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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울산 모비스 구본근 대리, 중학교에 떴다!

 

 

글 / 문영광 (스포츠둥지 기자)

 

 

       당신은 90년대 농구대잔치를 기억하는가? ‘별들의 고향’ 연세대 농구부를 기억하는가? 만약 농구대잔치 시대(?)의 최고 인기팀 연세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상민, 서장훈 뿐 아니라 ‘구본근‘이라는 이름 역시 기억할 것이다.

 

연세대 황금기의 주역 중 한명이자 현재는 울산 모비스 프로농구단 프런트로 맹활약하고 있는 구본근 선수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일중학교에 떴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주관하는 ‘토요체육학교 스포츠스타 강습회’에 강사로 자원하여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구본근 선수가 서일중학교 학생들에게 체스트 패스를 가르치고 있다. ⓒ 문영광

 

 

지난 5월 26일 토요일, 구본근 선수가 서일중학교 농구클럽 학생들과 2번째로 만나는 자리에 동행했다. 총 5회에 걸쳐 진행되는 ‘토요체육학교 스포츠스타 강습’은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스포츠 스타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운동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껴야죠. 엘리트 체육을 하는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의 습득을 강요하기 보다는 농구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혼자서도 지속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강습의 중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농구에 대한 흥미를 느끼면 지속적인 운동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체력향상에 도움을 주어 학업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이번 스포츠스타 강습회의 정답을 찾은 듯 했다.

 

사실 구본근 선수는 선수로써는 다소 늦은 중학교 3학년 때 농구부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앞서가는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그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는 자신이 느끼지 못한 운동의 재미를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구본근 선수와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본기를 익히고 있다. ⓒ 문영광

 

 

그는 연세대 신입생 시절인 94-95 농구대잔치에서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당대 최고의 빅매치인 삼성전자와 연세대의 경기에서 1년 선배 서장훈의 부상으로 대신 투입되어 구본근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린 이후 연세대의 우승을 이끌며 화려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가혹한 운명 탓인지 프로에서 부상과 부진 등의 악재로 어린 나이에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는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모비스 코치직도 경험하고 구단 매니저로 7년이나 일했다. 현재는 모비스 구단의 프런트로써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구단 프런트 일과 비교했을 때)일장일단이 있지만, 복장도 편안하게 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조금은 더 편하다”는 그는 “농구는 보기와는 달리 운동량이 상당한 운동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체력에 도움이 될 것이고, 한창 자라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이 수직운동을 통해서 성장판에도 도움이 된다.”며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농구는 매우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소감에 대해 그는 “명예체육교사 자격증을 썩히지 않고 이렇게 재능기부 할 수 있어서 매우 좋고, 매일 사무실에 있는 것이 답답하기 때문에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강습을 시작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구본근 선수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약간은 소극적인 반응의 학생들에게 자신이 먼저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가며 열정적으로 강습을 진행했다.

 

첫 시간의 1학년 학생들에게는 농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체스트 패스와 바운드 패스를, 두 번째 시간의 2,3학년 학생들에게는 패스를 받은 후 레이업슛까지 이어지는 동작을 가르쳤다. 잘하는 학생에게는 연신 “굿샷!”을 외치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조금의 실수라도 있을 시에는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시 가르친다.

 

계속되는 기본기 훈련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배우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묻어 나온다. 반복적인 기본기 훈련에 대해 그는 “환자는 밥을 먹기 전에 죽을 먼저 처방하고,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가야하는 것이 이치다. 농구도 기초부터 가르쳐야 제대로 게임을 뛸 수 있으며 그 때 비로소 농구의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2,3학년 학생들에게 자세를 일일이 교정해주며 지도하는 구본근 선수 ⓒ 문영광

 

 

이러한 방침을 반영하듯 45분 정도 반복된 훈련이 지나자 “자, 이제 배운걸 써먹어야지!” 하며 5대 5 경기를 제안했다. 학생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적으로 배운 동작을 실제로 경기에 적용해보며 즐거워도 하고 아쉬워도 했다.

 

강습에 참가한 강민석 군(서일중 3)은 “기본기 훈련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유명한 선수에게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일주일에 거의 매일 농구를 하는데 다른 학생들보다 체력이 좋고 공부할 때도 잘 지치지 않는다.”고 했다. 점차 강습회의 효과가 드러나는 것 같아 기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5대 5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서일중학교 농구 클럽 2,3학년 학생들 ⓒ 문영광

 

 

스포츠스타 강습, 담당 교사의 의지가 중요하다.

서일중학교 농구 클럽을 담당하고 있는 황명성 선생님은 “연대 시절 이름을 날리던 구본근 선수에게 우리 학생들을 맡기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라며 강습회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서일중학교 농구 클럽은 1,2,3학년 합쳐 총 24명 정도로 운영되고 있는 교내 스포츠 클럽이다. 클럽 운영과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황명성 선생님은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서 오래 전부터 농구를 즐기고 있고, 교직에 있는 현재까지도 농구 클럽을 맡아서 지도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농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학생들이 유명한 선수출신 선생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매우 열심히 참여하기 때문에 단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더구나 작은 것 하나도 전문적으로 가르치시기 때문에 학생들 뿐 아니라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라며 토요체육학교 스포츠스타 강습회가 자신에게는 매우 고맙고 도움이 많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구본근 선수(中)와 서일중학교 농구 클럽, 그리고 황명성 선생님(左) ⓒ 문영광

 

 

이렇듯 이번 스포츠스타 강습회가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직접 담당하는 교사의 애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강습회를 통해 나름의 노하우를 연구하고, 강습회가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학생들을 이끌면서 구본근 선수가 말했던 ‘흥미’를 유지시켜 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나아가서 학교 차원에서도 더 알찬 시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담당 교사와 학생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스포츠스타 강습회가 그저 그런 행사가 되지 않고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마다 강습회가 열리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체육인재육성재단 사업운영팀의 정재형 대리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비록 힘들 때도 있지만 매주 현장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스타 선수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학교를 보면 대개 강습회에 대한 담당 교사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담당 교사의 의지가 프로그램의 중요한 성공 요인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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