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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코스 요리와 같은 맛있는 체육수업~

글/ 이충원(연북중학교 교사)


 
 조금 괜찮다싶은 중국집에 가면 ‘코스 요리’라는 것이 있다.
‘A코스, B코스, C코스...’라고 이름 지은 곳도 있고, 중국집 나름대로 특별한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물론 코스에 따라 가격대가 다르며 나오는 음식도 다르다.
큰 맘 먹고 코스 요리를 시키면, 순서에 따라 요리가 하나 둘씩 나오게 된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조그만 접시에 나눠먹고 다 먹을 때쯤이면 또 다른 맛의 요리가 나온다.
대여섯 가지 요리를 맛보게 되고, 마지막에 자장면이나 짬뽕으로 코스 요리를 마치게 된다.

 
조금씩 나오는 요리지만 일단 맛있다.
맛있게 한 접시를 비울 때쯤 ‘다음에는 어떤 요리가 나올까?’ 기대하게 된다.
역시나 나온 요리는 입맛을 돋우게 한다.
요리마다 조금씩 맛만 보는 것 같지만 그 맛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코스 요리를 다 먹은 후에는 흡족한 만복감에 과식을 탓하기도 한다.
내 의지로는 조절하지 못하는 코스 요리의 유혹이며,
이것 때문에 사람들은 코스 요리를 시키는지도 모른다. 

 
‘코스 요리’와 같은 체육수업을 생각해본다.
중국집은 학교이며, 손님은 학생이다.
당연히 요리사는 체육교사가 될 것이다.
교육의 소재인 스포츠 종목에 따라, 가르칠 수업 내용에 따라
요리사인 체육교사는 손님인 학생을 위해 맛있게 요리한다.
운동장 또는 체육관이라는 장소에서 체육수업이라는 식탁에 손님을 초대하여
요리한 음식을 차례대로 제공한다.
그 음식은 코스 요리처럼 맛있어야 한다.
요리사가 사전에 계획한 순서대로 제공하는 음식을 손님은 흐뭇하게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다 먹은 후에 손님은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갈 것이며, 요리사 역시 행복감에 젖을 것이다.
손님은 다음 시간에 또 다른 기대를 갖고 올 것이며,
요리사는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식단을 구성하고 고민할 것이다.
물론 손님은 모든 요리를 맛있게 먹지 않을 수도 있다.
요리사 또한 맛있게 음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요리사는 단골손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위의 내용은 코스 요리에 비유한 체육수업이며,
체육수업은 ‘직접교수(Direct Instruction) 모형’을 적용하고 활용한 것이다.
제안하고 싶은 하나의 체육수업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자. '직접‘ 교수라고 하니 체육교사가 ’직접‘ 가르치기만 하면
그 수업이 곧 직접 교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나 하나만 알고 열을 모르는 소리이다.
그 이유는 곧바로 알게 될 것이다.

‘직접교수’ 모형의 주제어는 리더로서의 교사(Teacher as Instructional Leader)이다.
다시 말하면 수업에서 교사가 리더 역할을 하며 전적으로 수업을 진행 또는 운영하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이라,,, 리더를 한번쯤 해본 사람은 실감하겠지만, 말 그대로 맡고 있는 팀을
하나에서 열까지 이끌어 나가야 하는 역할이 부여되어 있으며, 그 역할과 책임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리더에게 많은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리더가 거의 모든 것을 주도해야만 한다.
체육수업에서 리더로서의 교사 역할을 보면,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교육적 소재로
어떤 스포츠 종목을 실시할 것인지에 대해 교사가 선정해야 한다.

그 내용은 체육수업의 특성상 심동적 영역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물론 인지적, 정의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수업 운영도 거의 대부분 교사의 역할이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이 생기면 그것은 교사 책임이다.
수업 시간에 흥미 있는 4-5가지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교사다.
재미없는 한두 가지의 과제로 수업 시간 내내, 심지어는 몇 시간 동안 시키는 것이 아니다.
한두 가지의 요리를 많이 제공한다면 처음에는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이내 물리고 말 것이다.
똑같은 이치다. 이점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 사항이며, 이 점이 교사의 전문성인 것이다.

학생들이 재미있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부 과제를 만들고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는 리더로서 교사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재미없는 과제를 제시해놓고 학생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것은
교사의 무능이며 무책임인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에 참여할지를 결정하여 제시하는 것도 교사이다.
혼자 연습할지, 둘이나 셋이 할지, 아니면 모둠이나 학급 전체가 연습할 것인지에 대해,
어떤 수업 대형이나 조직으로 연습할 지에 대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제시해야 한다.
질문이나 피드백과 같은 상호작용도 교사가 시작하고 부지런히 적시에 해야 하며,
학습 진도도 교사가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어떤 과제로 넘어가야할지도 교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업하는 것이 바로 직접교수 모형으로 구성된 수업인 것이다.
마치 맛있는 코스요리를 순서대로 제공하는 것처럼. 학생들은 교사가 치밀하게
준비해놓은 대로 마음껏 즐겁게 활동하면 된다.
요리사가 제공하는 맛있는 요리를 순서대로 먹는 것처럼. 학생들은 다음을 기대하며
흐뭇하게 돌아갈 것이며, 교사는 또 다른 요리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교사가 할 일이 정말 많은 수업이며, 이런 수업이 ‘직접교수’ 모형으로 행해지는 수업인 것이다.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고 솜씨 없는 맛없는 요리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수업이 결코 아닌 것이다.

 
코스 요리를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리더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힘도 많이 든다. 귀찮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과 만족, 행복감은 보다 클 것이다.
교사나 학생 모두.

 
자, 이제 우리 체육교사들은 유능한 요리사, 리더가 되는 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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