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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과연 골프는 대중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글 / 남상우 (충남대학교 스포츠사회학 연구실장)


골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쉽게도 그 대부분은 ‘부정적’인 것들이다.
정치, 비리, 금품수수, 환경오염처럼 말이다.
골프가 대중화되는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하는 이러한 이미지는 그렇지만,
비단 골프는 대중화될 수 없는 스포츠 중 하나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골프는 대중화 되어야 한다

우선, 골프에 대한 대중화를 지향하는 의견과 그에 반(反)하는 의견을 정리해보자.
먼저 골프의 대중화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그 이유를 국위선양과 운동의 효과, 경제적 효과 등 크게 세 가지의 차원에서 설명한다.

박세리나 김미현 선수처럼, 많은 한국선수가 국제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해준 덕분에
우리나라의 국위가 많이 향상되었고, 때문에 이런 선수를 더 길러낼 수 있도록 골프를
대중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다른 이유는 골프의 운동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최소 12Km를 ‘유쾌하고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 골프라는 것.

더불어 순발력과 민첩성을 길러줄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효과가 거론된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이유일 텐데, 골프산업을 육성하는데,
또한 해외골프에 수반되는 엄청난 비용을 국내로 유입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골프의 대중화라는 것이다.

골프는 대중화되기 힘들다

이와 다르게 어떤 이들은 한국에서 골프가 대중화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가 대중화되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조건, 즉 관람과 참가가 용이해야 하는데,
골프는 그게 어렵고 나아가 환경과 인식의 문제
역시 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참가의 문제다. 최근 파크골프장과 같은 ‘변형 골프’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골프를 한 번 치는데 드는 비용은 적어도 20-30만 원 이상이다.
때문에 골프를 하려면 이 정도의 돈을 수급할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만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골프장은 지방 외딴 곳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 자체가 매우 열악하다. 이 때문에 참가하고자 할 때는 웬만한 결심 없이는 힘들다.

혹자는 “그렇기에 골프장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고 하는데, 국토 당 골프장 비율을 보면,
이런 의견도 수긍하기 어렵다. 이 비율이 일본의 경우 0.04%인데, 우리는 이미 0.5%가 넘은 상황이다.
이미 골프장은 많다는 거다.

                                     한 지역의 골프장 건설현장과 골프접대 추방을 위한 환경연합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골프장은 환경문제와도 첨예하게 얽힌다.
지형 자체가 산이 많은 나라인지라, 골프장을 지으려면 산을 깎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잔디를 보존하고자 엄청난 양의 농약을 뿌린다.
비록 환경오염평가로 이를 만회하고 최소화한다고는 하지만, 부작용은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요즘이야 덜 하지만, 90년 대 후반까지(하기야 그 땐 IMF라 더 그랬겠지만) 골프백을 메고 다니면
엄청 부자처럼 인식되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추어지곤 했다.
이러한 시선과 사회적 부위기는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골프의 대중화, 그 회의적인 시선

"2006년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네 개 종목 프로경기 관중수가 705만 명인데 비해
2006년 직접 경기를 한 골프동호인이 2천만 명이란 점에서 스포츠골프는 이미 대중 스포츠의
시대에 도래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 진정한 골프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음을 시사한다."

골프문화 발전을 위한 학문적 과제와 미래방향이라는 주제의 한 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수요가 많으니까, 대중화 방향으로 나가자는 게 이 글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들 논리를 수용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골프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세금의 문제,
법적 제약의 문제,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의 문제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가 과연 누구의 수요인지는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골프를 서민들이 즐기는 대중스포츠라 보긴 어렵다.
참가의 경제적 위계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만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꿎은 환경을 괴롭히면서까지 골프장 많이 건설하고,
대중화시켜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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