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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달리는 거북이를 만나다

 

 

 

 

글 / 주지희 (스포츠둥지 기자)

 

 

         6월 15일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가 있었던 잠실 학생체육관, 시원스레 코트를 질주하는 김공렬 선수를 만났다. 그는 안산 휠체어 농구팀에 소속된 선수로 EBS 공부의 왕도 ‘거북이도 달린다’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시절 골육종으로 투병, 한쪽 다리를 잃어야 했던 김공렬 선수,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8살 늦은 나이지만 12학번 새내기로 연세대 생명공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 그의 12학번 스토리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김공렬 선수, 시험 잘 봤어요?”

15일 김공렬 선수가 소속된 안산팀 경기, 안산팀이 승리를 얻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그와 인터뷰하고 싶었으나 기말고사를 앞둔 터라 다음을 기약했다. 19일 연세대로 그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라는 그의 인사에 나도 모르게 “안녕”이라고 실수할뻔했다. 그의 동안 외모 때문일까? 하얀 피부에 귀여운 외모를 가진 김공렬 선수는 누가 봐도 12학번 신입생의 모습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음료를 마시며, 마주앉았다. 기말고사를 잘 봤냐는 질문에 그는 연신 못 봤다며 속상하단다. 그의 겸손일까? 다음학기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이내 겸손임이 증명되었다. 골육종으로 인해 정규교과과정을 마치지 못한 김공렬 선수,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낸 대입이라는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발전하고 있었다.

 

“4대 5 경기, 준우승했어요.”
18일 그가 출전했던 우정사업본부배 전국 휠체어 농구 대회가 끝났던 터라 그에게 결과를 물었다. 그는 준우승 소식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직장을 따로 가진 팀원들이 많아 마지막 경기에 4명 밖에 뛸 수 없었단다. 2부 리그 우승을 예상한 그들에겐 4대 5 경기는 무리였나 보다. 


그의 포지션은 센터, 김공렬 선수는 “제가 센터치고는 키가 작아요.”라며 웃어 보인다. 잘하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면서 안산팀은 2부리그로 내려가게 되었고 선수들의 빈자리를 맡아서 하고 있단다. “다른 선수들(형님들)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는 거예요. 안 계시면 힘들죠.” 라며 동료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5명이 코트에 자리하는 농구, 4명이 뛰어야 하는 현실 그리고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남은 동료가 메워야 하는 상황은 휠체어 농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변은 그리 넓지 않은 국내 휠체어 농구, 일본만해도 약 100여개의 팀이 존재하지만 국내 휠체어농구팀은 30개 남짓이다. 오죽하면 경기에 4명이 뛰겠는가, 4명이 뛰어야 하는 경기에서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뛰었을까? 그 순간에도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은 안산팀에 박수를 보낸다.

 

김공렬 선수 ©주지희

 

 

12학번 새내기 “공부만 열심히 했어요.”
김공렬 선수에게 첫 학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다. 여자친구도 생기고 놀러도 다니면서 지냈을 줄 알았는데 공부만 열심히 했다고 한다. “과제 하나에 2~3시간은 걸리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는 못한 것 같아요. 운동도 못했어요. 안산팀은 목요일에 2시간 30분 정도 연습하고 있지만 전 수업 때문에 거의 참여 못했어요. 다음학기엔 시간표를 잘 짜봐야겠어요.” 라는 그에게 왜 놀지 않았냐고 일학년 때 노는 거라고 다그칠 수 없었다.

(그저 다음을 위해 노는 법을 살짝 알려줬을 뿐......)


 하지만 그도 새내기 아니겠는가 엠티와 축제는 즐겼단다. “엠티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한번 밖에 못 갔어요. 어린 친구들 체력이 대단하더라고요. 못 따라가겠어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해독능력이 떨어져요.” 해독능력에 격렬한 동의를 하면서 축제에 대해 묻자 주점에서 가장 권위 있는 카운터를 맡아서 했단다. 동기들하고도 잘 지내는 그의 모습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듯 했다.

 

“공렬 선수 목표 들어 볼 수 있을 까요?”

“이제 멀리보고 목표를 잡지 않아요.” 그의 현재 목표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란다. 지난 학기에 공부에 열중했다면 앞으로는 시각을 넓혀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고 한다. 김공렬 선수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목표를 이룰 수 있길 응원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대단함이 느껴지는 김공렬 선수, 그는 자신의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그의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때로는 강한 눈빛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미소로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휠체어 농구선수이자 훌륭한 학생인 김공렬 선수 그를 통해 많은 분들이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공렬 선수처럼 희망을 잃지 말고 끝없이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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