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계급과 계층 만들기의 역사이다. 사회 계급은 상류계급과 중산계급, 하층계급 등으로 위계화 된다. 스포츠 문화도 사회계급이나 계층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스포트(sport)란 명사 자체가 귀족 계급의 사냥에서 유래된 말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스포츠맨(sportsman)이란 사냥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다른 예도 있다. 테니스는 왕족과 귀족의 레저 문화로 성장해왔고, 골프, 폴로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축구(soccer)의 역사는 사뭇 차이가 있다.
중세 잉글랜드의 몹 풋볼 풍자화
축구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게임이다. 전 세계 수많은 인구가 축구문화에 심취해 있다. 중세부터 제1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의 영국 축구의 진화 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급적 투쟁과 지배, 통제, 저항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하층계급 문화로 계승되어져 왔던 중세의 풋볼(football)은 19세기 후반 중산계급 신사(gentleman)들에 의해 조직화된 스포츠, 축구(soccer)로 탄생했으나 그것은 다시 전형적인 노동계급(working class) 스포츠로 정착되었다. 축구를 하는 사회 계급의 요동, 즉 피칭(pitching)과 롤링(rolling)이 있었다는 것이다.
중세의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참여했던 군중축구, 몹 풋볼(mob football)은 서민 문화로 성장해왔으나 계속 지배계급의 탄압을 받았다. 그것은 지배계급이 피 지배계급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한 방식이었다. 에드워드 2세가 풋볼 금지령을 내린 1314년부터 1876년까지 영국에서는 총 42회 차례의 풋볼 금지령이 떨어졌다. 천시 당했다. 셰익스피어(W. Shakespeare, 1564-1616)는 《리어왕(King Lear)》에서 “너, 이 추잡한 공차는 놈아(footballer)!”라는 대사를 남겼다. 풋볼은 궁술 훈련을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되며, 게임의 특성이 폭력적이며 비문명적이어서 무익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풋볼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풋볼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지배계급은 민중 계급의 놀이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나 천시 당해왔던 잉글랜드 민중의 투박한 공놀이, 몹 풋볼은 일련의 젠트리 계급에 의해 조직화된 게임, 축구(association football: soccer)로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아마추어리즘(신사주의)이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신사들이 축구계를 장악함으로써 축구는 완전한 신사 스포츠로 등장한다. 19세기 신흥 부르주아계급의 성장으로 서민 의 레저 문화였던 몹 풋볼이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 현 Independent School,사립)과 같은 중상류층 교육 체계로 유입되었고, 거기서 진화한 풋볼 문화는 케임브리지 룰 풋볼(Cambridge Rule Football)을 거쳐 1863년 지금의 축구로 탄생했다. 축구의 진화를 주도한 그룹은 명문학교 출신의 사회 엘리트들이었고, 그들은 추구한 것이 신사주의, 아마추어리즘이었다. 엘리트들은 강한 계급적 배타성을 보이며, FA를 장악했다. 하층계급을 멀리하며 그들만의 축구 클럽을 창립하고, 그들만의 경기를 하였다. 그러나 그런 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민의 투박한 놀이에서 신사 계급 레저 문화로 재탄생한 근대 축구는 다시 노동계급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근대 축구가 탄생한지 약 10년 동안 축구인(footballer)은 신사계급 엘리트를 의미했다. 그러나 골프, 테니스 등과는 달리 축구는 1880년대부터 완전한 노동계급 스포츠로 정착되어버렸다. 흥미진진한 축구의 특성,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구의 경제성이 축구가 대중적 확산을 이룬 열쇠였지만 “합리적인 레크리에이션 정책,” “교회의 역할,” “노동계급의 레저 투쟁” 등이 노동계급의 축구 사회화 배경이었다. 정부와 사회단체가 건전한 여가 문화 도입을 위해 축구를 장려했고, 축구의 인기가 높아지자 교회도 복음전파의 수단으로 축구 클럽을 만들었으며, 노동자연맹도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여가 시간 확보를 위해 투쟁했다. 이러한 결과로 축구는 신사 스포츠에서 노동자 스포츠로 급속히 변했던 것이다.
1872년부터 시작된 FA컵의 결승에 진출한 것은 주로 명문 중등학교나 명문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축구팀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조금지난 1883년 노동계급 출신들로 구성된 블랙번 올림픽스(Blackburn Olympics)가 신사 축구팀들을 누르고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신사들은 아마추어를 고수했던 반면 노동자들은 프로페셔널리즘을 수용하며 축구를 통해 돈을 벌고자 했다. 그러한 생각은 곧 프로페셔널 풋볼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1888년 프로들이 뛰는 풋볼 리그(Football League)의 출현과 함께 축구는 노동계급 스포츠로 완전히 정착되었다.
축구가 노동계급 스포츠로 정착된 것은 아마추어, 신사들에 대한 전문노동자 프로페서의 승리를 의미했다. 그러나 축구의 계급투쟁은 계속된다. 19세기가 끝나갈 무렵 축구가 노동계급 스포츠로 정착되었지만 노동계급 축구에 대한 계급적 지배는 막을 내리지 않았다. FA를 장악한 신사, 프로 리그와 클럽을 장악한 부르주아들은 서로 결탁하여 축구 선수들을 관리하기 위한 지배와 감시 체계를 구축했다. 축구의 프로화 이후 선수들에 대한 지배와 통제 방식은 임금상한제와 트레이드 제도였다. 선수들도 선수조합을 결성했지만 1910년대까지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했고, 선수는 임금노예에 가까웠다. 사회 계급적 지배와 종속의 관계는 계속되었던 것이다.
축구는 그 뿌리가 서민 사회에 있었으나 지배계급의 금지, 탄압, 통제를 받아왔던 스포츠였다. 근대 축구를 창안한 이후 축구를 그들만의 문화로 인식하였던 신사계급은 축구장에서의 주도권은 서민 노동자들에게 빼앗기게 되었지만 통제권은 계속 놓지 않았다. 근대 이전 지배계급의 축구 금지령과 그에 맞선 서민의 참여, 신사 계급의 축구 창안을 통한 지배력 강화와 노동계급의 저항, 축구 프로화에 대한 신사계급의 배타적인 자세와 노동계급의 프로화 수용,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셔널리즘의 이념적 대립, FA나 축구클럽 구단주의 선수에 대한 감시와 이동의 통제에 맞선 노동계급의 선수조합의 결성 등은 사회 계급적 투쟁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축구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으며, 지금도 계급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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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n.wikipedia.org/wiki/Blackburn_Olympic_F.C. 2011.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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