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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준비운동

글/오재근(한국체대 교수)

겨울철에 운전자들은 흔히 주행을 시작하기 전에 차의 시동을 걸어 잠시 동안 공회전을 한다. 대부분 그렇게 하면 부드럽게 움직일뿐더러 차의 효율이 좋아지고 오랫동안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도 그러한데 사람은 더 당연하게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운동선수에게 필수적인 준비운동은 잘 알다시피 영어로 ‘Warm-up'이라고 하며, 이는 온도가 올라가서 따뜻해졌다는 말이다. 이 때 기준이 되는 곳은 내장온도라고도 하는 중심온도(core temperature)이다. 대개 입 안, 귓속, 항문 내의 온도를 재어 1~2도 정도 상승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데 온도재기가 여의치 않아 일반적으로는 정상적인 기후조건에서 숨이 차고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시점의 온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시합이나 연습에서 갑작스런 동작을 수행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은 운동 전에 미리 어느 정도 열 받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준비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몸과 마음을 준비하여 운동행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뿐만 아니라 운동 피로와 운동 상해를 예방해 주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최적의 운동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근육과 관절 내부의 온도가 상승해야 인체가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높은 수준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유산소능력을 나타내는 최대산소섭취량이 증가하고, 특정한 활동에 필요한 산소요구량이 감소되며, 폐의 혈류저항이 감소되어 움직이기 위한 엔진의 효율이 좋아진다. 또한 관절의 가동범위를 늘려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신경에서 근육으로의 전달속도가 증가되어 민첩해 질 뿐만 아니라 운동 형태에 따라 필요한 근섬유 타입이 충원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이점이 있다. 


 대부분 준비운동은 스트레칭-조깅-스트레칭-자기종목 준비운동-10분 휴식의 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강조해야 할 것은 정성스러운 스트레칭이다. 초기의 부드러운 전신 스트레칭과 조깅 후 부분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이상 유무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전의 좋은 기술을 보여주던 때의 ‘신경근육 기억’을 되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최적의 운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육내의 온도상승이 필요하다.

 그런데 준비운동의 강도와 기간은 운동 종목과 운동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실력도 좋고 컨디션도 좋은 선수라면 20-30분 이상의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그 선수의 최대잠재력을 나타낼 수 있지만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는 초보자가 이 정도의 준비운동을 한다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것이다. 따라서 나이 들고 오랫동안 운동 운동을 해 온 사람이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보다 훨씬 오랫동안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또한 준비운동은 운동 종목과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형태를 찾아내야 한다. 대개 예전부터 선배들이 해 왔던 방식이나 지도자의 가르침, 주관적인 느낌 또는 결과가 좋았던 날에 했던 준비운동을 따르곤 한다. 모두 똑 같은 준비운동을 집단체조하듯 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실력과 필요성에 맞게 짜여진 것이기만 하면 모두 다르게 하더라도 상관없다.

 겨울철에 운동할 때는 특히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이나 근육이 굳어지면 통증이나 손상이 발생하게 되므로 몸을 따뜻하게 하여야 근육이나 관절이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전신의 순환도 잘 된다. 그래서 만일 몸이 따뜻해지지 않으면 핫팩 등 온열기를 통해 외부에서 열자극을 가해서 억지로라도 데워주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관절의 경우 관절을 구성하고 있는 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연골, 인대, 힘줄과 같은 주위의 결합조직인데, 온도가 상승하면 이들 교원조직의 뻣뻣함이 줄어들어 관절가동범위가 증가될 뿐만 아니라 이들 조직에 고유하게 들어있는 감각수용기를 활성화시켜 운동시에 필요한 민첩성이나 평형성이 증가하여 상해를 예방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어떤 운동이든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할 때 상해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운동선수에게 있어서의 준비운동은 움직이기 전에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며, 운동행위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상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