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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2010년 남아공월드컵, 고지적응이 승리의 열쇠다


                                                                                                글 / 전태원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축구팬들은 지금도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를 떠올리곤 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이전 국제대회 최고의 성과이고 ‘붉은 악마’라는 별칭이 붙은 대회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은
고지대인 멕시코에서의 적응을 위해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체력훈련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경기장 9곳 중 6곳이 고지대에 위치하여 고지 적응이 승리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은 저 산소 탱크를 선수들에게 지급하여 하루 한 시간씩 호흡을 통해 적응력을 높이고자 하고 있으며, 잉글랜드는 선수 개개인의 집에 산소텐트를 설치하여 가장 고도가
높은 요하네스버그(해발1724m) 수준까지 도달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안을 수립중이다.

 
그럼 운동생리학적으로 고지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원리는 일반적으로 기체
법칙에 따라 고지에서는 산소 분압이 낮아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와 산소섭취량이 줄어들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콘텐츠출처 : 오픈애즈(http://www.open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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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생활은 고지대, 훈련은 저지대에서?

국가대표팀을 위해 일부에서는 ‘생활은 고지대, 훈련은 저지대’의 전략을 권장하고 있다. 왜 권장할까.
개인차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고지대 훈련 후에 적혈구의 생성에 관여하는 에리트로포이에틴(EPO),
적혈구량, 최대산소섭취량이 증가되어 생리적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향상되지
않은 사람들은 EPO 증가량에 비해 적혈구의 양이나 최대산소섭취량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로부터 두 가지의 유용한 훈련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고지에서의 훈련 전 기본적인
신체상태나 훈련상태는 당연히 고려되어져야 할 것이다.

고지에서의 훈련 결과로 EPO가 증가하는 만큼 적혈구량도 증가할 수 있는 충분한 높이에서 생활해야
한다. 고지에서 훈련하고 그보다 낮은 저지대에서 생활한다면 훈련효과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벌 훈련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고지에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도 헤모글로빈의
산소불포화를 겪는 선수들이 고지에서 인터벌 훈련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2,500m의 고지에서 27일간 생활하고 1,250m의 고지에서 고강도 훈련을 한 육상선수들이 최대산소
섭취량(3%)과 해수면에서의 운동수행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위의 사실을 지지해준다.


둘째, 피로회복능력의 고지 적응

신체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 중 발생한 피로를 회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고지에서는 일상과 환경이 다르므로 두 요인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은
당연하다. 3~4주 동안 고지대에 적응한 후 동일한 강도의 동일한 운동을 했을 때 적응기간 없이 갑자기
노출된 경우보다 젖산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이것이 젖산 패러독스(Lactate Paradox)이다.

 
이에 대해 현재 근육의 산화능력이나 낮은 호르몬(에피네프린) 농도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으나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피로회복능력 역시 적응됨을 알 수 있다. 

 
이미 30년 전 멕시코 올림픽 때부터 고지 훈련에 대비된 방법들이 연구되어져왔다. 요약하면 고지에서의
적응은 훈련 전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능력, 신체훈련 상태, 고지의 높이, 훈련 강도와 양, 기간 등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고지에서 훈련하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훈련지보다 높은 고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국가대표팀이 고지에 잘 적응하여
4강 신화를 재현하기를 기원한다.

* 참고문헌 : 파워운동생리학, 2008(역자:최대혁, 최희남, 전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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