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서우리 (스포츠둥지 기자)
10년 만에 우승, 더 이상 약체가 아니다!
인하대는 2002년 대학야구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을 끝으로 결승 진출은커녕 예선에서의 1승 조차 버거워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전 광주일고 감독인 허세환 감독의 부임과 함께 달라진 인하대는 지난 21일(목)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2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전에서 끝내기 안타라는 극적인 결과로 경희대에 3대2 승리를 차지했다. 무려 10년 만에 우승이었다.
이번 결승전은 일찍이 인하대의 우세가 점쳐진 경기였다. 그러나 결승전답게 경희대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에이스 투수의 호투, 야수들의 호수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쏟아진 경기였다. 이 날 경희대 선발은 좌완 손정욱, 인하대 선발은 우완 사이드암 윤강민이었다. 전 날의 준결승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1.1이닝을 던진 윤강민에 비해 손정욱은 준결승전에 나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좀 더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초반 두 선발투수의 싸움에선 손정욱이 조금 밀리는 모습이었다.
4회까지 퍼펙트 윤강민, 선취점은 인하대의 조성범!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보여준 인하대 사이드암 투수 4학년 윤강민 © 서우리
인하대의 선발투수 윤강민은 1회부터 4회까지 삼진 세 개를 곁들이며 경희대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반면 경희대 선발투수 손정욱은 1회와 2회에 모두 안타와 볼넷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회에는 1사 1,2루에 안타를 맞으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 경희대 좌익수 김재곤의 좋은 송구로 홈에서 2루주자가 아웃 되며 실점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아쉽게 기회를 놓친 인하대는 3회말에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선두타자로 나온 2번 타자 이찬기가 첫 타석에 이어 다시 한 번 볼넷으로 출루하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성규의 번트로 1사 2루의 상황. 4번 타자 강백산은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땅볼로 물러났지만 5번 타자 조성범이 6구째에 투수를 스치는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2루 주자 이찬기가 득점에 성공했다.
상대 실책을 틈타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로 역전에 성공한 경희대!
결승전 경기를 끝까지 책임진 경희대 좌완 투수 4학년 손정욱 © 서우리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손정욱은 3회 1점을 내준 이후 4회에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보통 투수가 수비 때 잘 막아주면 다음 공격에서 타자들이 반격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경희대의 타자들이 5회에 바로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5회초 경희대 4번 타자 김주현이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무사 1루의 상황이 되었다.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던 윤강민에게 때려 낸 팀의 첫 안타였다. 그리고 다음 타석은 5번 타자 정성민의 번트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성민은 번트를 대지 않았고 이전까지 완벽한 모습을 보이던 윤강민이 흔들리며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었다. 무사 1,2루의 득점 기회를 잡은 경희대였다.
그리고 이 때 인하대의 뼈아픈 실책이 나왔다. 6번 타자 김진철의 번트타구를 투수가 잡아 송구 하는 과정에서 송구가 엇나가며 1루에서 세잎이 선언되었고, 그 틈을 타 3루에 있던 김주현이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로 홈까지 들어오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5회에 처음으로 안타를 맞은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던 투수 윤강민이 수비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냈고 결국 동점을 허용하며 투수는 박민호(3학년, 사이드암)로 교체되었다. 박민호를 상대로 경희대는 조하늘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3루에서 나담주의 스퀴즈 번트로 1점을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상대 실책이 하나 있었지만 무려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로 이루어 낸 2점이었다.
이어진 손정욱과 박민호의 호투, 그리고 경희대의 호수비 열전!
5회초 역전에 성공한 경희대 1점차로 인하대에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 손정욱은 더욱 힘을 얻은 듯 했다. 초반에는 볼카운트가 몰리며 불안 불안한 모습이었으나 경기 중반이 될수록 구위가 더욱 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여기에는 야수들의 승리를 향한 집념의 호수비가 더해지며 승기는 경희대로 넘어와 있었다.
이 날 경기에서 최고의 수비를 보여준 선수는 경희대의 중견수 김경용이었다. 5회말 선두타자의 볼넷과 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의 상황에서 이성규가 친 안타성 타구를 중견수가 빠르게 달려와 슬라이딩하며 잡아내었고 곧바로 2루로 송구해 안타인 줄 알고 스타트를 걸었던 2루 주자까지 잡아내는 멋진 호수비를 보여주었다. 이후 김경용은 또 한번 우중간 가르는 잘 맞은 안타성 타구도 슬라이딩으로 잡아내며 거미줄 같은 외야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5이닝 무실점으로 결승전 승리투수가 된 인하대 사이드암 3학년 박민호 ©서우리
이어진 6회부터 8회까지는 경희대 선발 손정욱과 인하대 구원투수 박민호에게 양팀 타선이 막히며 3이닝 동안 양팀 모두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박민호는 5이닝동안 단 1안타와 1볼넷 만을 내어 주며 경희대 타선을 막아내는 좋은 피칭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경희대의 1점차 아슬아슬한 리드가 이어졌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오늘은 박준태가 끝낸다!
경기는 어느새 마지막 9회말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경희대 마운드에는 여전히 손정욱이 올라와 있었다. 이번 이닝만 막아내면 결승전 완투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6,7,8회 손정욱의 구위를 고려했을 때 동점이나 역전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하대의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분위기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승부는 수비에서 판가름이 났다.
9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4번 타자 강백산이 일이간 빠지는 안타로 출루하며 승부를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어진 5번 타자 조승호의 번트로 1사 2루의 득점권 상황이 되었다. 이제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6번 타자 채상현이 친 타구는 2루수와 유격수 사이 애매한 지점을 향했고 결국 2루수가 잡아 1루로 송구했지만 심판은 세잎을 선언. 1사 1,2루의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다음 타석에 선 7번 타자 양원혁이 친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했고 그 타구를 더듬은 3루수는 뒤늦게 1루로 송구했지만 역시 세잎이 되며 1사 만루의 위기를 만들고 말았다. 결국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인하대는 8번 타자 김경오의 우익수플라이 때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2사 1,3루의 상황에서 오늘의 주인공 9번 타자 박준태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며 역전 승을 거두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하계리그 결승전은 결국 인하대의 9회말 끝내기 우승이라는 극적인 드라마로 끝을 맺게 되었다.
ⓒ 스포츠둥지
'스포츠둥지 기자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헬스클럽에서 쓰러진 아빠 (2) | 2012.06.27 |
---|---|
[대학야구 하계리그] ‘끝낸’ 박준태! 우승의 순간 그 생생한 감동 속으로! (3) | 2012.06.25 |
“아들아, 내 꿈을 너에게 바친다.” (3) | 2012.06.22 |
유로대회를 빛나게 해주는 다양한 스토리들 (0) | 2012.06.22 |
해설자의 모든 것 (0) | 2012.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