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선희 (이화여대 강사)
익숙한 모습 : 기능 전달자
코칭은 스포츠 현장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일, 훈련과 시합을 계획 및 운영 관리하는 일,
그리고 선수, 학부모, 관리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적, 사회적 과정이다.
여기서 코치가 최우선으로 하는 일은 바로 운동을 가르치는 일이다.
선수들에게 기술 훈련을 시키고 체력을 단련시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일,
경쟁에서 이기도록 하는 일이 바로 코치가 원하는 일이며 우리가 그에게 요구하는 일이다.
코치의 능력과 가치는 경기 결과를 통해 인정 받기 때문에
코치는 탁월한 기능과 우수한 경기력을 지닌 선수를 육성하는데 관심을 둔다.
자신이 하는 일을 ‘훈련’으로 이해하고, 지시와 명령으로 가득한 권위적인 분위기 속에서
운동 기능과 전술이 가르치는 내용의 전부가 되어 왔다.
선수들 또한 이기기 위해 땀 흘리며, 인내하는 일, 그리고 코치의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일, 팀이라는 이름하에 선배의 말에 복종해야하는 일이 당연시 되어 왔다.
이로써 스포츠 활동은 팀의 일원으로서 타인을 존중하고 사회 기술을 발달시키기 보다는
선후배 간의 구타, 무시를 비롯하여 일탈 및 수동적인 생활 방식, 공부에 무관심, 운동 상해,
피로 등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운동하는 학생선수들의 모습에서 밝고 명랑한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학생으로서 교실에서도 활기찬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풍토 때문에 경기력 향상이라는 최우선의 목표 아래 오랜 시간 동안 쌓여진
운동의 전통과 정신은 물론 운동의 즐거움, 인내, 도전 등과 같은 긍정적인 체험과 선수 개인의
존재와 개성은 코치의 무관심 속에 방치 되고 있다.
결국 선수를 운동하는 기계로 전락시켰고, 코치는 기능전달자로 자신의 일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코치의 모습은 코치 자신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으나 학부모, 학교 관리자,
그 밖에 학교 운동부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부추겨 졌을 지도 모른다.
낯선 모습: 교육자
“코치가 선수들에게 가르치는 운동 기술은 잠시 동안 함께 하지만
삶의 기술은 영원히 함께 한다.” (Zimmer, 2004)
선수들이 경험하게 될 스포츠의 의미와 가치는 코치가 갖고 있는 그것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코치가 선수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코치가 자신의 일을 기능 전달자로만 보지 않는다면
코치는 선수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선수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스포츠 활동 특히 조직화된 스포츠 활동인 학교 운동부에서 학생선수들은 학생으로서,
선수로서 운동은 물론,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 활동적이고 규칙적인 생활 방식,
팀의 한 일원으로서 행동 방식, 타인에 대한 존중, 올바른 경쟁, 스포츠맨십 등을 배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스포츠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저절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적인 스포츠 활동은 때로 선수들에게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여 공격적인 행동, 과도한 긴장,
불안, 좌절, 낮은 자존감 등의 부정적인 경험을 겪게 하기도 한다.
스포츠 활동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이고 가치 있는 경험이 되길 원한다면 스포츠의 재미와 즐거움과 함께
스포츠의 전통과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 경험을 선수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치는 자신의 일을 단순히 훈련만을 강조하는 기능 전달자로서만이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인품, 심성, 영혼)을 변화시키는 일로 바라보며 선수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길러내는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교육자로서의 코치는 훈련 과정 속에 효율적인 훈련 방법만이 아니라
스포츠의 전통과 정신을 운동 기능과 함께 담아냄으로써 선수들에게
운동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도록 한다.
그리고 스스로 올바른 운동 실천자로서의 역할 모델이 되어 훌륭한 사람,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데 최우선의 목표를 둔다.
교육자로서의 코치는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운동의 안과 밖의 균형과 조화 있는 가르침을 통해
선수들을 지혜롭고, 바르고, 아름답게 성장하여 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한다.
바람직한 모습
‘승리’가 목표의 전부인 기능전달자로서의 코치 보다 선수의 개인적 성장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교육자로서의 코치의 모습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운동만 했던 선수들의 중도 탈락 후 그들의 학교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이 말해 주고 있다.
운동장에서 1등이었던 선수들이 때론 자신들이 꿈꾸고 있는 삶을 만들어 가지 못하고
극히 드물긴 하지만 은퇴 후에 많은 방황을 하기도 한다.
경쟁적인 스포츠 활동에서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가운데 시합에서만의 승리가 아니라 선수들이 삶에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능전달자가 아닌 교육자인 코치가 할 일이다.
코치가 처한 스포츠 환경은 이 모든 것을 실천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고용상태도 불안하고, 급여도 그렇고, 코치 개인적으로 볼 때 ‘이기는 것’만이 최선의 길 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은 코치 자신을 위한 ‘승리’이지 전적으로 선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선수들이 상급학교 진학이나 학교의 지원 등 외적인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승리’는 꼭 필요한 것이다.
이기기 위한 코치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 편에서 ‘진정한’ 승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진정한 ’승리를 이룬 훌륭한 선수는 시합에서 우승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뛰어난 기량을 뽐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운동 속에 담겨진 가치와 정신을 배움으로써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 풀어내어 삶을 지혜롭고, 참되고 아름답게 만들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교육자로서 코치는 바로 이러한 선수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코치이며 이를 실천해 나갈 때
운동장에서 1등인 선수, 삶에서 1등인 선수를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
이와같이 선수들에게 ‘진정한’ 승리를 안겨 줄 코치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나와 남을 생각하는 어진 품성(인/仁), 옳은 것을 볼 줄 알과 의로운 행동을 하여(의/義),
인간의 도리를 알고 실천하는 예의 바름(예/禮), 지식과 능력을 갖춘 지혜(지/智),
선수에 대한 신뢰와 믿음(신/信)을 지닐 것을 코치들에게 제안한다.
그동안 스포츠 현장에서 보여졌던 권위와 권력의 상징이 된 코치가 아닌 선수들에게
스포츠의 기능을 전달하고 안목을 전수하여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정서적인 발달을 도모하는 코치,
운동을 사랑하는 코치, 선수를 사랑하는 코치, 그 열정과 마음이 선수와 학부모에게 전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코치의 모습 속에서 선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본 원고는 김선희(2007), 김진희,김선희,조미혜, 최희진(2007), 김선희(2009) 논문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였음.
참고자료
김선희(2007). 누가 좋은 코치인가?: 운동 문화 개선을 위한 코치의 노력.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세미나 자료집.
김진희, 김선희, 조미혜, 최희진(2007): 실천적 전문인을 위한 코치교육:
교육자로서의 비평과 시사점. 코칭능력개발지, 9(3), 3-21.
김선희(2009). 누가 좋은 코치인가?: 이상적인 코치의 자질. 한국체육학회지, 48(2), 18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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