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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내가 스스로 변해야 지도력이 보인다


                                                                              글 / 김상국 (세종대학교 교수) 


알빈 토플러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한마디로 변화 혹은 변혁(transformation)이라고 꼬집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새로운 기술혁명이 정치, 경제, 사회의 온갖 위계질서를 파괴한다고 예견했다. 전통적 질서의 붕괴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혼란이나 무질서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자치 공동체 의식이 심화되리라고 이미 예고했다. 현대인들을 자신도 모르게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급속하게 달라지는 기술문명의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가치관이나 의식도 날로 변해가고 있다. 스포츠 리더십의 역사도 시대에 따라 변천해 가고 있다. 예를 들면 50-60년대의 지도자란 신체적, 정신적 혹은 개인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믿었다. 그후 60년대에는 지도자의 행동에 관심을 두었으며, 70년대는 상황론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변혁적리더십이라는 모형이 발전해 오고 있으며, 이 시대에 적절하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이 스포츠 지도자 영역에서도 이 변화의 물결에 적응해야만 선수들과 더불어 좋은 결실을 얻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스포츠 지도자들을 면면히 관찰해 보면 구습에 빠져 변화를 싫어하는 지도자들을 종종 본다. 자기만이 살아남기 위한 이기주의 발상 등은 새롭게 변화하는 질서를 파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스포츠 지도자들이 부분만 생각하는 학연지연의 사고, 운동부는 운동만 전념해야 된다는 학습권을 쉽게 박탈하려는 무지한 습관, 과정보다 목적 달성을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승리지상주의, 체벌이 훈련의 효과를 발휘한다는잘못된 편견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 청소년 스포츠가 바람직하게 발전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 심리학 용어 중에 '고착상태(fixation)'라고 하는 말이 있다. 종래의 습관을 버리지 않고 계속 유지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고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고착상태에 빠진 지도자들은 변화를 싫어하는 정신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형의 지도자들은 무조건 변화는 싫어하며, 또한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변화되지 않은 낡은 것에 매여서 거기서 안정을 누리려고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시대의 변화를 잘 수용한 스포츠 지도자가 나타났다. 그는 U-17여자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여자대표팀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축구의 최 덕주 감독이다. 최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은 분명히 과거에 흔히 우리들의 의식 속에 지배했던 스파르타식의 지도력은 아니였다. 그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윽박지르지도 않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축구선수들에게 즐기는 축구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즐기는 방법을 가리킨 것이다.

 


최덕주 감독의 프로파일을 살펴보면 일본축구와 유럽 및 남미축구의 장점들을 수용한 국제통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항상 “축구를 즐기라”고 강조했다. 실수가 나와도 그는 소리를 지르기 보다는 선수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립심을 키워 주었다. 또한 그는 선수들에게 고함이나 윽박지름 대신 칭찬과 격려로 보듬고 이끌어 갔다. 선수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웃는 얼굴로 늘 부드럽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자신의 영광보다 고생하는 동료지도자에 대한 걱정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많은 언론으로부터 ‘아버지 리더십’이란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냈다.

학원 스포츠 지도자들이 이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의 지도자로 거듭나지 않고, 스스로 고착상태에 빠지면 구제불능 상태가 된다. 학교 운동부 주변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가 한번 조명해 보자. 나는 누구냐? 내 마음, 내 뜻과 고집, 내 습관과 행동, 내 성향, 내 코칭 철학 등...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한번 자신을 향해 의문을 던져보자. 내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입장에서 곰곰이 학교운동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행동에 깊이 반성해 보자.

물질이나 환경으로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수없이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지도자의 가치관이 바뀌기 전에는 새로움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학원 스포츠 지도자들의 내적인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학생선수들이 스포츠에 대한 올바름과 사회정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스포츠 지도자들도 이 변화의 물결에 합류해야만 한다. 이 모든 변화 속에 우리 청소년들에게 향한 스포츠의 뜻이 어떤 교육적 가치를 지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이 시대가 청소년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균형 있는 성장이다.

지금까지 행해 오던 학생선수들에게 학습권 박탈이라는 잘못된 악습을 반성하고 새롭게 변화하자. 성장하는 학생 선수들에게 균형 있는 교육환경 조성하는 일에 최선의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새롭게 변화하고 수용하는 꿈과 비젼을 가진 최덕주 감독 같은 스포츠지도자들을 존경한다. 그 꿈과 비젼이 비록 비현실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꿈과 비젼을 향해 행동하는 스포츠 지도자들은 아름답다. 따라서 일선에 척박한 환경에서 지도하는 학원 스포츠 지도자들이 변해야 진정하게 학교 운동부가 빛이 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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