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수영 얼짱’ 김지은 “장애? 스스로 허물어라”

  

 

 

 

글 / 이철원 (스포츠둥지 기자)

 

 

 

 

디자인을 전공하던 평범한 여대생이 있었다. 하지만, 뇌병변이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녀에게 사회의 벽은 높기만 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에 지쳐갈 때 즈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꾸는 길을 걸어가게 된다.

 

지난 2006년, 재활을 위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그해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4관왕 차지하며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했다.

 

순식간에 장애인스포츠계의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결선진출에 이어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동메달, 전국장애인체육대회 5관왕 및 대회 MVP를 휩쓸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을 앞두고 프로야구 시구자로 나서며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장애인스포츠의 간판스타이자 ‘수영 얼짱’으로 불리는 김지은(30.부산시장애인체육회)의 인생 스토리다. 런던 장애인올림픽을 두 달여 앞둔 지난 2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장애인국가대표 선수촌)에서 김지은을 만났다.

 

 

백이현, 이철원

 

 

▶ 우선 올림픽 얘기부터하자. 두 번째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소감은?

아무래도 조금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베이징 대회 때는 많이 긴장했었지만 지금은 한결 여유로움을 갖고 참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올림픽은 원래 부담감이 큰 무대인지라 편하게 느낀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베이징대회 때 보다는 담대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 지난 장애인올림픽에서는 출전 전 종목 결선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대회 전망은?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선 나름 성과가 있었지만 이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선 출전선수가 적었던 탓에 여러 등급이 통합 돼 나에게 불리했었다. 나보다 신체기능이 월등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펼치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올림픽은 출전 선수가 많기 때문에 등급이 통합되는 일은 드물다. 이번 대회에서 등급통합만 되지 않는다면 지난 대회처럼 출전 전 종목에서 결선에 진출하고 싶고, 그 이후에 메달 욕심을 내보겠다.

뚜렷한 성적이라기 보단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 나가고 있는 모습을 알리고 싶다. 장애인이 아닌 인간 김지은의 성장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수영 시작 후 승승장구 했지만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장애인선수로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여기까지만 하자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주변의 기대와 격려 등, 내가 운동을 그만하자고 해서 그만할 수 있는게 아니더라(웃음). 그때 그만뒀다면 장애인선수를 위한 실업팀 입단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던 것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실업팀 입단에도 작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실업팀에 입단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생활이 안정적이게 됐고 좀 더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솔직히 일반 실업팀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장애인선수가 일반선수와 같은 처우를 요청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상황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겐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번 장애인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소속팀의 지원과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 선수들처럼 안정적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조성됐으면 좋겠다.

 

 

 

 

 

 

▶ 재활을 위해 시작했던 수영인데 이로 인해 삶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나를 친구들과 어울리게 해주려고 잠시 수영을 시키신 적이 있었다. 그때 경험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때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수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시작 전에는 운동에 관심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 전공도 바뀌었고 내 스스로 장애에 대한 벽을 허무는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스포츠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 역시 그랬고 이곳에 있는 장애인국가대표 선수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음표를 갖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 일을 통해 내 자신을 가두고 있던 벽을 깼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게 있다. 스스로의 선입견을 먼저 깨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는 것이다.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좋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자신을 가두고 있는 벽을 깰 수 있는 계기를 찾아내고 스스로의 삶을 위해 달려 나갔으면 좋겠다.

 

 

 

 

 

지금은 내 스스로도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과정인데 이번 대회를 통해 그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아보고 싶다.

 

내가 선수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더라도 많은 분들께서 나를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던 김지은으로...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