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非인기? 飛인기! 아시안게임을 향해 치고 달려라, 크리켓!

 

 

 

글 / 서우리 (스포츠둥지 기자)

 

 

        “치고 달려라”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야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매력을 가진 크리켓의 이야기이다. 한국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종목이지만 사실 전세계적으로 크리켓의 인기는 엄청나다. 영국의 국기(國技)인 크리켓은 英연방 국가인 호주, 뉴질랜드, 특히 인도에서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꼽힌다. 실제로 4년마다 열리는 크리켓월드컵 역시 축구 월드컵과 올림픽에 이어 시청률 3위를 기록할 정도다.

 

두 배트맨(타자)이 한 번 자리를 바꾸면 1득점, 위켓(wicket)을 맞추면 아웃!

 

크리켓 경기장면(좌), 위켓사진(우) ©서우리

 

 

크리켓은 야구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몇 가지 규칙만 알면 쉽게 경기를 이해할 수 있다. 한 팀은 총 11명으로 구성되며 경기는 타원형 모양의 경기장 가운데에 놓인 직사각형의 피치에서 이루어진다. 피치의 양 끝엔 스트라이크 존 역할의 막대 세 개가 놓여져 있는데 위켓(Wicket)이라고 불린다. 위켓의 앞에는 크리스(Crease)라는 선이 그어져 있는데 야구에서 베이스와 같은 역할이다. 투수 역할의 볼러(Bowler)는 공을 던지고, 타자 역할의 배트맨(Batsman)은 공이 위켓을 맞추지 않도록 배트로 쳐낸다.
 
타자가 아웃 되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쳐내지 못하고 공이 위켓을 맞추는 경우와 타자가 친 공이 땅에 닿지 않고 뜬 상태에서 바로 수비수에게 잡히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타자가 크리스를 벗어났을 때, 수비수나 포수 역할의 위켓키퍼(Wicket keeper)가 공으로 위켓을 맞추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공을 치고 달리는 사이에 수비수가 공을 잡아 위켓을 맞추는 경우, 헛스윙 후 크리스에서 벗어난 사이 위켓키퍼가 공을 잡아 위켓을 맞추는 경우이다. 야구와 달리 크리켓에서는 손에 든 배트만 크리스 안으로 들어와도 타자가 들어온 것으로 인정이 된다. 그래서 타자들은 배트를 땅에 끌면서 크리스 안으로 들어온다.

 


크리켓 공 사진, 크리켓 장비 착용 사진 ©서우리

 

 

크리켓에는 파울이 없다.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을 최대한 수비수들이 잡기 어렵도록 어느 방향으로든 쳐내면 된다. 타자가 친 공을 수비수들이 잡는 사이에 타자 두 명이 자리를 바꾸면 득점이 된다. 만약 쳐낸 공이 득점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되면 뛰지 않아도 무관하다.

 

11명의 선수 중 10명이 아웃 되거나 미리 정한 오버가 끝나면 경기가 끝이 난다. 1오버는 한 투수가 던지는 공 6개를 의미한다. 두 팀은 각각 한 번의 공격과 한 번의 수비를 하는데, 야구와 같이 삼진 아웃이나 공을 쳤다고 해서 무조건 뛰어야 하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타자 한 명이 혼자서 끝까지 살아남아 대량득점을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첫 번째 공에 아웃 되면 경기 내내 공 딱 하나만 보고 끝이 날 수도 있다. 공격 기회가 단 한번이므로 두 번째 타석이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외국인 유학생의 제안으로 시작해 국제대회 출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크리켓이 처음 시작된 곳은 성균관대학교이다. 성균관대 재학 중이었던 호주 출신유학생이 호주의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이 하고 싶어서 스포츠과학부에 의견을 전달했고, 협의 끝에 크리켓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이어진 성균관대학교 크리켓부는 국내에 유일한 크리켓 팀으로써 국제대회에도 대표팀 자격으로 참가해왔다. 현재는 정식 교양 수업 중 크리켓 수업이 마련되어 이 수업을 듣는 학생 중 계속해서 크리켓을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지원을 통해 크리켓부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약 18명으로 구성 된 성균관대 크리켓부는 비록 환경은 좋지 않지만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씩 모여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크리켓부 1기는 호주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에 참여, 한국인 최초 식스 기록까지

 

박정환씨(좌), 이환희씨(우) 사진 ©서우리

 

지난 5월 20일, 성균관대에서 진행 된 성균관대 크리켓부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외국인 연합 팀 간의 경기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처음 크리켓 팀이 만들어졌을 때 함께 했었던 1기 박정환씨와 이환희씨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재학생이 아니지만 여전히 크리켓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느껴지는 두 사람이었다. 1기 크리켓부 팀원들은 당시 세계크리켓연맹으로부터 옷과 경비 등을 지원받아 호주에서 열린 동아시아 대회에도 참가하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크리켓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배우기도 어려워서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이준혁씨가 캡틴으로 함께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야구에서 포수와 같은 역할인 키퍼를 맡았던 박정환씨는 당시 그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식스 기록을 남겨 현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식스’는 야구에서의 홈런과 같이 경계선을 넘어서 공이 떨어졌을 때 한 번에 6득점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날 두 선배가 경기장을 찾은 것처럼 여러 선배들이 졸업 후에도 학교를 찾아 후배들과 함께 크리켓을 한다. 실제로 현재 성균관대 크리켓 팀의 캡틴을 맡고 있는 분도 초창기 성균관대 크리켓부를 이끈 선배이자 한국 크리켓 협회의 부회장인 이화연씨다. 

 

 

11명이 함께 만드는 아웃의 감동, 협동심과 화합의 스포츠

 

성균관대 크리켓부 단체사진 ©서우리


 

크리켓을 실제로 하는 선수들은 크리켓만이 가진 재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크리켓부의 1기 멤버인 박정환씨는 하나의 아웃을 잡는 그 순간의 감동을 꼽았다. “경기 자체가 길고 한 사람이 시간 제한 없이 타석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런데 크리켓은 11개의 아웃만 잡으면 수비가 끝나기 때문에 야구보다 아웃 하나의 중요도가 크다. 그리고 그 아웃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11명이 모두 힘을 합쳐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아웃 하나를 잡고 선수들을 다 모여서 파이팅을 하며 좋아하는데 그 순간의 감동이 크리켓이 가진 매력이다.”

 

이환희씨는 협동심을 배울 수 있는 것을 크리켓의 매력으로 꼽았다. “크리켓은 경기를 할 때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11명이 하나가 되는 방법을 배우는 스포츠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끝나도 따로 만나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주최하기도 한다. 크리켓 같은 클럽활동을 했다는 것은 분명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하나의 커리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안 게임에서도 치고 달리는 한국 크리켓 대표팀이 되길!

 

현재 아시안게임을 위한 크리켓 대표팀은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아직 선수구성이 약해서 중구난방이지만 곧 대표선수를 뽑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철저한 대비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크리켓코치자격증을 해외에서 취득한 이환희씨는 조만간 대표팀을 모집하여 체계적인 훈련을 거치면 우승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 있을 아시안 게임에 앞서 많은 국민들의 크리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크리켓에 대한 관심과 대한민국 크리켓 대표팀의 멋진 활약, 모두를 기대한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