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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운동선수, 공부하며 운동하면 안 되겠니?

글 / 서경화 (용인대학교 농구감독)


21세기 대한민국 스포츠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종합성적인 7위를 기록하였으며, 피겨여왕 김연아와 수영신동 박태환의 승승장구도 가세하여 그 어느 시기보다 화려한 황금기를 맞이하고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직 승리에만 족쇄 채워진 학교스포츠의 짙은 그늘을 다시 한 번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등 제일주의만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학교스포츠는 청소년들이 가장 중시해야 하는
수업참여에 대한 소홀함이 전 스포츠 종목을 불문하고 일반화
되어 있다.
이는 결국 인성교육의 부재와 함께 선수의 인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운동선수들의 현실은 학생이기 전에 오직 선수뿐이었으며
학생의 기본 의무인 공부는 등한시되고 있으며, 학부모와 선생님, 운동부지도자의 방치에서부터
주변 환경적 상황마저도 오직 운동선수에로 내몰리고 있다.

유형열은 많은 청소년 운동선수들이 정규수업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되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수업시간에도 훈련하고, 훈련하지 않을 경우 합숙소에서 쉬거나 잠을 잔다.
어쩌다 수업에 들어가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다."

문제는 기초학력이 전혀 갖추어 있지 않고 사회적 학습도 부족해 운동 이외
다른 것에 대한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사회의 낙오자가 되기 십상
인 것이다”(경향신문, 2008. 11. 12.).
또한 장지연은 이에 “운동선수들이 공부는 일체 포기하고, 운동만 하는
우리나라의 엘리트선수 육성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르자 정부와 체육계에서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최저학력제’를 도입했다”(국민일보, 2008. 12. 30.)고 밝혔다.

그러나 운동과 공부를 병행시키려는 정부정책의 시도와는 달리 현실과는 괴리감이 존재한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전국대회에서 입상해야 하는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운동에 매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듯하다.
공부와 운동의 병행은 이도저도 안 된다는 불안심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며,
이는 학교체육이 운동기계를 양산해 온 폐단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문제이다.

                                                                                     이미지출처 <연합뉴스>

그러므로 학교스포츠에서는 균형 있고 안정된 운동선수의 성장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
하다.
따라서 공부와 운동을 철저히 병행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학교체육을 살펴보는 것은 최고를 지향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직시하고 왜곡되지 않은 균형 잡힌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승리지상주의에 희생되지 않는 학교스포츠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NCAA는 대학운동선수들이 공부와 스포츠를 병행하면서 최고의 운동선수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대학체육협회이다. NCAA의 이념은 공부하는 운동선수이다.
공부만 해서도 안 되고, 운동만 해서도 안 된다.
운동과 공부를 함께 병행하는 것이 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생리적으로 힘들게 할지라도
그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공부가 선수들의 지적 능력 향상을 지향시키고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들을 양성시킨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
이다.

또한 대학에서는 선수 개인에게 튜터제(tutor)를 실시하여 선수들의 성적을 관리하는 한편
우수한 선수의 경우에도 성적이 나쁘면 대회출전 금지 및 퇴학조치를 강행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대학에서의 우수한 선수생활은 훈장과도 같다’는 선수 개개인들의 이념이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드는 기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8만여 개의 지역스포츠 클럽이 활성화 되어있는 독일은
학교에서 귀가 후 스포츠 활동을 권장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지역생활체육 시스템을 통하여
우수한 청소년 선수들을 발굴하고, 많은 스포츠지도자들은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우수한 잠재성을 지닌 청소년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기숙사인
‘엘리트슐레(eliteschule des sports)’에서 합숙 생활을 한다.
‘엘리트슐레’는 청소년 운동선수들이 지역학교에서 공부하고 귀가한 후,
보다 전문적인 운동기술을 배우며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
이다.

일본의 학교체육은 ‘일인일기(一人一技)’라고 하는 학교체육 방침에 따라
전교생에게 스포츠를 권장하고 있으며, 대부분 학급의 20%가 운동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공부를 못하면 운동도 그만두어야 하고, 성적이 떨어져서 유급이 되면 선수생활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
운동시간은 주로 선수의 수업시간을 피해 훈련 시간을 맞춘다.

이와 같이 스포츠 선진국들의 학교체육을 살펴보면,
학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강조
되고 있다.
운동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며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같이 어릴 때부터의 공부가 좋은 버릇이 되어
좋은 습관이 생기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하는 좋은 습관은 길들이는 데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자 한다면 좋아하는 것들이 싫어질 때 그들은 절망한다.
공부가 그들에게 고통스럽고 힘들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공부하는 자세에서부터 교육의 효과는
배가되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운동선수들에게 하루일과 중 시간의 배분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따라서 지루하게 이루어지는 훈련시간은 ‘공부와 병행하는 학생선수들에게
체력의 한계를 가져오고 비효율적인 결과만이 양산될 뿐이다.

많은 시간의 연습만이 훌륭한 경기력을 낳는다는 원시적인 발상은 이제 변화되어야 마땅할 것이며,
짧고 굵게 훈련하고 선수가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고를 지닌다면
머지않아 진정한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경화·안용규, 2002).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변화 그 자체뿐이다’ 라고 언급한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청소년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틀 속에서 성장할 때,
교육은 세상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최고의 무기이다.

선수들이 공부하는 것이 화제가 되는 것보다는 공부하는 선수가 당연시되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 이것이 자연스럽게 공부와 운동의 조화로운 병행으로 이어질 때,
미래 엘리트스포츠를 위한 발전에 있어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것이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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