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훈기 (한양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몇 년 전부터 뛰거나 걷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마라톤 대회도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까 사고도 많아졌다. 특히 건강하다고 생각하던 가장이 완주를
목전에 두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고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생기고 있다.
그 것 뿐이 아니다. 유명한 유럽의 프로 축구 선수가 경기도중 갑자기 쓰러져 급사를 하기도 하고,
국내의 유망한 배구선수가 갑자기 사망을 하기도 한다.
운동은 항상 좋은 것이고 과연 안전한가?
그리고 운동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권리인가?
이에 대한 답은 준비된 운동이 아니면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건강하고 심장이나 폐, 근육, 뼈 관절에 이상이 없는 사람들은 운동을 서서히 시작하여
2-3개월 내에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면 굳이 사전에 운동 적합성 판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래의 7가지 질문에 대해 어는 하나라도 예에 해당하면 일단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2) 가슴에 통증을 자주 느낀다.
3) 현기증이나 어지럼증이 있다.
4) 혈압이 높다고 진단 받았다.
5) 관절이나 뼈의 병이 운동을 하면 심해진다고 했다.
6)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정이 따로 있다.
7) 65세 이상이면서 심한 운동을 해본 적은 없다.
운동을 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검사는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고 그리 복잡하지도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가 직접 운동을 하려는 사람의 건강 상태를 잘 들어 보고 신체진찰을 하는 것이다.
검사는 콜레스테롤, 소변검사, 가슴 사진, 빈혈 검사 등 몇 가지 기본 검사와 운동을 단계별로
시켜 보아 심폐지구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운동부하검사를 필요한 경우만 추가로
시행하는 정도이다.
만약 격렬한 운동(마라톤, 스쿼시, 경기 종목 운동)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으로 위에서 제시한
운동전 점검 설문에 몇 가지가 해당하거나 심장 이상이 의심되면 심장 초음파 검사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장 초음파 검사는 심장 근육의 두께를 포함한 심장의 구조를 알아보는 검사로서
운동 중 급사를 하는 원인에 해당하는 병을 미리 찾아내기 위함이다.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거나,
심장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직계 가족이 있는 경우 중 2가지 이상이 해당되고 심장과 폐에
불편함이 있다면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보아야 한다.
운동부하검사는 런닝머신이나 고정식 자전거에서 단계별로 운동 부하를 늘려가며
산소 소모량과 혈압, 맥박, 심전도를 체크하여 최대 운동 능력을 알아보고
운동 도중에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를 알아보는 검사이다.
준비와 정리 시간을 포함해도 1시간에 이내에 검사를 마칠 수 있다.
운동부하검사에서 실제로 측정한 자기의 최대 맥박수를 기준으로 60-85%범위에서 운동을 한다면
가장 안전한 운동 강도이면서 심장과 폐를 강하게 해주고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운동을 하는 셈이 된다.
특히 평소 쉴 때나 운동 중에 가슴에 불편함이나 어지럼증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운동부하검사가 심장의 문제 여부를 밝혀주는 좋은 방법이 된다.
이제까지 운동을 하기 전에 여러 사전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고 어떤 조건이 있으면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권고 하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 하는 걷기 운동을 하는 데도 검사를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약간 숨이 차다고 느끼거나, 혹은 속옷이 땀에 베일 정도의 적당한 강도로 하는 운동,
예를 들면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는 데 아무 불편함을 못 느낀다면 굳이 검사를 할 것도 없고 의사를
꼭 만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심장에 좀 이상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조금이라도 가는 상황이라면
꼭 의사를 만나고 앞에 제시된 검사들을 받아 보는 것이 안전하다.
마라톤이나 구기 종목의 운동은 대개는 중간 정도의 강도를 넘어서 격렬한 운동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에 심장병의 내력이 있다거나 자기가 심장병의 위험요소인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있으면 그 때는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마라톤 대회 주최 측에서
참가자들에게 운동 전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의 몸 상태가
불안 하다고 생각하면 등록 전에 자가 보고를 하고 의사로부터 사전 점검을 받은 증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내 나이 또래의 남들이 많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운동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안전선이 정해진 것이 운동이다.
자기 보호 차원에서 처음 운동을 시작한다면 운동 처방을 한 번 받아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정신과를 정신 나간 사람만 가는 것이 아니듯이 운동 별로 노하우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맞춤식 운동을 처방 받아서 시행하면 다치는 것도 덜하고 체력 향상이나 건강 증진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순발력, 균형감각, 민첩성, 협응성 등을
측정하면 운동 종목에 따라 많이 사용하게 되는 근육을 보강해 주거나 종합적인 운동 능력을
향상 시키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예를 들면 테니스를 하고자 할 때 오른 팔의 근력을 측정하고 이를 기초로 부족한 만큼 균형을
잡아 주기 위한 근력 운동을 추가한다면 그만큼 편하고 멋있게 파워 있는 동작을 할 수 있다.
운동이 힘에 부쳐 못한다거나 운동으로 인한 부상으로 인하여 운동을 중단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의 운동 상담과 처방을 받아 볼만 하다.
여유 있게 3개월 정도의 체계적인 운동 마스터플랜을 한 번 정도 상담 받고,
자기 신체 상황에 가장 알맞은 정도의 운동 강도, 운동의 증가 속도 등을 잘 안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그만큼 운동은 보약으로서 역할을 다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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