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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그 나라 축구를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국민성이 보인다?(2)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브라질

 

축구의 나라 브라질. 브라질의 축구실력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에 의문부호를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브라질은 전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모든 월드컵대회에 참석하였으며, 총 5회 우승으로 세계 최고의 월드컵 우승횟수를 자랑한다. 또 펠레, 지코, 호나우도, 호나우딩요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의 고향이며,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 이후엔 국기에 축구공을 그려 넣자는 제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도 했다. (이 제안은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렇듯 브라질에서 축구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그들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인들은 굉장히 낙천적이다. K리그 용병들 중 대부분은 브라질인들인데 그들은 특유의 쾌활함으로 팀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성향은 축구에도 나타나며, 브라질 축구는 현란한 개인기와 전광석화 같은 패스, 날카로운 슈팅 등으로 공격 위주의 플레이를 선보인다. 축구에서 최고의 쾌감은 골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축구는 항상 즐거워야 하고, 시원스런 공격으로 상대를 눌러야 한다.

 

실제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파레이라 감독은 수비적인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우승을 하고도 감독직에서 해임되어야 했다. 브라질에 이러한 즐거운 축구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슬픈 역사에서 나온다. 브라질은 과거 앙골라에서 흑인 노예를 수입했고, 이 흑인 노예들은 거의 착취를 당하시피 하며 커피농장에서 일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적은 임금 등으로 슬픔에 잠겨있던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즐거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그 결과 ‘삼바’ 라는 춤이 탄생했다. 이 삼바는 축제로도 발전해 오늘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리우 카니발’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무술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 이다. 카포에이라엔 ‘징가’라는 특유의 스텝이 있는데 이 스텝은 축구에도 응용 되어 브라질 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에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징가는 현재 브라질을 후원하고 있는 나이키의 광고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브라질인들은 미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1950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패해 준우승에 그치자, 당시에 입고 있던 흰색이 불길하다 하여, 노란색으로 교체했고, 그 후 1958년, 1962년 월드컵을 잇달아 제패하자 노란색 유니폼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브라질 최고의 골키퍼로 추앙받던 바르보사는 1950년 월드컵에서 2-1로 패하자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되었고, 흑인인 바르보사로 인해, ‘흑인 골키퍼는 골문을 지키면 절대 안된다’ 는 인식이 생겨 2003년 넬슨 디다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 어떤 흑인도 브라질 대표팀 골문을 지킬 수 없었다. 한편 바르보사는 최우수 골키퍼상도 수상할 정도로 실력 있는 선수였지만, 그 경기 하나 때문에 여전히 고통 받고 있고, 재정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러한 것들도 브라질 특유의 낙천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낙천적인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릴 때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지만, 벽에 부딪칠 경우 그 실망감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크기 마련이다. 그 덕에 한번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선수는 오랜 시간 동안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낙천성과 즐거움이 사라진다면 브라질 특유의 매력적인 축구도 사라질 것이다. ‘타고난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라는 격언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브라질. 브라질의 즐기는 축구가 앞으로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페인

 

유럽 남서쪽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 정열의 나라 스페인. 현재 그들은 짧고 정확한 패스 축구를 앞세워 유로2008과 2010월드컵을 잇달아 제패하며, 피파랭킹 1위에 올라 있다. 과거에는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메이저대회 울렁증’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 그들은 세계 최강 자리에 위치해 있다.

 

사실 그들이 과거엔 전력이 약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 축구를 넘어 그들을 대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역감정이다. 스페인은 카스티야, 카탈루냐, 바스크, 안달루시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루어졌는데, 과거 프랑코가 내전에서 승리하며 집권하자 마드리드가 위치한 카스티야 지방을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타 지방을 탄압했다. 그 덕에 카스티야를 제외한 다른 지방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스페인 대표팀이 하나로 단결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결국 스페인 대표팀은 화려한 스쿼드에 비해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오히려 클럽 축구는 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가장 많은 탄압을 받았던 카탈루냐 지방은 그들을 대표하는 FC바르셀로나를 강하게 지지하면서 카스티야를 대표하는 레알 마드리드를 이겨주길 바랬고,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그 덕에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대결은 ‘엘클라시코’ 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고의 더비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스페인의 축구는 미드필드를 중요시 하며 짧은 패스와 화려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 스페인의 축구를 보면 현란한 패스워크와 상대 수비수 한명쯤은 기본으로 제칠 수 있는 개인기 등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는 플레이를 볼 수 있다. 스페인에 이러한 축구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배경은 바로 기후에 있다. 스페인은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엔 굉장히 덥고 건조하며 온도가 최고 47.2 °C 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서 선수들이 많은 활동량을 보이기엔 어렵기 때문에 패스를 활용해 공을 움직여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축구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덕분에 화려함과 볼을 오랫동안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때론 ‘화려하지만 실속은 없다’는 비아냥을 들을 때도 있다.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미드필드를 잘 활용해 세계축구를 지배하고 있는 스페인. 그들은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은 가장 이상적인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축구’가 앞으로도 계속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일

 

유럽 중부에 위치한 나라 독일. 그들은 잉글랜드와 비슷하게 강인한 축구를 앞세워 세계 축구계에 한 획을 그었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총 7회 결승진출로 브라질과 함께 월드컵 최다 결승진출국으로 남아 있다. 독일 축구의 특징은 화려한 기술보단 강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유기적인 조직력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독일에 이러한 축구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배경은 그들의 근현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졌고, FIFA로부터 대외 경기를 금지당하는 등 고립상태에 놓였다. 결국 축구는 독일 내에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당시 선수들 역시 병사 출신이 많아서 뛰어난 조직력이 자리 잡는데 안성맞춤인 조건이었다.

 

그 덕에 독일축구는 보수성도 강하다. 독일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선수 시절 스타플레이어였던 인물이 맡는 경우가 많고, 한번 감독 자리에 앉으면 꽤 오랜 시간 감독직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때는 ‘젊은 선수들은 독일대표팀에 입성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실력과 경력을 함께 겸비한 선수들이 대표팀에 올랐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독일대표팀의 평균연령은 무려 31세였다.

 

그리고 한때는 ‘게르만 순혈주의’를 앞세워 독일 대표팀에는 항상 독일출신 선수들만 존재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독일대표팀을 이끌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이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려 하자, 많은 이들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독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게르만 순혈주의’ 탓에 독일 선수들만 존재했던 대표팀에는 루카스 포돌스키, 제롬 보아텡, 메수트 외질 등 타국 출신 선수들도 독일 대표팀에서 뛰고 있으며, 젊은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5.4세였는데 이는 출전국중 가나 다음으로 어린 연령대다. 그리고 마르코 마린, 마리오 괴체등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독일 축구에 신선한 변화를 주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변화가 모두에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독일의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독일대표팀을 ‘잡탕’에 비유하며, 현 대표팀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의 변화되고 있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다. 독일인들도 잉글랜드인들처럼 단순하고 보수적인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훗날 독일대표팀이 소개될 때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세계인들에게 소개될 지 도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축구는 문화다. 홍대선, 손영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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