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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세계 최고 선수들의 체형은 어떨까?

                                                                                          글 : 박재현 (한국체육대학교 조교수)


사람마다 서로 다른 체형을 가지고 있다. 근골격이 잘 발달한 사람 혹은 그렇지 못한 사람, 지방이
많은 사람 혹은 적은 사람, 사지 길이가 긴사람 혹은 짧은 사람 등 신체 외모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의 체형은 다양하다.

운동선수들의 체형은 어떨까? 농구선수들의 신장은 일반인의 평균 신장보다 적지 않게 크고 체조선수
들의 신장은 일반인의 평균 신장에 비해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레슬링 선수들은 일반인에
비해 근골격이 잘 발달되어 있고, 역도 선수들은 전완의 길이가 짧은 신체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높이뛰기 선수들은 신체의 무게중심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스모선수는 신체지방의 비율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운동선수들은 종목별로 상이한 체형특성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보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농구선수의 큰 신장과 체조선수의 작은 신장을 근거로 농구를 하면 키가 쉽게 큰다거나
반대로 체조를 하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견해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역도를 하면
사지의 길이가 짧아지며, 스모를 하면 지방이 붙는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다윈
주의에 근거한 피라미드 이론으로 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피라미드 이론(Pyramid Theory)

농구종목을 예로 이야기해 보겠다. 초등학교에서 100명의 농구선수를 발탁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 100명은 농구선수로 선발되지 않은 다른 초등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큰 아동들로 구성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최초 선발된 100명의 농구선수가 중학교로 진학할 때, 100명의 학생 모두가 진학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30-40% 정도의 선수들이 운동을 중단하게 된다. 운동을 중단하는 농구선수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신장발육이 늦은 아동들이다. 신장이 작은 경우에는 농구종목에서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운동선수의
운동지속 상황에도 적용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대학 혹은 실업팀 진학
등의 과정을 통하여 마지막까지 농구를 계속하게 되는 농구선수는 신장이 일반인보다 크다는 특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 최고 수준의 농구선수는 농구경기가 갖고 있는 경기환경에 따라서
선택된 특성에 잘 적응하는 선수로 구성되기 때문에 신장이 큰 선수로 구성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즉, 농구는 신장이 클수록 유리한 종목이라는 것이다.

 

                  


유리한 체형과 불리한 체형

신장이 큰 농구선수들의 특성에 대하여 '농구를 했기 때문에 신장이 크다'는 주장보다 '신장이 컸기
때문에 계속 농구선수를 할 수 있었다.'라는 논리가 더 합리적인 것이다. 또한 '체조를 했기 때문에
신장이 작다'가 아니라 '신장이 작았기 때문에 계속 체조선수를 할 수 있었다.'가 더 맞는 것이다. 즉,
농구종목은 골대가 약 3m 높이에 있기 때문에 레이업 슛을 포함한 리바운드 등 대부분 농구기술은
신장이 클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체조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신체회전을 요구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신체의 길이가 길수록 원심력이 커져 불리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의 신체를 보면 종목 내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최우수 선수들 간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훈련하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20여년 생활하다보니 선수들의 외형만 보고 '저 선수가 어떤 종목의 선수인지'를
추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종목의 최고 전문가들은 어린 선수를 보고
딱 한 번에 그 선수의 성공가능성을 감으로 예측하는데, 한눈에 감으로 예측한 결과가 스포츠과학을
적용하여 예측하는 것 보다 더 정확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생물측정학과 운동측정학

최근 Biometrics라고 부르는 생물측정학이 산업에서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Biometrics는 인간의 생체
정보를 인식하여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지 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지문을
비롯해 목소리, 눈동자, 걸음걸이 및 키보드 입력 패턴 등 사람마다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을 근거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운동학을 의미하는 Kinesiology와 측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Metric의 용어를 조합해 Kinesmetrics, 즉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측정평가를 운동측정학의 용어로 대용하자는 의견이 있다. 인간의 움직임을
식별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패턴을 분석하는 분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운동측정학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특정 종목에서 전문가들이 '감'으로 느끼는 성공 가능성 높은 선수들의 체형을
정량화하는 일은 우수선수의 발굴 및 육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체형분류

체형을 정량화하는 대표이론 중 Heath-Carter의 체형분류법이 있다. Sheldon이 내배엽, 중배엽 그리고
외배엽으로 구분했었던 체형을 13개, 더 구체적으로 내배엽, 중배엽 그리고 외배엽에 대하여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체형분류법의 특징이다. 그림에서 왼쪽 아래 기호()는 상대적으로 지방의
발달정도를 의미하는 내배엽이며, 중앙위쪽의 기호()에 가까울수록 상대적으로 근골격의 발달정도를
나타내는 중배엽을 나타낸다. 오른쪽 아래 기호()에 가까울수록 신체와 사지가 마르고 길어 보이는
외배엽을 의미한다.

      

               

올림픽에서 세계최고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남자 선수들의 체형을 호주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의 Olds(1999) 교수가 제시하였다. 역도선수들은 극단적으로 근골격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체조선수들은
전형적인 중배엽, 스모 선수는 극단적인 내배엽 값을 가지고 있다. 특히 패션모델은 체형차트의 아래
쪽에 위치함으로써 근골격 발달의 부실함을 보여주어 마른비만이라 부를 수 있다.

"운동선수들의 체형은 어떨까?"하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특정종목을 수행하는데 특별히 유리하거나
혹은 불리한 체형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정리하면, 어떤 종목을 수행하기에 유리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 세계적인 선수로써 최소한의
자격은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에는 그 종목에 대한 기술을 연마하고 체력, 심리, 전술 등 개인적
열정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세계수준의 선수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면 혹은 세계수준에
근접해 있는 선수라면 이미 형태학적으로 해당 종목에 적합한 선수이다. 그러나 세계수준의 선수
이상의 세계최고 선수는 적합한 체형조건에 피땀의 노력을 더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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