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한국 스포츠문화의 현실과 과제: 학교체육


글/김영갑(동양대학교 생활체육학과)

현 정부의 핵심기조는 녹색성장이다. 성공적인 녹색성장이 녹색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듯이 대한민국의 미래성장은 교육정책의 선진화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교육정책의 선진화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요구될 만큼 어려운 난제이다. 주지하다시피 정부주도의 교육정책은 ‘주지주의적 교육관과 신자유주의적 경제효율성’ 목표 아래 기계적 인간의 양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의 교육시장화 정책으로 지역과 학교 간 경쟁이 서열화되는 교육환경 속에서 학교체육은 위기의 연속일 뿐이다. 스포츠력(sports power)이 국력과 동일시되었던 한국사회에서 국가가 책임져야할 제도권의 학생을 최소한의 신체활동도 보장하지 않는 현실은 역설적 사회의 일면인 것이다. 

학교체육은 계획적인 신체활동을 통해 자발성의 인지로 연계될 뿐 아니라 선진화된 스포츠문화 확립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지금까지 학교체육 전문가들은 학교체육의 현실을 총체적인 위기로 진단하고, 많은 교육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제도적 확립의 실천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 글에서는 한국 스포츠문화의 기저층인 학교체육의 진보를 제약시킨 환경적 요인을 비판적으로 직시하고, 새로운 학교체육 만들기의 대응과제를 고민해고자 한다.
 

<학교체육 진보의 걸림돌 : 편향된 이데올로기>

첫째, 성장제일주의

우리는 압축적 근대성장으로 팽창된 경제성장의 사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중대한 장애요인도 함께 발생하였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벨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지속가능성, 보건 및 교육 불평등, 소득분배 등의 측정지표가 배제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허상을 지적하면서 성장제일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성장제일주의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소통을 통한 통합적 시각은 결여될 수밖에 없다. 고착화된 성장제일주의적 시각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10년 체육정책에 대한 체육인들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30쪽에 달하는 2010년 업무계획에는 ‘스포츠산업 육성기반 마련’, ‘스포츠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에 현황과 목표를 담은 2쪽이 전부였다. 그나마 학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축구, 농구 주말리그제 시행은 2009년부터 추진된 계속사업이었고, 신규 사업이라면 체육수업 내실화를 위해 초등학교에 스포츠강사 887명을 파견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여전히 국가정책(체육정책) 수립은 경제효용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학교체육 선진화를 향한 시선이 성장제일주의 이데올로기로 굴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장제일주의는 한국의 경제수준을 선진화시켰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성장가치가 최고선으로 인식된 미숙한 의식으로 학교체육 정책결정과 집행의 일관성이 결여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협의적으로 학교체육의 선진화를 확립시키고, 광의적으로 교육 강국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논리에 수반된 성장제일주의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평가하고, 선진화된 의식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의지가 요구된다.

둘째,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는 세계화의 핵심 이데올로기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에서 신자유주의적 사고가 도입된 것은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제일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밀접한 역학적 관계를 유지한다. 세계화의 맥락 속에서 신자유주의는 시장논리가 핵심이며, 교육정책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적 논리가 우선된다. 교육이 곧 시장과 경쟁인 것이다. 따라서 취약한 교육환경에서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인 경제적 효율성(비용-편익 분석)에만 의존할 경우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인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신자유주의 교육경쟁의 지속은 교육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학교체육에도 현실화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입시경쟁이 시작돼 학생들은 방과후에도 사교육을 받느라 뛰어 놀기는 생각도 못한다. 더구나 2000년 시작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대학입시를 위한 체력장 제도가 폐지되고, 내신에서도 체육비중이 줄어 체육은‘안 해도 되는 과목’으로 인식되었다. 결과적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중고교생 비만율은 2005년 8.8%에서 2009년 9.6%로 증가추세이고,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6개 종목으로 구성된 신체능력 검사에 가장 낮은 등급인 4, 5등급 비율은 2000년 31%에서 2008년 42%로 증가하였다. 학생들의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비만은 늘고, 체력은 점차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이 확연하다.

체육의 명분은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데 있다. 국민이 건강하지 못해 나타날 수 있는 손실비용을 계산해보면 체육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2009년 국가 전체예산은 273조 8,000억 원인데 이중 체육예산은 6,372억 원 책정으로 0.23%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연간 31조원이 넘는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의료비는 최근 20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스포츠의 생활화로 국민이 조금만 더 건강해져 연간 의료비를 2%만 줄일 수 있다면 한 해 체육예산에 해당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교육의 시장화 정책으로 초래된 학교체육의 결핍은 국가 미래의 역동성과 건강주권을 저해하는 핵심요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교육의 공공성 확보차원인 보편적 교육복지로 접근해야 한다.
 

<학교체육의 돌파구 : 과제>

지금까지 제시된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한 발전과제는 대부분 학교체육 시설확충, 사회적 인식전환, 교사의 책무성 강조, 정책적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기존 요구사항에서 사회적 인식전환이 정당성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파생적 의미를 전개하고자 한다.

첫째, 대통령의 결단이 절실히 요구된다

냉전해체 이후 엘리트스포츠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적 전략 패러다임이 쇠퇴하면서 선진국은 학교체육과 대중스포츠의 정책에 집중하여 자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내실을 도모하였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성장논리가 합리화되어 개발도상국 당시의 체육정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지식인들은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속도를 걱정하고, 이를 봉합하고 속도를 늦추려는 국가의 의지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교육 불평등도 마찬가지이다. 교육평등주의에 입각하여 사각지대에 위치한 학교체육을 선진화시켜 동시에 다자간(학교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스포츠)의 역동성을 결집시키기 위한 체육정책의 수립이 절실하다. 이러한 해법 찾기는 대통령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교체육의 문제를 정비하고 선진화 프로그램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학교체육 국가행동계획(학교체육 변혁의 틀)’의 선포를 이끌어내야 한다.

100여 년 전 폭력과 부정행위로 얼룩진 미국 학원스포츠를 개혁한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결단에서 비롯되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학생선수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학 총장을 소집하여 현황파악, 규칙제정, 통제를 위한 조직으로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을 출범시켰고, 이후 미국 학원스포츠가 철저하게 교육적 가치를 중시하도록 제도화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NCAA 교육철학을 확립시킨 루즈벨트 대통령의 결단은 우리 학교체육 선진화의 시작점이 무엇인지를 입증하는 역사적 사실인 것이다.
    

둘째, 시민사회단체의 공조가 필요하다

한국은 짧은 민주화 경력으로 아직까지도 막강한 대통령의 권력에 비해 시민사회의 결집과 대항력이 미약한 편이다. 소비문화가 득세하면서 시민사회가 공간적으로 확대되었지만 오히려 변혁을 향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체육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를 할 수 있고, 정책제안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수의 시민사회단체의 출현이 절실하다. 학교체육, 학생선수 인권, 장애인스포츠, 제도개선 등의 문제는 우리의 노력뿐만 아니라 협력관계로서 시민운동을 수반해야 한다. 즉 세계화 맥락 속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학교체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시민사회단체의 시민교육적 대안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교체육의 개혁주체로서 대통령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의 관심과 공조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정부의 교육정책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고, 여론을 공유시킬 수 있는 영역이 시민사회이다. 그동안 엘리트스포츠에 적극 투자한 체육정책은 시프트다운(shift down)이 요구되며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체육을 시프트업(shift up) 시키면서 균형을 유지하자는 주장도 시민사회에서 공론화되어야 될 것이다. 시민은 건강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최근 KBS에서 보도된 새로운 학교체육을 만들기 프로그램이 시민사회를 자극하고, 관료들의 시선을 환기시켜 학교체육 선진화의 교감이 형성되는 분위가라 다소 위안을 삼는다.


* 새로운 학교체육의 시작 *

학교체육의 위기는 내부와 외부의 심층적인 요인이 상호 작용된 결과로 이해된다. 물리력이나 영향력이 큰 외부요인에 초점을 맞춘다면 학교체육은 정치논리에 수반된 성장제일주의로 인해 국가정책에서 소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성장논리에 부합되는 영역만이 합리화된 개발독재시대에 학교체육은 정치논리에 의해 운영된 수동적 영역이었다. 또한, 학교체육은 급격한 세계화과정에서 시장의 수월성이 강조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시행과 함께 더욱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체육교사의 전문성과 책무성의 결여가 위기의 내부적 요인임은 물론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도 요구된다. 그동안 학교체육 위기담론의 대응과제가 체육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시되어 왔지만 정부는 무관심과 미온적인 태도만을 관철시키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학교체육 위기담론의 학술적 대응과제도 중요하지만 학교체육의 선진화를 실천시키기 위해선 과거에 머물고 있는 교육 관료의 권위주의와 맹목적 시장주의를 경계하고, 확고한 교육 평등주의(educational egalitarianism)를 정립하려는 대통령의 결단과 시민사회의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글쓴이의 희망이 실효성과 구체성을 갖추기 위해선 우선 내부적 동의와 전략의 수립에 근거한 미래적 비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학교체육을 향한 미래적 비전(학교체육 행동계획)은 대통령의 결단을 유도하고,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제로서 학교체육의 변혁적 패러다임 전환의 필수적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둥지



<사진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00303/265621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