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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올림픽에 숨은 통합정신과 차별의식




글/하남길(경상대학교 교수)




2012년은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다. 전 세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다. 올림픽을 생각하면 “운동경기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하는 의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누가 언제부터 춤을 추었는지를 찾아내는 일처럼 어리석은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운동경기의 역사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통해 추정되어 왔다. 기원전 900-700년경에 전차경주, 권투, 레슬링, 달리기, 도약, 투원반, 투창, 궁술 등과 같은 경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경기는 동료 전사(戰士)가 전사했을 때 그 영혼을 달래기 위해 개최된  장례경기(Funeral Games)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러한 전통은 그리스 사회문화로 정착되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제우스를 향한 제례 경기였던 올림피아제였고, 그것이 계승된 것이 오늘날의 올림픽이다. 그런데 올림픽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통합 정신과 차별 의식이 공존함을 알 수 있다.

고대 올림픽은 통합과 평화의 개념을 담고 있다. 그것은 ‘성스러운 휴전에 관한 조약’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올림픽 정전(Olympic Truce)’은 당시 내전 상태에 있던 각 도시국가(polis) 사이의 평화와 통합을 의미했다. 올림피아제가 개최되면 전쟁도 중지했다. 고대 올림픽의 상징적인 의미는 근대 올림픽의 부활과 함께 계승되어졌다. 스포츠를 통한 국제사회의 평화․친선․우호의 이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고대 올림픽에는 운동만 잘 한다고 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수한 그리스 혈통의 남자로서 정치․종교적인 형벌을 받은 적이 없는 깨끗한 자여야만 했고, 엘리스의 역원(役員)이 덕(德)․체(體)․지(智)를 겸비한 자라고 인정한 남자에게만 출전자격이 주어졌다. 그리고 선수로 뽑히면 10개월 이상 김나지움(학원)에서 훈련을 받고 엘리스에서 올림피아까지 행군하며 경기 중 부정․비열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제우스 신 앞에 맹세하는 의식을 거쳤다. 이러한 내용은 고대 올림픽 출전자는 상류층 귀족이었음을 뜻한다. 근대 올림픽도 긴 세월 동안 힘과 기량만 보고 무조건 출전자격을 준 것이 아니었다. 상류층인 아마추어만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추어란 말은 상류계층을 뜻하는 계급적인 용어였고, 아마추어리즘 규정은 노동계급 참여의 배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1912년 제5회 스톡홀름올림픽부터 아마추어 규정이 엄격히 적용되었다. 올림픽의 아마추어 규정이란 순수하게 취미로 스포츠에 참가하는 상류층 양반들을 위한 규정이었다. 제5회 스톡홀름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을 때 오스트리아 수영선수 보이레파이레(F. Beaurepaire)는 수영지도자 생활을 한 경력으로 인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인디언 혈통의 소프(J.F. Thorpe)는 스톡홀름 올림픽 5종과 10종 경기에서 2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1913년 월스터텔레그램(Worcester Telegram)의 기자 존슨이 소프가 올림픽에 참가하기 이전에 세미프로 야구팀에서 돈을 번 일이 있다는 사실을 기사화하면서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소프의 금메달 2개를 IOC에 반환했다. 같은 종목도 아니었지만 스포츠 노동자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스포츠의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골프, 테니스, 축구 스타들이 올림픽을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나자 IOC에서 아마추어 규정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IOC는 1974년 올림픽 헌장에서 ‘아마추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이러한 역사는 고대 올림픽이나 근대 올림픽이나 계급적 차별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의 올림픽은 체력과 스피드, 기술만 두루 갖춘다면 인종, 종교, 사회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출전할 수 있다. 고대 올림픽처럼 덕, 지, 체의 겸비를 요구하지도 않거니와 출신계급,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별도 사라졌다.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오직 체력과 기량만으로 승부하는 올림픽이 되고만 점이다. 늘 외국에 가 있던 선수가 자연스럽게 고등학교와 대학의 졸업장을 받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고 알랑거리는 영웅이 많아지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도 운동기계와 같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 그들도 갈채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덕, 체, 지를 겸비한 좀 더 아름답고, 우아한 선수들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hng5713@g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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