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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영화로 재조명한 스포츠의 역할

 

 

 

 

글 / 강동균 (스포츠둥지 기자)

 

 

 

38선이 그어진 한반도기를 눕히니 탁구대가 되는 놀라운 경험
최근 개봉한 영화 <코리아>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남북의 문제를 다룬 영화다. 남북의 모습을 그려낸 다른 영화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남북의 문제를 스포츠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1991년 사상 최초의 남북 탁구 단일팀을 다룬 실화였다. 41회 세계선수권 대회를 46일을 앞두고 남북한의 냉전 분위기를 와해하고 화해를 시도하고자 탁구 단일팀이 결성되며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었다.


 

<코리아> 공식 블로그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KAL기 폭파사건 이후 급격히 경색된 남북 간의 분위기를 와해하고 화해를 시도하고자 열린 1990년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체육 교류를 통해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고자 했던 남한과 북한은 당시 한창 붐이 일었던 탁구와 축구의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이에 사상 최초로 남북 탁구 단일팀을 결성하게 된다. 처음으로 함께 대면한 자리, 단지 남과 북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았던 그들은 서로 다른 말투와 생활방식, 그리고 이전까지 늘 라이벌로 마주했기에 더욱이 쉽게 경계를 풀 수 없었기에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것 그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이렇듯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 남과 북의 선수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억지로 한 팀이 되어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탁구’라는 스포츠가 가지는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쉽게 하나가 되기 어려웠던 남과 북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스포츠였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달랐지만, 탁구를 통해 드디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스포츠라는 장르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힘이 있다. 남북 탁구 단일팀 결성은 남과 북의 국민들이 스포츠가 가지는 외교적인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도 ‘국가대표’다
‘국가대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목은 아마 축구대표팀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국가대표>에서는 우리에게 생소한 스키점프 대표팀을 다루고 있다. 스키점프는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제는 누구나가 다 아는 종목이 되었다.

 

 

<국가대표> 공식 홈페이지

 

영화는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되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지만 한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결성된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 하기만하다. 변변한 연습장도 없이 점프대 공사장을 전전해야 했고 제대로 된 보호장구나 점프복도 없이 오토바이 헬멧, 공사장 안전모 등 만을 쓰고 맨몸으로 훈련에 임해야 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엉겁결에 나가노 동계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게 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나름 금의환향하며 올림픽 진출의 꿈에 부푼다. 그러나 한국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끝내 탈락하게 되고,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은 해체 위기에 처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스키점프라는 생소한 스포츠 종목이 많이 알려졌다’가 아니다. 물론,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비인기 종목의 선수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게 해준 좋은 계기였다. 하지만 <국가대표> 역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전철을 똑같이 밟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잊혀졌다. 오히려 주목할 점은 스포츠의 역할이다. 즉, 스키점프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유명해지기 위해 국가대표가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스키점프를 통해서 자신의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를 통해 흥미와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어느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 같은 감동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영화 <국가대표>처럼 어떤 누군가에게는 꿈을 심어준다.

 

백만불의 사나이? 아니 백만불짜리 다리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말아톤>은 장애와 마라톤이라는 소재를 통해 많은 반향을 불러왔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길고 험한 길, 마라톤을 장애인이 완주를 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 속 주인공 초원이는 엄마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가며 완주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 <말아톤>은 마라톤이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장애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현실적인 삶의 문제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는 역할까지 소화했다.

 


스포츠의 역할은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수준의 스포츠, 흥미를 느끼는 수준의 스포츠가 아니다.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를 좀 더 다가서기 쉽게 다루기도 하고, 꿈을 심어주고, 감동을 주고, 편견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꼭 잊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스포츠가 아무리 다양하고 좋은 역할을 하더라도, 우리의 관심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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