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인재육성재단 = 이철원]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장거리 종목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은 최근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표 생활을 하면서 심리치료를 권유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해외만큼 보편화되어 있진 않다. 만약 선수들이 자신의 심리를 조절하는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올림픽 챔피언 이승훈마저 필요성을 언급한 스포츠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스포츠 심리학의 이해(Understanding Sport Psychology)'에 따르면 스포츠 심리학은 개인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에 참가중인 선수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이 경기 결과와 개인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한 가지 부분이 바로 '사회적 요소(social factors)'이다. 예를 들면, 왜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들은 경기 도중 상대편과 싸울 때 하키 장갑을 벗는 것일까? 촉망받던 농구 선수가 갑자기 난조에 빠지는 것은 왜일까? 정답은 바로 '부담감'이다. 아이스하키는 상당히 공격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관중에 의해 상대편과 더욱 열정적으로, 거칠게 싸워 이기길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투극이 벌어졌을 때 그들은 장갑을 벗어 던지고 맨주먹으로 상대편과 싸우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팀을 이끄는 농구선수는 항상 팀을 챔피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싸우게 되며, 그 부담이 선수의 능력을 덮어버리면 알 수 없는 부진으로 선수를 끌고 가는 것이다.
전국대학농구연맹전 MVP에 빛나는 연세대 출신 최승태(31 전 오리온스) 선수를 기억하시는 농구 팬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연세대 3학년을 마치고 KCC에 드래프트된 최승태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오리온스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선수로서 젊은 나이에 은퇴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일곱 번에 이르는 무릎수술이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미국 테네시대학교에서 연수중이던 필자가 우연히 최승태를 만나게 됐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연세대 농구부 김택훈 선배의 집을 방문한 최승태가 미국 알라바마 버밍험 대학교에서 영어연수와 남자농구팀 매니저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을 땐 다소 의외였다. 당연히 아직 현역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최승태는 이른 은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릎 수술을 일곱 번이나 받다 보니 내가 겁이 났다. 또 다른 부상과 수술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심리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고민 끝에 선수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며 선진농구를 익혀보기 위해 미국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일곱 번의 수술과 재활을 거치면 현역생활을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최승태가 필자와의 대화에서 스스로 말했듯이 수술을 받고 난 후 스포츠심리학자나 상담가에게 심적 안정에 대한 부분을 상담 받을 수 있었다면 그의 선수생활이 지금과는 다른 길로 전개됐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 몸 컨디션은 좋지만 심리적인 압박이 느껴진다는 것, 이것은 생각보다 선수에게 큰 압박을 가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스포츠 심리치료 실태를 알려주고 싶다.
테네시대학교 스포츠의학 학부에서 선수 경기 감독(Athletics Director)을 맡고 있는 Jenny Moshak은 수업 시간에 미국 대학스포츠의 재활 시스템을 설명해줬다.
대학 스포츠에서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크게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스텝1과 2, 그리고 4는 한국과 별 다를 바가 없지만 스텝3가 한국과 미국의 차이였다. 재활을 거친 선수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심리적인 상담을 받고, 스포츠심리 전문가가 허락을 내려야만 코트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 프로 선수였던 최승태가 받지 못했던 도움을 미국에서는 대학 선수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심리적 치료와 상담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며 투자를 아끼는 선수와 코칭스텝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 부분을 강화하는 것은 육체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테네시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Dr.Becky 교수는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끈에 추가 달린 도구를 주며 마인드 컨트롤만으로 그 추를 움직여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 추는 학생들이 마음먹은 대로 가볍게 움직였다. Dr.Becky가 "왜 이것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필자가 "우리의 근육은 심리적인 요소에 의해 컨트롤 당하기 때문이다"고 답하자 그녀는 내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하이파이브의 의미는 선수가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있다면 근육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되고 또 다른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심적인 부분 역시 육체적인 조건에 의해 컨트롤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선수가 시합에서 성과를 얻고 싶어 하는데 심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이 동시에 준비되지 않았다면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신체적 조건과 심리적 조건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한국을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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