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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최초의 동양인, 여자, 최연소 국제 바이애슬론 연맹 김나미 부회장

 

 

 

 

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바이애슬론 경기 중 사격장면 국제바이애슬론 홈페이지

 

2012년 4월 26일,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인 한국체육대학교 체육과학연구소는 “스포츠와 과학기술의 융합 콜로키움”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날 각 동계스포츠 종목(컬링, 숏트트랙, 아이스하키, 루지, 봅슬레이, 바이애슬론)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스키를 들고 강연장에 나타난 바이애슬론 김나미 부회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바이애슬론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직접 장비를 가지고 오는 센스를 발휘했다.

 

“해외 시합 나가서 세관신고서 작성할 때 총기나 실탄이 있냐는 질문에 예스라고 적을 수밖에 없으니 공항에서 두 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보내요. 오늘도 여러분 보여드리려고 총 가져오려고 했는데 파출소에서 경찰 동행해야 한다고 해서 안 가져왔어요. 하하“


다소 엄숙할 수 있는 세미나 분위기에 웃음을 선사하며 바이애슬론의 매력을 우리의 가슴에 신선하게 꽂아준 그녀는 바로 현재 세계바이애슬론 연맹의 부회장 김나미.

 

 

김나미 부회장의 강연 모습 이아영

 

 

그녀는 얼마 전 모 퀴즈 프로그램에서 루지, 컬링, 바이애슬론 중에서 스키를 사용하는 종목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방송인이 “루지”라고 대답한 것을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바이애슬론은 생소한 종목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6학년이 된 아들도 엄마가 바이애슬론 세계연맹 부회장이 되었다고 말하자 “엄마는 부녀회장 경험도 있으면서 부회장 되신 것이 그렇게 좋으세요?”라며 엄마를 의아해했다며 청중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김 부회장이 실제 경기에서 사용했던 장비를 청중들이 보고 있다. 이아영


 

이름 앞에 바이애슬론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사실 그녀는 알파인스키 선수출신이었다. 독일어에 유창해 바이애슬론 연맹 통역을 하다가 종목의 재미에 푹 빠져들어서 친정인 알파인 스키에서 바이애슬론으로 시집을 왔다고 했다. 심폐지구력과 집중력이 강해야 잘할 수 있는 바이애슬론은 유럽, 특히 북유럽에서는 상당히 인기가 좋다고 한다. 4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경기 관람을 위해 몰려든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경기 도중에 실탄으로 사격을 하기 때문에 사격 시 굉장한 굉음이 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관중들이 실탄 소리에 마치 축구경기에서 골이 들어갔을 때와 같이 큰 함성을 지른다고 한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부러움이 느껴지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 경기장에 함께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2018년 평창에서 그 함성이 우리 대한민국 선수를 향해 다시 한 번 재현되길 꿈꾸고 있다.

 

 

국제연맹의 Executive 목록에 있는 유일한 동양인 국제바이애슬론 홈페이지

 

 

비록 현재 대한민국 바이애슬론의 수준은 세계 중위권에 있지만 부족한 선수, 지도자, 전문가의 투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평창 올림픽에서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을까?

 

그녀는 여자, 동양인, 최연소라는 핸디캡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제 바이애슬론 연맹의 부회장으로 선출이 되면서 대한민국 바이애슬론 폭풍성장에 까치발을 들게 만들었다. 국제 시합 시상식장에서 시상을 하는 그녀의 사진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웠다. 평창 알펜시아에 훈련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있는 골프장에서 날아오는 골프공을 피해 해외전지훈련을 떠나야 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보이던 그녀의 눈빛에서 시댁(?)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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