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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선수들의 상처Ⅰ : 굳은살 특집 1부

 

 

 

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운동선수들은 한 번의 완벽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수 없이 연습한다. 물집이 생기고 굳은살이 벗겨지는 것은 선수들의 일상이다. 어쩌다 긁힌 작은 상처쯤은 연고를 바르지 않고도 데리고 산다. 웬만한 감기나 복통으로는 운동 한 세션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운동선수들이다.

자, 여기 손이 재산인 선수들의 굳은살을 만나러 가보자.

 

 

 

1. 조정 
 조정 선수들은 추운 겨울에는 배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웨이트장이나 트랙에서 동계 훈련을 실시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배를 타기 시작한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많은 선수들의 손바닥에 불이 난다. 조정은 손바닥 전체를 다 사용하기 때문에 심할 때는 굳은살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굳은살은 선수들의 일상을 괴롭히기도 하는데 특히 샤워를 할 때다. 하남시청 정은지 선수는 “샤워를 하다 굳은살이 있는 것을 깜빡하고 평소처럼 얼굴을 문지르다 세게 긁히는 바람에 비명을 지른 적도 있고, 긁히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손등으로 세수를 하는 방법을 택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무엇보다도 괴로울 때는 찢어진 굳은살 사이로 비눗물이 들어갈 때이다. 이 때문에 숙소 샤워장에서는 가끔 비명 소리가 나는데 달려가지 않아도 왜 그러는지 선수들은 뻔히 알고 있다.

 

손바닥은 브래드와의 마찰로, 손등은 내리쬐는 태양에 괴로운 손 © 정은지

 

 

 굳은살이 심한 경우는 손에서 고름이 나오기도 하고 병균에 감염이 되기도 한단다.

 

 

손바닥 전체에 굳은살과 피고름이 생긴 서울시청 이선수 선수 © 이선수

 

과거 조정 선수였던 대학원생 계효석(25)은 손이 병균에 감염이 되면 어떻게 아프냐는 물음에 얼굴전체를 팍! 찌푸리며 “그냥 다 아파요. 너무 아파요. 손 전체가 움직이지를 못해요. 손이 그러니 운동을 쉴 수밖에 없어요. 통증 때문에 브래드(노)를 못 잡거든요.”라며 그 고통을 떠올리며 다시 인상을 썼다. 훈련하는 내내 뜨거운 태양이 손등을 굽고, 손바닥은 굳은살 때문에 뜨겁고 하다 보니 조정 선수들의 손은 쉴 틈이 없다. 조정 선수들, 정말 대단하다.

 

 

 

2. 사격

 
 

한국체대 고도원 선수의 좌, 우가 다른 손등 © 이아영

 

 

사격에서 소총을 하는 선수들은 한 손으로 총을 받치는 동작 때문에 손등에 굳은살이 생긴다. 고운 손에 까무잡잡한 굳은살이 있어 싫진 않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체대 1학년에 재학 중인 고도원 선수는 이러한 굳은살에 대해 그냥 당연히 여겨왔다고 한다. “사격선수이다 보니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거”라며 헤헤 웃는 그녀 모습이 정말 멋지다. 역시 프로다운 마인드다.

 

서울시청 노보미 선수는 초보 시절 굳은살을 뜯어내는 버릇 때문에 상처가 마치 사마귀 같아 보였다고 한다. “저도 여자다보니 예쁘고 흉 없는 손을 갖고 싶은데 이 굳은살이 있음으로 해서 1점이라도 더 잘 쏠 수 있다면 더 크게 생겨도 될 것 같아요. 음…….영광의 상처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서울시청 노보미 선수의 굳은살과 훈련모습 © 노보미

 


그녀는 사실 굳은살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사진 찍을 때 매번 손에 때가 낀 것처럼 나와서 싫다고 고백을 했다. 아름다운 손은 포기했지만 사격선수인 것이 자랑스럽고 지금도 이렇게 운동을 하고 있음에 만족한다는 그녀는 진정 인생을 즐기는 듯하다. 경기력을 위해서라면 더 크게 생겨도 될 것 같다니……. 그녀를 보니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3. 양궁
악수를 할 때마다 손바닥을 들키기 싫어서 얼른 터치만 하고 숨기기 바쁘다는 그녀들은 선수이기 이전에 여자이다. 하지만 여자이기 이전에 선수라고 생각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진정 멋쟁이다.

 

한국체대 김현주(좌), 정수미(우) 선수의 자리 잡힌 굳은살 모습 © 이아영

 

 

한국체대 김현주 선수는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보니깐 굳은살이 사라지지가 않는다며  운동을 할 때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 사람들과 악수를 해야 할 때가 종종 난감하다고 했다. “큰 시합 앞두고 훈련을 하면 팀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훈련장에 격려를 하러 오시는데 악수할 일이 많아져요. 난감하죠. 손 때문에 악수가 불편하니 말이죠.”
 
특별히 굳은살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느냐는 물음에 한국체대 정수미 선수는 사포나 커트칼로 굳은살을 깎아낸다고 말했다. 잘못 깎아내다가 피가 나기도 할 텐데 선수들은 이런 과정도 다 운동의 일부라고 생각을 한다. 한손으로는 활을 받치느라, 한손으로는 활을 당기느라 생긴 굳은살이다. 추운 겨울이 오면 굳은살 때문에 손이 뻑뻑한 기분이 든다는 말에 순간 안쓰럽기도 했지만 활 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활을 당기는 3개의 손가락과 활을 받치는 반대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굳은살이 있다. © 유성현, 김유미

 

 

인천시청 이지연 선수는 남들이 보기에 지저분해 보인다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훈장 같다며 그 마저도 소중히 여겼다. 매번 칼로 깎아내고 사람들과 악수할 때마다 불편한 점은 있지만 잘 키운 자식을 바라보듯 뿌듯해 했다.

 

 

훈장과도 같다는 이지연 선수의 손 © 이아영

 

 

 

 

 

 

'굳은살 특집' 2부에 계속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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