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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런던올림픽 특집: [여자 하키] 기적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여자 하키팀

 

 

 

 

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푹푹 찌는 더위가 시작되었다.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 작정인지 벌써부터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방금 전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금새 젖어버리는 티셔츠 때문에 당황스럽기까지 한 날씨다. 하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뜨거운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전력 질주를 하는 여인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 여자 하키 대표 선수들이다. 런던 올림픽을 이제 한 달 앞둔 그녀들의 눈빛에서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그간의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할 시간이 온 것이다. 4년이라는 시간도 안 올 것 같더니 벌써 이렇게 우리를 급습했다.

 

“이겨본 놈이 그 맛을 안다더니,

뉴질랜드 대표팀 상대로 A매치 전승 거둬낸 여자 하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세계랭킹 8위)은 지난 6월 4일부터 7일까지 태릉선수촌 하키경기장에서 뉴질랜드 국가대표팀(세계랭킹 6위)을 상대로 3차에 걸쳐 국가대표 평가전을 가졌다. 대한민국(예선 B조)은 올림픽 예선 조가 다른 뉴질랜드(예선 A조)와의 경기에 앞서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대한민국 하키 국가대표 센터백 한혜령(KT) 선수 이아영

 

 

체구가 좋은 뉴질랜드 선수들은 검정색 유니폼과 검정색 스틱이 트레이드마크인데, 뉴질랜드 하키 팀을 일명 “The BLACK STICKS"라고도 한다. 검정색으로 쫙 빼입은 뉴질랜드와는 대조되게 우리 선수들은 행운의 붉은 악마 컬러, 레드계열의 유니폼으로 쫙 빼입고 경기에 나섰다. 대한민국은 뉴질랜드와의 1차전에서 3-2로 승리를 하더니, 2차전에서는 4-3으로 승리했고, 마지막 3차전에서까지 4-3으로 승리함으로써 완승을 거두었다. 아주 박살을 내버렸다. 속이 다 시원한 경기였지만 한편으론 비행기타고 멀리서 여기까지 왔는데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장인 EMILY NAYLOR는 첫 번째 공식 경기에서 패한 후 ”현재 겨울 날씨를 가진 뉴질랜드에 비해 한국은 매우 덥기 때문에 선수들이 무더운 날씨에 적응하느라 체력소진이 심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공식경기에서도 연속으로 패하자 뉴질랜드 하키 공식 홈페이지는 ”Black Sticks Women upset in last minute“이라는 제목(다 이겨가는 경기가 막판에 뒤집어 졌다는 의미)으로 경기에 대한 보고를 업로드 했다. 매치보고서에서 어시스턴트 코치인 Chris Leslie는 3차전 경기에서 승리를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전반전에서 경기를 3-1로 리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선수들은 마지막 경기이니 만큼 더 열심히 뛰었고 공도 더 멀리, 더 정확히 보냈지만 후반전에 대한민국 공격수들의 쉴 새 없는 공격에 뉴질랜드 수비진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후반전에 한국선수들이 연속으로 3골을 득점함으로써 상황이 역전되며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뉴질랜드에게 좀처럼 온 승리의 기회가 리드하고 있던 상황에서 날아갔다. 사실 대한민국은 뉴질랜드보다 세계랭킹이 두 계단이나 아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은 이미 정상궤도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장인 EMILY NAYLOR의 경기 직후 모습 이아영

 

 

우리, 기적을 기대해도 되는 거지?

2012년 1월 23일 우리 대표팀은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열린 4개국 국제 하키경기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국이 우리나라 보다 랭킹이 높은 국가들이었다는 사실(아르헨티나 2위, 영국 4위, 뉴질랜드 6위). 특히 경기 마지막 날이었던 23일 결승경기는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우리 대표팀은 런던올림픽 개최국인 영국과 결승에서 만났다. 우리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서 선제골을 빼앗겼지만 김종은(아산시청)과 박미현(KT)의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공격으로 3대 2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수라는 평을 받고 박미현 선수는 이 대회에서 5골로 득점상과 베스트플레이어상을 쓸어온 주인공이다. 160cm의 작은 체구지만 뛰어난 개인기와 민첩한 플레이를 선보임으로써 상대팀 수비진을 교란 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 받는 선수이다.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 박미현 선수는 2006년과 2007년 연속으로 국제하키연맹이 선정하는 “YOUNG PLAYER"상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아시아하키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던 선수이다. 박미현 선수는 최근 출전한 국제 경기에서 매번 골을 넣음으로써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 하게 만든다.

 

 

“YOUNG PLAYER"로 선정된 박미현 선수 국제하키연맹 공식홈페이지

 

 

대한민국은 뉴질랜드와의 A매치 이후 올림픽 최종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임흥신 감독

임정우 코치

김 윤 코치

이선옥 선수

박선미 선수

문영희 선수

박미현 선수

한혜령 선수

김영란 선수

김종희 선수

김종은 선수

김다래 선수

차세나 선수

김옥주 선수

장수지 선수

전유미 선수

천슬기 선수

홍유진 선수

조은지 선수

박기주 선수

천은비 선수

 

선발된 선수들 중에는 이번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선수도 있고, 예전부터 대표팀 멤버로 호흡을 오랫동안 맞춰온 선수도 있다.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선옥(경주시청)과 에이스 박미현(KT)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어 오며 팀웍을 완벽하게 다져나가고 있기에 정말 든든하다. 이번 선발 명단 발표 후 대표팀 훈련을 끝까지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올림픽 선발명단에 오르지 못한 4명의 선수 이영실, 박승아, 김애경, 박지혜는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 여자 하키를 위해 뜨거운 기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4년 후에는 그들이 주인공이 될 무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하키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 여자하키의 역대 올림픽 성적은 1998년 서울 은메달, 1992년 바르셀로나 4위, 1996년 애틀랜타 은메달, 2000년 시드니 9위, 2004년 아테네 7위, 2008년 베이징 9위이다. 하키는 한국의 효자종목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아직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대진운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기대해볼만하다. 한국은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벨기에, 일본, 중국, 강호인 네덜란드, 영국과 A조에 편성돼 있어 4강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임정우 코치(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 하키 역사상 최고 성적이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하키 은메달리스트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현재 여자 대표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하는 주요인물이다. 대한민국 하키는 지금 정상을 향해 걷고 있다.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 분명 할 수 있다.

 

 

전반 경기 종료 후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대표팀 이아영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 국가(12팀)  
 A조 - 한국, 네덜란드, 영국, 중국, 일본, 벨기에
 B조 - 아르헨티나, 독일, 뉴질랜드, 호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일자

시간

구분

No.

대진

7.29()

13:45 ~ 15:15

A

예선

W3

한국 vs 중국

7.31()

16:00 ~ 17:30

A

예선

W10

한국 vs 영국

8. 2()

8:30 ~ 10:00

A

예선

W13

한국 vs 일본

8. 4()

10:45 ~ 12:15

A

예선

W20

한국 vs 네덜란드

8. 6()

16:00 ~ 17:30

A

예선

W28

한국 vs 벨기에

8. 8()

8:30 ~ 10:30

 

9-10

W31

A5vs B5

11:30 ~ 13:30

 

7-8

W32

A4vs B4

15:30 ~ 17:30

 

준결승

W33

A1vs B2

20:00 ~ 22:00

 

W34

A2vs B1

8.10()

8:30 ~ 10:30

 

11-12

W35

A6vs B6

11:30 ~ 13:30

 

5-6

W36

A3vs B3

15:30 ~ 17:30

 

3-4

W37

W33 패자 vs W34 패자

20:00 ~ 22:30

 

결승전

W38

W33 승자 vs W34 승자

대한민국 여자하키 경기일정 이아영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하키 경기는 7월 29일부터 8월 10일까지 13일간 경기가 펼쳐진다. 대한민국의 경기는 경기 첫날인 29일 오후 1시 45분에 중국과의 경기로 산뜻하게 시작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세계랭킹 5위인 중국과의 경기에 자신 있다. 2009년 동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만났을 때는 4대 1로 승리했으며, 지난해 9월 아시아 여자 챔피언스 트로피에서 만났을 때 역시 5대 2로 꺾으며 중국과의 경기에는 항상 3점 이상의 차이로 물리쳤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시야가 넓고 돌파와 슛팅력이 좋은 대표팀 막내 천은비 선수가 기대된다.

 

중국만 만나면 끌려가는 시점에서 동점골을 터트리거나 결승 연장전에서 역전골을 터트리는 주인공이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첫 게임인 중국과의 경기로부터 이틀 후인 31일에는 영국과의 경기이다. 사실 그 어느 경기보다도 많이 긴장될 "BIG매치"가 될 것 같다. 바로 올림픽 개최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올해 초, 4개국 하키대회 결승전에서 만나 코를 납작하게 눌러놓았던 것처럼 기죽지 말고 신나게 경기해줬으면 좋겠다.

 

 

빈틈없이 견고한 수비로 상대팀을 혼란스럽게 하는 공격수 김종희(아산시청) 선수 이아영

 

 

“언니 군단의 힘을 믿어라!”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 번, 세 번 출전하는 언니 군단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전투력이 탄탄해 보인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대표팀과 호흡을 맞춰 온 김영란은 올림픽을 앞두고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한 번 나가본 무대이기에,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설욕을 느꼈던 장본인이기에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이다. 웃는 모습이 특히 아름다운 김영란 선수^^ 그녀 특유의 긍정의 힘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승리 후 미소를 짓고 있는 김영란 선수 이아영

 

 

 대표팀에는 일명 ‘언니 군단’에 속한 28세 든든한 센터백 한혜령(KT) 선수가 있다. 그녀 또한 벌써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이다. 한혜령 선수는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한 2008년에 KT에 입단하여 국내무대에서 활약을 하다가 2010년 시즌에는 여자 하키 세계 랭킹 1위인 네덜란드로 팀 이적을 했다. 이 당차고 젊은 플레이어는 네덜란드의 명성있는 하키 팀인 “라른(Laren)”과 “피노케(Pinoke)”라는 팀에 입단해 18개월간 네덜란드 무대에서 활약했다. 그녀는 네덜란드 무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로 돌아와 국가대표 팀에서 경험 많은 언니 군단에서 팀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런던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와 8월 4일에 경기를 할 예정인데, 이 경기에서 한혜령 선수는 네덜란드 대표팀 중에서 라른(Laren)출신 동료들을 올림픽 무대에서 만나게 된다. 함께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대선수들의 특징을 잘 캐치하며 플레이를 능숙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 하키 클럽 피노케(Pinoke)에서 활약을 했던 한혜령 선수

네덜란드 사진작가 Kees Boelhouwer의 공식홈페이지

 

 

센터백인 한혜령 선수는 견고한 수비로 상대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찬스가 오면 공격으로 급습하는 무서운 괴물이다. 대표팀에서의 포지션은 수비지만 소속팀 KT에서 포지션은 공격이기에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로 꼽힌다. 한 선수는 네덜란드 전에서 뿐 만 아니라 중국, 일본, 영국과의 경기에서도 멋진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중국,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선수는 자신에게 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며 골로 연결하였다. 성공을 확신하며 겁 없이 질주하는 한혜령은 런던올림픽 경기에서의 활약이 주목할 만하다.

 

금메달을 딴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으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를 것만 같다고 답했다. 그녀는 생애 절반이라는 시간 동안 하키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부모님은 집안 환경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굴곡에 개의치 않고 늘 뒷바라지 해주시는데 집중을 하셨다고 한다. 요즘 들어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전화를 드리고 싶어도 생각만큼 매일 전화를 드리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는 그녀는 부모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 말했다.

 

 

대한민국 하키 국가대표 센터백 한혜령(KT) 선수 이아영

 

 

To. 여자 하키팀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정말 다사다난 했어. 솔직히 다들 알거야 체력적으로 힘들고 짜증나면 서로 예민해져있지. 이제 올림픽 30일 남았는데 지금이 중요한 거 같아. 정말 중요한건 배려와 부상주의라는 점! 마지막으로 상상하면 이루어진다. 알지? 꼭 이루자. 여자 하키팀 홧팅!!!”
From. 혜령

 

 

나는 이 기사를 준비하면서 문득 하키의 고장인 김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하키를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거절하고 역도를 한 것에 대해 잠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키에 매력에 너무 빠져 들어버린 것이다. 올 여름, 나는 누구보다 목이 터져라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적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여자 하키팀 파이팅!

 

 

평가전 현장(동영상) 보러가기- 클릭!  http://youtu.be/vI_iMph79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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