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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런던올림픽 특집: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 현장]

 

 

 

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개막을 16일 앞둔 7월 11일 수요일,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은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에서 결단식을 가졌다. 우리 선수들이 꿈을 펼칠 무대가 있는 런던은 올림픽 역사상 올림픽을 세 번이나 개최하는 첫 번째 도시가 된다. 대한민국은 런던을 약속의 땅이라고 말한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역도의 김성집(95) 선수가 따낸 동메달이 바로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메달이었기 때문이다. 그 설레는 역사의 현장 속으로 입장하게 될 우리 선수들은 이제 올림픽을 실감하는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결단식 현장에 늠름한 모습의 양궁국가대표팀 이아영

 

올림픽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꿈의 무대이다. 총 소리 나지 않는 국가 간의 전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올림픽에서 펼쳐지는 경쟁은 참으로 치열하고 긴박감이 넘친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과연 어떤 장면들이 펼쳐질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서 장미란 선수는 +75kg급에 출전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6번의시기를 모두 성공하면서 여자역도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을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성공의 순간 국민들은 마치 자기일인 것 마냥 함께 기뻐하고 함께 소리친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한국체육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나는 기숙사에서 경기를 봤는데 살면서 그렇게 재미있었던 한 달이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종목이 교내 종목에 있었기 때문에 기숙사 휴게실에서 여러 종목의 동료들과 함께 TV를 시청했다. 양궁을 볼 때에는 양궁부 선수들이, 펜싱을 볼 때에는 펜싱 선수들이 그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응원을 하고 있고 또 그 옆에서 관람하다보면 해설위원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들으며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간대에 여러 종목이 중계되는 경우에는 다른 종목이 궁금할까봐 채널을 돌려보지 않아도 된다. 2층에서 역도부와 함께 역도를 보고 있으면서도 3층에서 유도를 보는 유도부들의 반응으로도 경기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었을 때 나는 마치 내 일인 것 마냥 뛸 듯이 기뻐하고 축하했다. 건너편 남자 기숙사에도 경기를 보고 있었는지 층별로 있는 휴게실에서 동시에 지르는 함성이 하나로 모여 엄청난 함성이 되어 날아왔다. 가끔 금메달을 따는 등의 좋은 소식이 들리면 기숙사 사감선생님의 특별 청소 면제나 소등 시간 연장 서비스가 주어지기도 해서 손에 땀을 쥐고 기도하는 것은 올림픽의 묘미이다.

 

 

결단식에 참가하여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는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단 이아영

 

 국민들이 4년간 기다려 온 올림픽이 드디어 2주 가량 남았다. 결단식 현장에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올림픽홀을 찾아주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앉아 계시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정동구 이사장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정동구 이사장님은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인 양정모(레슬링)선수를 키워낸 훌륭한 지도자이다. 올림픽이라고 하면 그 누구보다도 애정이 많으신 이사장님의 눈빛이 인상 깊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정동구 이사장님의 결단식 참석 모습 이아영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던 결단식에 참석하기 위해 선수들은 관광버스를 이용해 단체로 이동하였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선수촌에서 한 팀,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진천선수촌에서 한 팀 이렇게 흩어져 살림살이 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 식구들이 한 장소에 모두 모였다. 운동복이 아닌 올림픽 공식 단복을 맞춰 입고 같은 모습을 하고 앉아 있는 선수들은 멀리서보면 다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단복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목의 특성에 맞는 체형 덕분에 누가 무슨 종목인지 금방 들통이 났다. 특히 역도부가 말이다. 역도에 +105kg급에 출전하는 전상균(31. 조폐공사)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중에서 최중량 선수로 몸무게 165kg을 기록한 바 있다.

 

 

역도 염동철 코치(가운데), 최경량급 지훈민(좌), 최중량급 전상균(우) 선수 이아영

 

 

최중량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2 런던 올림픽에 기수로 선정된 핸드볼 윤경신 선수는 이번 올림픽 참가 선수단 중 최고령과 최장신 부문 그리고 올림픽 최다 출전 부분에서도 1위였다. 윤경신 선수는 203m의 장신이며, 1973년 7월 7일 행운의 SEVEN DAY에 태어난 럭키가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버 이번이 5번째 올림픽 출전인 전설적인 인물인 것이다. 등번호도 77번인 윤경신선수! LUCKY GUY가 있는 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활약이 정말 기대된다.

 

 

핸드볼 국가대표 최종 평가경기 전 윤경신 선수의 모습 이아영

 

 

선수단은 오늘 만큼은 운동은 제쳐두고 왔다. 휴식을 싫어하는 선수는 없기에 조정 국가대표 선수인 김명신 선수에게 “오늘 하루 운동 쉬어서 좋겠다.”고 물어봤지만 김명신 선수는 오히려 운동 하는 것보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조정팀은 진천선수촌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인지라 태릉팀보다 출발도 더 빨랐고 차로 이동하는 시간도 더 길었을 것이다.

 

 

조정 국가대표 김명신(더블스컬) 선수 이아영

 

 

오히려 운동을 하고 나면 덜 피로하다고 말하는 우리 대표팀은 올림픽을 향해갈수록 체력의 급격한 소진이 예상되는 듯하다. 선수들은 올림픽 홀에서 결단식을 가지느라 오후 시간을 다 썼고, 결단식이 끝난 6시에는 SBS 공개홀로 이동하여 올림픽 개막 전 방영되는 녹화방송을 촬영하기 위해 4시간 동안 촬영에 임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대표팀들은 10시가 넘어서야 도착을 했고, 그 시간 진천선수촌 팀들은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리며 충북으로 향했다. 지도자들은 내일이 걱정된다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어보였다. 해가 없는 새벽훈련 시간을 틈타 체력훈련을 하기 때문에 일찍 자야하는 선수들은 수면시간을 많이들 놓쳤다. 몸은 피로하지만 이렇게 올림픽 결단식과 같은 행사를 직접 하고나면 선수들은 다시 올림픽이 돌아왔다는 것을 또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 날 올림픽 홀 1층에는 국가대표 선수들로, 2층에는 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취재진들과 팬들로 꽉 찼다. 선수촌 내부에서 훈련만 하는 선수들은 TV를 볼 시간도 많지 않아서 국민들의 응원 열기를 직접 느껴볼 기회가 없는데 이러한 행사를 통해 팬들을 만나고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선수의 올림픽 찬가 제창 모습 이아영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선수단은 총 22개 종목, 374명(임원 129명, 245명)으로 구성됐다. 245명의 선수는 210명이 출전한 1984년 LA올림픽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농구와 남자배구와 같은 구기종목과 테니스, 승마, 카누에서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여 선수단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메달 목표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대한체육회는 전했다. 금메달 10개로 10위권 진출이 목표인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의 10-10 작전이 꿈의 무대 런던에서 꼭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임정우 코치와 여자하키 국가대표선수들의 결단식 참가 모습 이아영

 

 

대한민국 선수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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