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두 번의 눈물은 없다, 정재성-이용대의 런던 출사표

 

 

 

글 / 문영광 (스포츠둥지 기자)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 그리고 무려 7년 간 이용대와 짝을 이루며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인 ‘정재성’. 대한민국 사람 중에 이용대의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은 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정재성의 경우에는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의 수가 국민의 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두 선수는 이미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도 함께 복식조를 이뤄 출전했었다. 결과는 허무한 1회전 탈락. 정재성이라는 이름은 빠르게 잊혀졌다.

 

이용대 역시 그럴 뻔 했다. 하지만 이효정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 주며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날린 ‘윙크’ 한방으로 단숨에 국민 남동생의 자리에 올랐고, 현재도 한국 배드민턴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4년 전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다시 태어나겠다는 정재성, 4년 전에는 이효정의 실력으로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이용대.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그들의 금메달을 향한 각오는 투지에 빛나면서도 당당했다.

 

지난 6월 27일, 올림픽을 30일 앞두고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정재성, 이용대 선수 외에 성한국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이 공개훈련과 인터뷰를 가졌다.

 

 

잘~생겼다! 인터뷰 중인 이용대 선수 ⓒ 문영광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죠”


이날 수많은 취재진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진 종목은 단연 남자복식.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간판이자 금메달이 가장 기대되는 남자복식의 정재성, 이용대 선수는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면서도 조금의 힘든 내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성원에 감사한다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즐겁게 인터뷰에 응했다.

 

정재성 선수는 인터뷰 첫 마디를 통해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림픽 전 참가한 마지막 국제대회였던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동시에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것에 대해서 그는 “굉장히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세계랭킹 1위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올림픽 직전에 좋은 결과가 있어서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올림픽에 대한 느낌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의 1회전 탈락이라는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그때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며 “베이징 때와는 달리 부담감도 많이 떨쳤고 즐겁게 연습한대로만 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서비스 후 2구, 3구까지의 플레이만 우리 생각대로 가져간다면 지속적으로 공격권을 가져가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각오를 밝혔다.

 

7년 간 호흡을 맞춰 온 이용대에게 100점 만점에 97점을 주고 싶다는 그는 “용대가 예전에는 파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내가 전위로 들어가고 용대가 후위에서 공격할 때가 더 많다.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하는 선수”라고 파트너를 추켜세웠다.

 

 

이어진 이용대 선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조에 밀려 세계랭킹 2위로 떨어진 중국의 카이윤·푸하이펑 조는 너무도 많이 상대해봤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다. 다만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이기 때문에 부담감 문제도 있고 해서 누가 먼저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만나게 된다면 우리가 현재 훈련하고 있는 3구 내의 플레이를 잘 가져가서 꼭 승리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그는 4년 전에는 자신이 잘해서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진정한 내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용대는 하정은과 함께 혼합복식 종목에도 출전한다. 남복과 혼복 중에 더 기대가 큰 종목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세계랭킹 1위인 남자복식이 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힌 그는 “4년 전보다는 부담감이 훨씬 적다. 즐겁게 게임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금메달로 보답하겠다”라며 마지막 출사표를 던졌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12명의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자 좌측부터 유연성, 이현일, 이용대, 손완호, 고성현, 정재성 선수. 여자 좌측부터 김민정, 하정은, 김하나, 배연주, 정경은, 성지현 선수.  ⓒ 문영광

 

 

금맥 이을 주인공, 우리도 빠질 수 없다!


한국 배드민턴에는 정재성, 이용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우리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단식 - 이현일(세계랭킹 10위), 손완호(세계랭킹 15위) 출전
남자단식에는 오랫동안 린단(중국)과 리총웨이(말레이시아)의 무대였다. 그러나 린단의 호적수로 평가받는 리총웨이(말레이시아)의 참가가 불투명하고, 세계랭킹 3위 이하의 선수들은 실력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준결승까지 오른다면 금메달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이현일은 린단에게 2008년 코리아오픈 당시 2-1 역전승을 일궈내고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손완호의 경우도 지난 4월 인디아오픈에서 리총웨이를 꺾고 우승을 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자단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자단식 - 성지현(세계랭킹 8위), 배연주(세계랭킹 12위) 출전
최근 여자단식은 절대강자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변의 연속이다. 여자단식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중국 왕 자매의 독주는 이미 끝났다. 최근 인도네시아오픈에서도 세계랭킹 5위 사이나네할(인도)이 우승을 차지할 만큼 세계랭킹 10위권 내의 선수들의 실력은 평준화되어 있다.

세계랭킹 1위를 자랑하는 왕이한(중국)은 성지현에게 수차례 무릎을 꿇은 바 있고, 배연주는 현재 중국 최고의 여자단식 신예인 리쉬우리(중국)를 격파한 경험이 있다.

비록,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를 모두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것을 우리 선수들이 입증할 것이다.

 

 

남자복식 - 정재성·이용대(세계랭킹 1위), 유연성·고성현(세계랭킹 4위) 출전
자타공인 세계최강 남자복식 조인 정재성·이용대 조는 위에서 이미 모두 설명했다. 또 다른 한국의 복식 조인 유연성·고성현 조의 활약도 기대된다. 유연성은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과 안정된 수비로 정평이 나있다. 고성현은 실수가 약간 있는 편이지만 흐름을 타면 아무도 멈출 수 없는 폭발력이 장점이다. 올림픽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여자복식 - 하정은·김민정(세계랭킹 3위), 정경은·김하나(세계랭킹 6위) 출전
여자복식에서도 중국의 독주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유양·왕샤오리 조와 티안칭·자오윤레이 조는 막강하다. 특히, 유양은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자복식 또한 만만치 않다. 2012 코리아오픈에서 한국의 두 복식 조는 중국과 유일하게 대등하게 경기를 펼친 유일한 팀이었다. 한국에서 펼쳤던 뛰어난 플레이를 기억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중국의 만리장성을 충분히 넘을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은 중국이 아닌 런던에서 열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혼합복식 - 이용대·하정은(세계랭킹 9위) 출전
혼합복식 역시도 중국이 부동의 세계랭킹 1, 2위를 지키고 있다. 바로 장난·자오윤레이 조와 수첸·마진 조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두 혼합복식조의 랭킹은 수개월째 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한국의 혼합복식은 언제나 강세였다. 한국은 최근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금의 이용대·하정은의 콤비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용대는 전위와 후위를 아우르는 뛰어난 센스를 가지고 있고, 하정은은 후위가 좋고 드라이브와 수비가 안정적이다. 이용대와 하정은이 각각 남녀 복식에도 출전하는 만큼 체력관리를 잘하여 경기에 임한다면 금메달은 결코 오를 수 없는 자리가 아니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