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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최승태와 스포츠심리학








글/이철원(前 한경닷컴 엑스포츠뉴스 기자)

 

'스포츠 심리학의 이해(Understanding Sport Psychology)'에 따르면 스포츠 심리학은 개인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에 참가중인 선수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이 경기 결과와 개인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한 가지 부분이 바로 '사회적 요소(social factors)'이다. 예를 들면,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들은 경기 도중 상대편과 싸울 때 하키 장갑을 벗는 것일까? 촉망받던 농구 선수가 갑자기 난조에 빠지는 것은 왜일까? 정답은 바로 '부담감'이다. 아이스하키는 상당히 공격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관중에 의해 상대편과 더욱 열정적으로, 거칠게 싸워 이기길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투극이 벌어졌을 때 그들은 장갑을 벗어 던지고 맨주먹으로 상대편과 싸우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팀을 이끄는 농구선수는 항상 팀을 챔피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싸우게 되며, 그 부담이 선수의 능력을 덮어버리면 알 수 없는 부진으로 선수를 끌고 가는 것이다.

전국대학농구연맹전 MVP에 빛나는 연세대 출신 최승태(30. 전 오리온스) 선수를 기억하시는 농구 팬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연세대 3학년을 마치고 KCC에 드래프트된 최승태는 2010년 시즌을 끝으로 오리온스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선수로서 젊은 나이에 은퇴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일곱 번에 이르는 무릎수술이었다.

대학/프로농구와는 별다른 추억이 없는 필자가 '최승태'라는 이름 석 자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듯이 그는 분명 최고의 재능을 지녔던 가드였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그를 지도했던 강화석 전 양정고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최승태를 꼽을 만큼 그는 최고의 선수가 될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과거 강화석 감독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승태는 몸만 건강했었으면 최고의 선수가 됐을 텐데 부상이 너무 잦아서 안타까웠다"라고 회상했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미국 테네시대학교에서 연수를 간 필자가 며칠전 우연히 최승태 선수를 만나게 되었다.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테네시대학교 남자농구팀 인턴쉽 코치를 하고 있는 김택훈 선배의 집을 방문했는데 예기치 않게 그곳에서 최승태 선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연휴를 맞아 연세대 농구부 김택훈 선배의 집을 방문한 최승태가 미국 알라바마 버밍험 대학교에서 영어연수와 남자농구팀 매니저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을 땐 다소 의외였다. 당연히 아직 현역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최승태 선수는 이른 은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릎 수술을 일곱 번이나 받다 보니 내가 겁이 났다. 또 다른 부상과 수술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심리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고민 끝에 선수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이어 "난 욕심이 많다.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고 싶은데 잦은 부상으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보니 선수로서의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찾기로 결심했고, 선진농구를 익혀보기 위해 미국에 오게 됐다"며 미국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물론, 일곱 번의 수술과 재활을 거치면 현역생활을 이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최승태 선수가 첫 수술을 받고 난 후 스포츠심리학자나 상담사와 심적 안정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면 그의 선수생활이 지금과는 다른 길로 전개됐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포츠 환경에선 극소수의 스포츠 스타 외에는 이런 상담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더욱더 안타깝다.

내 몸 컨디션은 좋지만 심리적인 압박이 느껴진다는 것, 이것은 생각보다 선수에게 큰 압박을 가해온다.

최근 테네시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Dr.Becky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수업 도중 그녀는 학생들에게 끈에 추가 달린 도구를 주며 마인드 컨트롤만으로 그 추를 움직여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 추는 학생들이 마음먹은 대로 가볍게 움직였다. Dr.Becky"왜 이것이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필자가 "우리의 근육은 심리적인 요소에 의해 컨트롤 당하기 때문이다"고 답하자 그녀는 내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이처럼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있다면 내 근육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되고 또 다른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삶에 있어 발생하는 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다.

필자가 Dr.Becky에게 "반대로 우리의 심적인 부분 역시 신체적인 조건에 의해 컨트롤 당할 수 있다. 어떤 선수가 시합에서 성과를 얻고 싶어 하는데 심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이 동시에 준비되지 않았다면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함과 동시에 수업이 끝났는데 Kinesiology 학장인 Dr.Thompson이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악수의 의미는 '심적인 부분이 컨트롤 되지 않는다면 신체적 조건을 더욱 더 발달시켜라. 그러면 심적인 부분마저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신체적 조건과 심리적 조건을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대해선 선수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며 글을 마치겠다.

[사진 = 김택훈(), 최승태() (c) 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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