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기원 (스포츠둥지 기자)
어느덧 막내 딸아이가 시집을 간단다. 결혼식 때 입을 양복을 맞추는데 딸아이가
“아빠 배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라고 묻는다. “오랜 직장생활의 인격이야“ 하고 농담조로 받아쳤다.
한 달 여 앞둔 딸아이 결혼식. 막내딸 손을 잡고 많은 사람 앞에 서야하는데 부쩍 나온 배가 내심 마음이 쓰인다.
‘그래! 한 달 동안 운동해서 살 좀 빼보자’ 동네 작은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일주일 째 가볍게 조깅. 흠뻑 땀을 흘리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러닝머신에 올랐다. 그런데…….
‘어 이상하다..’
‘갑자기 가슴이 조이듯 아프다.. ’
‘현기증까지..’
‘숨도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도와 달라는 말조차 못하겠다..’
.....
주변에 있던 트레이너가 119에 신고 후, 가슴을 압박하며 심폐소생술(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실시했지만 민석(가명·57)씨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트레이너 김씨(27)는 헬스클럽에 자동제세동기(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가 없어, 구급차가 올 때 까지 심폐소생술(CPR)만 실시했다고 전했다.
운동 중 심장마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2000년 4월 롯데자이언츠의 임수혁 선수가 경기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투병 끝에 생을 마감했다. 2006년에는 개그맨 김형곤 씨가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쓰러져 사망했다. 그 역시 갑작스런 심장마비가 원인이었다. 이 밖에도 제주 유나이티드의 축구선수 신영록(26), 잉글랜드 볼턴의 무암바(24), 이탈리아의 모로시니(25)등 운동 중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심장마비 환자에게 4분 내의 응급처치는 아주 중요
1분 이내에 자동제세동기(AED)를 사용할 경우 생존율 90%이상
미국심장학회(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심장마비 환자에게 4분 이내 응급처치는 아주 중요하며, 특히 혈액과 산소 공급의 저하로 인한 뇌손상을 막기 위해 가슴을 눌러 압박하는 심폐소생술(CPR)을 강조했다. 또 최초목격자가 1분 이내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에게 자동제세동기(AED)를 사용할 경우 생존율은 90%이상이며, 1분씩 지연될 때마다 7-10%씩 떨어진다고 보고 했다. 즉 12분 내에 자동제세동기(AED)의 도움을 받지 못한 심장마비 환자가 살 수 있는 확률은 2-5%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에게 자동제세동기(AED)는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려내는 중요한 응급의료장비라 할 수 있다.
<자동제세동기(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심장마비 환자의 가슴에 패드를 부착하면 자동으로 심장리듬을 분석하여 100~150J의 전기충격을 가해 정상리듬을 찾도록 하는 응급의료장비. 음성으로 사용방법을 안내해 주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민석씨(가명57)가 쓰러졌던 헬스클럽에 자동제세동기(AED) 있었다면 그는 살아서 막내딸아이의 결혼모습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가 다녔던 헬스클럽에는 왜 자동제세동기(AED)가 없었을까.
관람석 5천 석 이상 운동장 자동제세동기(AED) 구비의무...
지역 주민의 선호도와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하여 설치?
규모가 작은 헬스클럽은 해당 안 돼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전문체육시설 중 총 관람석 수가 5천 석 이상인 운동장 및 종합운동장을 자동제세동기(AED) 구비의무가 있는 시설로 지정해 놓았다. 또 생활 체육시설의 설치 기준에는 체육관, 수영장, 볼링장, 체력단련장, 테니스장, 에어로빅장, 탁구장, 골프연습장, 게이트볼장 등의 실내외 체육시설 중 지역 주민의 선호도와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하여 설치해야 한다고만 규정되어 있다. 법률 자체가 애매모호 하다. 그렇기 때문에 민석씨(가명·57)가 다녔던 작은 규모의 헬스클럽에는 자동제세동기(AED)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 Health Club 자동제세동기(AED)보유 의무화
매년 5만 명의 생명 구할 수 있어
미국(California, Illinois, Indiana, Massachusetts, Michigan, New Jersey, New York, Rhode Island and the District of Columbia)의 경우, 심장마비와 제세동기 관련 주법(Laws on Cardiac Arrest and Defibrillators (AEDs) 에 의해 운동과 관련된 헬스클럽의 자동제세동기(AED)보유를(최소 1개)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심장학회(AHA)는 매년 25만 명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지만 자동제세동기 보급을 통해 매년 5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Health Clubs) California, Illinois, Indiana (2007, 2008), Massachusetts (2007), Michigan, New Jersey, New York, Rhode Island and the District of Columbia (2008) laws now require health clubs to have at least one AED. NCSL(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 http://www.ncsl.org/ |
자동제세동기(AED) 구비의무 체육시설 적용범위 넓혀야
국가의 재정보조가 확대 돼야, 안전환 환경에서 운동
우리나라 인구의 사망원인 중 심장질환은 세 번째로 높다. 2010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46.9명으로 2000년에 비해 22.8%가 증가했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운동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환자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민석씨(가명·57)가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자동제세동기(AED)가 있었다면 그를 죽음으로부터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를 위해서는 자동제세동기(AED) 구비의무가 있는 체육시설의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응급의료법』제16조는 재정지원에 대한 법률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동제세동기(AED) 등 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시설 등에 대하여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헬스클럽도 구비의무 시설로 지정되면 자동제세동기(AED) 구입에 필요한 국가의 재정보조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 많은 이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에게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는 일으켜주는 자동제세동기(AED)의 가격은 약300만 원. 이를 통해 지킬 수 있는 생명의 가치는? 이 세상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 스포츠둥지
'스포츠둥지 기자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일월드컵 10주년> 한준희 KBS해설위원으로부터 한국축구의 발전과 방향을 듣다!_1부 (0) | 2012.06.28 |
---|---|
달리는 거북이를 만나다 (2) | 2012.06.28 |
[대학야구 하계리그] ‘끝낸’ 박준태! 우승의 순간 그 생생한 감동 속으로! (3) | 2012.06.25 |
[대학야구 하계리그] 달라진 인하대, 9회말 끝내기 안타로 10년 만에 우승! (0) | 2012.06.22 |
“아들아, 내 꿈을 너에게 바친다.” (3) | 2012.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