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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국가대표 음주파문, 태극마크의 무게가 가벼워졌을까?

 

 

 

 

 

글 / 이철원 (스포츠둥지 기자)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국가대표의 음주사건이 또 다시 연달아 발생했다. 예전과는 달리 태극마크의 의미가 다소 가볍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이철원

 

▶ 요트 대표팀, 올림픽 직전에 코치를 잃다


대한요트협회는 대표팀의 출국을 일주일 앞두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인 조재기 대한체육회 경기력강화위원장을 초빙해 요트 대표팀에 특강을 실시했다. 이 자리를 통해 조 위원장은 후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올림픽에 출전하는 마음가짐과 국가대표로서의 필수 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현지시간)에 요트 국가대표 이재철 코치가 런던 현지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코치는 요트 경기가 열리는 영국 남부 웨이머스(Weymouth)지역 시장이 요트 선수들을 위해 연 만찬회에서 와인을 마신 후 음주운전을 했고, 현지경찰이 이를 적발 해 벌금 400파운드를 부과한 것이다. 이에 이기흥 한국선수단장은 긴급 상벌회를 열어 '국가대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 코치를 즉각 귀국조치 시켰다. 요트 대표팀은 경기를 5일 남겨둔 시점에서 코치를 잃게 된 것이다.

 

요트 경기가 열리는 웨이머스 지역은 런던에서 175km나 떨어져있다. 올림픽의 주 무대 지역인 런던 워터루(Waterloo)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유일한 교통편인 열차(National Rail)로 세 시간이나 가야하는, 올림픽의 열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외딴 곳이다. 그렇기에 이 코치가 자신에게 주어진 국가대표로서의 임무와 사명을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빙상 스타, 빙판이 아닌 도로를 질주하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14년 만의 값진 메달을 선사한 이강석, 그가 지난 6월 16일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 면허가 취소된 것이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이강석이 국가대표로서의 소양교육을 받은지 불과 2주 밖에 안 된 시기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강석이 음주운전을 하기 불과 2주 전인 6월 5일, 태릉선수촌 빙상장 내 회의실에서 빙상 국가대표(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피겨) 통합 워크샵을 실시했다. 이 워크샵에는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을 비롯해 대학 교수들이 강사로 참석해 국가대표로서의 국가관 확립과 소양 및 인권교육 등을 실시했다.

 

당시 워크샵에 참석했던 현 빙상 국가대표 남·녀 선수 2명은 필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당시 음주에 관련된 직접적인 강의는 없었지만 국가대표로서 언행에 주의해야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전달됐다고 밝혔다.

 

 

 

▶ 태극마크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건국 이후 첫 금메달을 조국에 선사한 레슬링 국가대표 양정모를 지도했던 정동구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당시 국가대표 코치)은 아직까지도 국가대표 출신 후배들에게 언행주의와 용모단정을 강조한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했던 사람으로서의 소양은 평생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현재 여성 최초로 KBL(프로농구연맹)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현숙 심판위원장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전에는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하지만, 지금 후배들은 그런 것 같지 않다”라고.

체육계 선배들의 이런 외침이 소수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 좌측 상단에는 대게 가로 6cm x 세로 4cm정도 크기의 태극기가 박혀있다. 이 조그마한 태극마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책임감과 의무를 동반한다.

 

그 의미를 잊어버린 자는 스스로 되새겨보길 바란다.

 

 

첫 태극마크를 달고 기쁨에 넘쳐 밤잠 이루지 못하고 그 유니폼을 만지작거렸을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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