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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운동 선수들이 최적의 몸상태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뭐? 루틴!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대한민국의 마린보이 박태환. 그는 도하 아시안게임 3관왕, 베이징 올림픽 400m 금메달 수상 등 혁혁한 공을 세우며, 대한민국 수영 영웅이 된 선수다. 그의 경기를 보면 한 가지 특징을 알 수 있다. 그는 경기 시작 전 항상 커다란 헤드폰을 이용해 음악을 청취하며, 경기 시간을 기다린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로 활약 중인 박한이. 그는 타석에서 독특한 준비 과정으로 유명하다. 방망이를 오른쪽 겨드랑이에 끼고, 양쪽 장갑을 조이며 헬멧을 벗어 땀을 닦은 뒤 얼굴 아래에서부터 위로 훑은 뒤 타격자세를 잡고, 마무리로 땅에 자기만의 선을 그은 뒤, 투수의 공을 기다린다. 꽤 번거로운 동작이지만 박한이는 투수와 1구 1구 상대할 때마다 이와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러한 선수들의 습관적인 행동 절차를 ‘루틴’ 이라고 말한다. 루틴은 사전적 의미로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을 뜻하고, 스포츠 심리학에선 운동선수들이 ‘최상의 운동능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이상적인 몸 상태를 갖추기 위해 실행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동작이나 절차’를 말한다. 승부의 압박이 심한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선수들은 아무래도 긴장감 탓에 위축이 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럴 때 선수들은 루틴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이고, 마음가짐을 편안하게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이번엔 운동선수들의 다양한 루틴과 루틴이 가져다주는 효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루틴은 크게 인지적 루틴행동적 루틴으로 나뉜다. 인지적 루틴이란 긍정적인 생각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말한다. 앞서 설명한 박태환의 음악 청취는 인지적 루틴의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박태환은 음악을 들으면서 집중력을 높이고, 여러 가지 긍정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행동적 루틴이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체계화 시킨 동작을 말하고, 박한이의 타석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동작들이 행동적 루틴에 포함된다. 
 
모든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다양한 루틴을 찾아 볼 수 있지만, 대개 멘탈이 중요시 되는 종목인 야구와 골프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루틴을 많이 활용한다. 박한이처럼 타석에서 독특한 동작을 취하는 선수로는 과거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에서 활약하며 통산 5회의 올스타 경력을 자랑하는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있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오른쪽 배팅 장갑과 왼쪽 배팅 장갑을 번갈아가며 수차례 조이고 방망이를 돌리며 왼쪽 발끝을 한번 찍은 뒤, 오른쪽 발끝을 찍는 동작을 보였다. 당시로선 정신사납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독특한 준비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플레이만큼이나 그의 준비 동작 역시 큰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또 과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에서 좌완 불펜 투수로 뛰었던 존 로커 역시 독특한 동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불펜에서 등판 지시를 받으면 마운드까지 전력질주로 달려갔고, 마운드 위에선 투구 준비를 할 때 마다 모자를 벗어 땀을 닦은 뒤 글러브로 자신의 얼굴을 훑고, 유니폼을 터는 등 그가 보여준 요란한 동작은 그가 전성기 시절 보여줬던 시속 160km/h 패스트 볼 만큼이나 화제를 모았다.

 


박찬호 역시 루틴을 통한 몸 관리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선발등판 사흘 전 불펜에서 50개미만의 투구를 하며 몸 상태를 점검하고 휴식일에도 자신이 정해 놓은 불펜투구,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 등 철저한 모습으로 경기에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은 박찬호가 불혹의 나이임에도 현역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하며, 많은 한화 투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골프에선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 이란 용어가 있을 정도로 루틴은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프리샷 루틴이란 골퍼들이 샷이나 퍼팅을 하기 전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취하는 동작으로 대부분 프로골퍼들은 자신만의 프리샷 루틴이 존재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공 뒤편에서 전체적으로 퍼팅 상황을 살핀 뒤, 라인의 측면을 살피며 경사를 판단하고 홀 주변을 살펴본다. 그 후 공이 놓여있는 곳 뒤에 웅크리고 앉아 속도와 커브를 결정하고 연습 스트로크를 두 번 한 뒤 라인과 홀을 두 번 더 본 뒤에 퍼팅을 시도한다. 또 왼손잡이 골퍼로 알려진 필 미켈슨은 볼 후방에서 스윙을 한 뒤에 볼이 날아갈 궤도를 자신의 머릿속에 그리고 샷을 날릴 자세를 취한 뒤 왜글(손목의 힘을 풀기 위해 손목을 좌우로 흔들어주는 동작)을 하고 정확히 5초 후에 샷을 날린다. 


 
운동선수들의 이러한 루틴들은 스포츠를 처음 관람하는 사람이라면, “왜 저런 독특한 동작을 항상 취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며 다소 의아스런 반응을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루틴이 경기가 주는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주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루틴은 선수들이 긴장 또는 불안감이나 상대 관중의 야유 등으로 정신적으로 산만해지는 것을 막아주며, 플레이에 앞서 사전에 설정된 플레이과정을 제공함으로써 일관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 루틴. 혹시 경기장에서 어떤 선수가 독특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면, 한번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그 선수는 경기장을 찾은 당신을 위해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려고 ‘루틴’을 수행하는 것 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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