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하남길(경상대학교 교수)
종합레저타운으로 된 버지니아의 파밍턴 컨트리클럽(Farmington Country Club)의 전경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명칭에는 역사성이 있다. 한 사람의 이름에서 한 마을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내력이 담겨있듯이 각종 스포츠 명칭이나 용어에도 역사가 담겨있다. 이를테면 럭비풋볼(Rugby football)은 공을 들고 달리는 방식의 축구의 발원지, 럭비스쿨(Rugby School)의 명칭에서 유래된 것이고, 축구에서 한 선수가 3골을 넣었을 때 사용하는 해트 트릭(hat trick)이란 용어는 크리켓에서 보울러(투수)가 3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아웃시켰을 때 상금과 모자를 주던 전통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럭비라는 명칭에는 19세기 영국 중등학교 기숙사생들의 스포츠 애호전통이 묻어 있다. 해트 트릭에는 모자는 신사의 상징이었고, 크리켓은 신사 스포츠로 성장했다는 영국 최고 스포츠의 전통이 담겨있다. 골프에도 원래의 뜻과 다른 말이 많지만 흔히 질문을 받게 되는 용어 중 하나가 컨트리클럽(Country Club)이다. “ 이 ‘시골 동호회’라는 말이 왜 골프장의 대명사가 되었느냐?”는 물음이다.
원래 컨트리클럽(CC: Country Club)이란 골프장이 아니라 각종 스포츠 시설을 갖춘 종합 레저타운이었다. CC는 전원의 휴식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바쁜 업무로 먼 휴양지로 떠날 수 없는 상류층 남성들이 도시 근교에 각종 스포츠를 즐기며 긴장을 풀기 위해 회원을 모집하여 건립한 휴양시설이었다. 백인 상류층 회원들만이 가입할 수 있었던 사설 클럽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히스패닉계 미국인과 유대교, 가톨릭교도에게는 매우 배타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CC란 명칭은 설립 장소가 도심이 아닌 시골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Nadal, 1891: 298; Lucas, 1975: 160).
초창기 CC의 주된 스포츠는 승마였다. 미국 브루클린 CC는 경마센터로서 여우사냥, 야외장애물경기, 폴로, 마상(馬上) 쇼, 마차(coaching) 등을 즐기는 곳이었다(Martin, 1895: Nadal, 302; Whitney, 16-33; Lucas & Smith, 160). CC에 골프 코스가 생겨난 것은 훗날의 일이다. 1886년 뉴욕애슬레틱클럽(NYAC)이 트래버스에 세운 CC에는 극장, 구기장(ball room), 식당 등과 사냥, 낚시, 스케이팅, 아이스보팅(ice boating), 눈썰매, 사격, 승마 등과 같은 스포츠 시설만 있었으나 골프코스가 등장한 것은 1889년이었다. 1882년에 설립된 브루클린의 ‘더 컨트리클럽(The Country Club)’에 골프장이 들어선 것도 10년 후인 1893년이었다(Hitchcock, 1889: 601-603). 초창기이 클럽 회원들의 선택은 좋은 음식, 각종 레저 스포츠 활동이었으나 1890년대부터 골프 붐과 함께 골프는 컨트리클럽의 주된 스포츠로 등장하게 되었다. 1902년 인기가 치솟고 장비의 진화로 골프공의 비거리가 늘어나자 코스의 길이와 폭을 확장해야 했고, 자동차 문화의 성장으로 다른 마상 스포츠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골프가 다른 스포츠 시설 부지를 잠식하게 되었다. CC의 가장 넓은 곳은 골프 코스가 되었던 것이다. 다른 CC에서도 골프장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골프를 위해 나설 땐 CC로 가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그러나 CC를 GC(Golf Club)와 동의어 개념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 영국에도 CC란 명칭이 붙은 골프장이 많고 엄격한 회원제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자면 골프 시설만 있는 것은 GC가 옳다. 그 외 골프장을 CC라고 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을 통해 골프가 소개되면서 GC가 아닌 CC란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지금도 CC는 종합레저타운이며, 골프만 할 수 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GC라고 한다.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의 R&A(Royal and Ancient Golf Club)의 명칭도 GC이다. 유명한 미국의 골프클럽도 GC를 쓴다. 뉴욕 롱 아일랜드의 시네콕힐스골프클럽(Shinnecock Hills Golf Club 1891), 시카고 골프 클럽(Chicago Golf Club, 1895), 세계 최고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Augusta National Golf Club, 1933) 등은 CC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래어란 나라에 따라 다르게 변용되는 것이라 옳고 그르다는 말을 할 수가 없지만 딸랑 골프코스 하나밖에[ 없는 골프장을 컨트리클럽이라고 적은 팻말을 미국인이 본다면 어색한 느낌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골프장을 CC로 부르게 된 것은 상류사회에서 골프가 최고 인기 스포츠가 되면서 CC의 다른 스포츠 용지를 잠식해버렸던 역사 때문이며, CC는 부자와 명사(名士)들의 안식처였으며, 인종차별, 성차별, 종교차별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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