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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한일월드컵 10주년> 한준희 KBS해설위원으로부터 한국축구의 발전과 방향을 듣다!_1부

 

 

 

 

글 / 제갈현승 (스포츠둥지 기자)

 

     2002 한일월드컵은 한국축구史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해로 온 국민이 함께 단합되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개최국 자격으로서 월드컵 첫 1승과 더 나아가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한 기억과 추억이 벌써 10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한국축구에는 괄목한 만한 성장과 변화들이 있었다.


 따라서 한국축구가 2002년 이후의 변화와 더불어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발전 및 방안을 한준희 KBS해설위원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기로 하였다.

 

 

KBS 본관 IBC에서 만난 한준희 해설위원 ⓒ 제갈현승

 


1. 한일월드컵 10년이 흘렀습니다. 그간의 성과와 전체적인 평을 해주신다면요?

첫 번째로는 한·일월드컵 전후로 인프라가 대단히 좋아졌습니다. 옛날에는 잔디구장에서 조기축구를 한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요즘에는 전국 방방곡곡의 잔디 면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각종 인프라 면에서 커다란 성장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초·중·고·U리그 주말리그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주말리그제는 축구계의 중요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완벽하게 정착됐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중요한 첫 발걸음을 잘 내딛었습니다. 이 땅의 축구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초석이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지도자 육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히딩크라는 외국인 명장이 월드컵 4강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이후 능력 있는 지도자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지도자 라이센스 취득은 이제 지도자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입니다. 좋은 지도자 1명은 좋은 선수 1만명을 길러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점점 이론과 연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봅니다.

 

 

명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부산 안익수 감독 ⓒ 부산아이파크

 

전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제주감독으로 부임한 박경훈 감독 ⓒ 제주유나이티드

 

 

2. 유소년축구의 저변이 늘고 있는데요, 많은 학원축구를 중계하시면서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합니다. 주말리그제는 자체로 훌륭하지만 지금의 시행 현실에는 다소 아쉬운 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아쉬움은 학교 현장에서 축구선수들을 위한 최적의 커리큘럼과 교육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몇 년 동안 축구공만 차온 선수들에게 갑자기 교실에 들어와 미적분을 배우라고 한다면 여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릅니다.


축구선수들을 정말 공부하게끔 하려면 그에 맞는 커리큘럼이 필요합니다. 공부만 해온 학생들과 무조건 같은 교실에 밀어 넣는다 해서 ‘공부하는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축구만 해온 선수들의 기본적인 언어 능력, 사고력, 논리력, 감성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합한 커리큘럼과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일반학생과 동등한 위치에서 급작스럽게 교육받는 것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공부하는 축구선수’ 취지에 맞는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디테일’이 좀 더 발전해야 합니다.

 


3. 10년간 한·일월드컵 4강, 남아공월드컵 16강이 그간의 성과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느낌이 드는데요. 위원님이 생각하시는 나아갈 방안이 있다면 어떠한 것일까요?

 2002년 이후 한국 축구의 실력을 확실히 끌어올릴 수 있는 장기적 플랜과 그 실행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 한·일 월드컵 이후 여러 명의 국가대표 감독들이 거의 다 단명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제대로 펼쳐나간 이가 없습니다. 물론 2002년 이후 우리의 실력이 이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습니다.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젊은 선수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고 김보경 같은 선수들 또한 여기에 가세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향상의 정도는 우리의 기대치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2년의 성공 이후 우리의 부족한 점을 냉철히 파악해 그것들을 조금씩 고쳐 나아가고 발전시키려는 장기적 플랜에 의한 성장이 이뤄지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그때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보다 멀리 보는 플랜과 행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4. '베에벡'감독이 한국축구팬들은 자국리그를 무시하면서 좋은 선수를 나오길 바란다라며 K리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부흥기가 98년, 02년도 때에 광풍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가 식어버렸습니다. 그 이유와 다시 부흥을 찾으려면 어떠한 것이 있어야 할까요?
 K리그는 출범 당시부터 지역적 기반을 지니지 못한 채로 출발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정책적 실책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K리그는 지역과의 연결고리가 부족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K리그는 애초부터 커다란 약점을 안고서 출발했고 따라서 K리그는 지금 엄청난 핸디캡과 싸워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관중이 다소 부족하다고 해서 무조건 책망할 일이 아닙니다.


 모든 프로축구 팀들은 자신의 연고 지역에서 이 팀이 어떠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민들이 자발적인 마음에서 ‘이 팀은 우리의 팀’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민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지역의 아들’을 스타로 키워내야 합니다. 또한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팀들의 미디어 노출도 증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대한축구협회도 K리그 발전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5. 앞으로의 한국축구를 짊어지고 갈 선수들 중에 미래성이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어느 선수일까요?

김보경입니다. 김보경의 지능, 센스, 움직임은 연령을 의심케 할 정도로 뛰어납니다. 당장 유럽에서 뛰어도 제 몫을 해낼 거라 봅니다.

 


6. 한일 월드컵의 주역 박지성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계약기간이 내년까지입니다. K리그로 와야한다. 아니면 유럽에서 은퇴해야한다는 평이 많은데요. 위원님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K리그의 흥행을 위해 딱 1년만 K리그에서 뛰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박지성 선수가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의 후배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겁니다. 박지성선수를 필두로 해외파 슈퍼스타가 마지막에는 K리그에서 뛰는 전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7. 유로2012를 중계하시면서 K리그 및 한국축구가 배워야 할 점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K리그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팀들이 늘어나야 된다고 봅니다. 유로대회, 더 넓게 유럽축구를 본다면 특성이 강한 팀들의 비율이 우리보다 높습니다. 스페인이든 이탈리아든 잉글랜드든 각각 팀들이 지닌 색깔이 있어요. 유럽의 클럽 축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인-이탈리아 전과 같이 ‘가짜 공격수(세스크 파브레가스) 대 가짜 수비수(다니엘레 데 로시)’ 같은 전술적인 볼거리가 많아지는 K리그를 기대합니다.


물론 K리그의 경우에도 제주, 부산, 울산, 전북, 대구 등의 팀은 대체로 컬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팀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울산의 ‘철퇴축구’는 K리그의 재미를 찾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 울산현대

 

전북현대의 ‘닥공’축구는 K리그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 전북현대


 

8. 내년에 본격적으로 K리그에 대한 승강제가 실시가 됩니다. 많은 축구팬들이 염원하던 것인데요. 좀 더 보완하고 앞으로의 기대감이 있다면 어떠한 것이 있겠습니까?

 

결국은 승강제도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역과의 연결고리, 지역적 기반의 강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구단이 강등돼서 2부리그에서 뛰게 되더라도 해당 지역민들의 사랑이 있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민의 사랑이 없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승강제는 이 땅의 프로축구를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축구연맹, 실업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할 것 없이 모든 축구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승강제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정착되는 과정에서도 고난은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플랜을 시행해 나아가야 합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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