펜싱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에서 유학생활까지 한 경험이 있던 지라 영어에 이어 불어까지 동원해가며 심판들에게 호소했고 시기적절한 항의 덕분에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계펜싱협회 심판진들은 뜨거운 토론을 주고받았다.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오는가 싶더니 이내 주심은 다시 독일 선수의 승리를 재판정하였고 신이 난 하이데만은 비명을 지르며 축 쳐진 신아람 선수에게 웃으며 다가가 억지로 악수를 전하며 경기장을 뛰쳐나갔다. 심판진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다며 강력하게 주장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매번 대한민국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불리한 입장을 겪는다.

 

유도에 조준호 선수의 판정 번복, 수영에 박태환 선수의 실격 오심 등 여전히 소수의 국제심판진들은 정의를 쓰레기통에다 내던져버렸다.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되어 있는 올림픽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당시 펜싱장 관중석에는 수천명의 관중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27세의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신아람 선수는 평생 펜싱만 달려온 선수였다. 이미 유소년 시절 세계를 제패한 경험이 있는 실력파 숨은 다크호스였던 신아람은 뜨거운 심장을 비양심적인 주심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던 탓이었는지 두통을 호소하며 머리를 쥐던 신아람 선수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고 세계 랭킹 1위 선수인 중국의 쑨 유지에 선수를 만나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그 순간까지 모든 장면을 지켜본 관중들은 그 누구보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신아람 선수를 보며 애틋해했다.

 

모든 불빛이 꺼지고 오직 두 명의 선수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아무 잘못도 없는 쑨 유지에 선수는 입장하면서부터 전 세계의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으며 올라왔다. 그 만큼 관중들도 그 상황에 몰입되어 있었다. 동메달 결정전이 치러지기까지 30분의 지연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내 아나운서의 “정해진 규칙 내에서 항의 절차를 밟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와 지도자의 의견에 존중심을 갖고 기다려주어야 할 문제다”라는 두 번의 양해 방송으로 인해 함께 두 손 모으고 경기를 기다려줬다. 신사의 품격이 무엇인지 아는 관중들의 매너는 날로 성숙해지고 있지만 스포츠계에 사라져야할 썩은 만행은 여전히 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총 11번의 득점을 얻어낸 신아람 선수는 독일인을 제외한 전 세계인 관중들로부터 11번의 생애 최고의 큰 환호성을 자아냈다. 억울했지만 마지막까지 경기에 출전해 최선을 다하는 신아람 선수를 보니 너무 감사했다.

 

런던 올림픽의 진정한 금메달감 선수를 4위로 밀어낸 자는 누구인가? 멈춰버린 1초에 그 동안 준비해온 모든 인생이 날아간 느낌이었다. 성난 대한민국은 잠들지 못했다. 수영 여자 평형 100미터 결승 경기에서는 미국 SARLON선수의 뻔뻔한 부정출발을 보고도 기계의 오작동이라며 경기를 재개하는 장면이 도마에 올랐다. 그 순간 아테네 올림픽의 박태환 선수의 모습이 연상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세계는 대한민국을 힘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의구심이 아니라 이번 올림픽에서는 확신마저 들고 있다. 선수들의 메달을 빼앗기고 있을 텐가? 대한민국 스포츠는 이미 세계 수준에 올라서 있지만 이러한 돌발 상황에 맞서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신아람 선수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았다. 4강에 진출하기 전까지 모든 경기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리드하며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점수를 낼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경기장을 압도 해왔다. 하지만 썩은 양심의 선진국 심판진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우리 선수들의 메달을 숨 쉬듯 쉽게 가로채간다. 신아람 선수와 같은 해프닝은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며 앞으로도 결코 없어야 하는 일이다. 외신들이 주목하고 있다. 진실은 바로 그 곳에 있었다. 유도 경기에서 심판 위원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본 선수를 위해 백기를 들어야만 했던 유도 주심은 양심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조준호 선수에게 진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일본 선수나 자국으로 귀국을 결정한 주심과 같은 사람들이 정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진정한 올림피언이다.

 

신아람 선수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억울한 눈물을 숨기지 못한 채 30분이 넘도록 경기장에 서서 자신의 칼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하루 종일 경기에 지친 몸으로 탈진해버릴 것만 같은 뜨거운 경기 직후 내내 무대를 떠날 수 없었다. 서럽게 흘렸던 그 눈물은 신아람 선수만의 눈물이 아닐 것이다. 카메라 앵글에는 보이지 않지만 1등이 아니면 알아주지 않는 스포츠 세계의 냉정함을 맛본 뜨거운 가슴을 가진 선수들의 피 맛 나는 눈물의 모습일 것이다. 더 이상 우리 대한민국에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야 한다. 신아람은 그 누구보다도 긴 하루를 보냈다. “내가 알던 펜싱이 아니었어요.”라고 인터뷰에서 울음을 터트린 그녀는 누구보다도 올림픽의 쓴 맛을 보게 되었다. 부디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지키고 있던 칼을 더 갈고 닦아서 세계를 확 쓸어버려주길 기대해본다. 신아람, 그녀는 전 세계인이 인정한 런던 올림픽의 진정한 승자다.

 

 

 

 

고개를 들라,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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