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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체대 입시 학원, 이대로 좋은가?

                    

                                                                                           글/ 김윤환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2011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64일 앞으로 다가 왔다. 8월 25일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학생들은 최후의 출사표를 던지고 긴장된 마음으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원하는 대학을 진학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있어 수능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시험 그 이상이다. 
 
한국은 교육열이 굉장히 높은 나라다.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덕분에 자녀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되고 그 결과 학력 수준은 높아진다. 높아진 학력 수준은 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지고 높은 생산성을 가진 국민들이 모이게 되므로 국가는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있어 교육은 국가 발전의 초석일 뿐만 아니라 신분 상승의 중요한 통로로 작용하게 된다.

높은 교육열이 긍정적인 역할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폐해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사교육의 등장이 대표적인데 초․중․고 90% 이상의 학생들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한해 40조가 넘는 돈이 사교육 시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교육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공교육의 위신이 떨어지고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공부보다는 학원에서의 공부를 더욱 신경 쓰고 있다.

정부는 공교육의 추락을 막고 사교육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방과 후 학교’나 ‘EBS 교육 방송’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EBS와 수능 시험의 연계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시행 된 이후로 월평균 32만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절감됐고, 학부모의 77%가 EBS수능강의가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이와 같은 컨텐츠가 사교육에 비해 열등재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계속 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교육 시장의 대항마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 된다.



                                                                                   사진출처: 스포츠서울 닷컴



그렇다면 체육 계열 대학 수험생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일단 체육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으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선택이 ‘체대 입시 학원’이다.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받는 체육 수업으로는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입학 실기를 수행해낼 수 없고, 대학 입시를 위한 운동 실기를 지도받을 수 있는 곳은 체대 입시 학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또한 체육 대학 수험생들은 입학 성적에 ‘실기 점수’라는 변수가 존재하므로 대학 합격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일반 대학 수험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기 때문에 진학 관련 정보들을 얻기가 어렵다. 대학 입시 정보는 수험생의 승패에 큰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체대 입시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현 상황에서는 체대 입시 학원만이 체대 입학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임에는 분명 하지만 체대 입시 학원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 달에 30만원에 가까운 비싼 학원비는 저소득 계층의 학생들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수능이 끝나고부터 대학교 입학 실기를 보는 1~2개월의 기간(소위 ‘시즌’이라고 불리는 시기)에는 백 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학원에 지불해야 한다. 

또한 체대 입시 학원 강사들의 전문성에도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전문적인 트레이닝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학원을 차리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이 체육 관련 학과를 졸업한 졸업생, 때로는 아직은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대학교 학부생인 경우도 많다. 강사의 전문성 부족은 학생들의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학생들의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위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딱히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체대 입시 학원에 다니고 있다. ‘체대에 가려면 체대 입시 학원에 다녀야 한다’ 는 것은 이미 하나의 헤게모니로서 학생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대 입학을 원하는 우리 예비 체육 인재들을 위해서 공교육에서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중등체육연구회 김택천 위원은  “체육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 할 때 학생들의 실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전문적 체육 인재의 양성과 교육에 있어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러한 입학 실기를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대 입시 학원이 생겨나는 것이다” 라고 밝히면서 “2011년부터 시행 예정인 *‘예술·체육 중점 학교’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예술 체육 중점학교는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예술 체육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사교육비 경감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수요가 부족한 체대 입시생들을 위해서 5개 학교를 하나로 묶어 그 중 한 학교를 ‘거점학교’로 지정하고, 체육 실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그 학교에 모여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체육교사에게 지도를 받는 것도 현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일 방법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체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남은 80일 동안 수능 공부도 열심히 해야 되고, 내신 공부도 열심히 해야 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되고, 원하는 대학에 따라서는 논술이나 면접 까지 준비해야 한다. 그야말로 ‘슈퍼맨’이 아닐 수 없다. 미래의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 나갈 ‘슈퍼맨’들을 위해 체대 입시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체육 대학 진학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체육 중점학교란?
일반 중학교 및 고등학교 학생중 예술·체육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들에게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예술·체육 중점 과정을 설치하고, 심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수요에 비해 부족한 예술·체육 교육기회를 공교육에서 확대제공하여 예술·체육 계열 진학 또는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교육여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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