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조정환 (서울여자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우리 사회 어느 분야든 영재(英才)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반적으로 영재는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가졌거나, 특수한 학업적성이 있는 경우, 창조력과 예술성 그리고 운동능력이 뛰어난 어린이,
청소년들을 구분지어 붙여진 말이다. 영재는 개인 뿐 아니라 국가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관심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국가는 모든 분야의
영재들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영재의 조건이고 어느 정도 뛰어나야 영재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이 점에서는
체육영재와 다른 분야의 영재를 보는 시각이 매우 다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지적 활동 영역에서
영재란 보통 또래 집단의 2-3% 수준에 포함되는 적지 않은 숫자를 그 대상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체육 영재를 이야기 할 때는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 선수 등 그야말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에 한정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스포츠는 최고의 선수에게 명예와 부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종이 한 장의 경기력 차이 일지라도
금과 은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의 효과가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의 여러 가지
특성 그리고 걸어온 길이 ‘오직’ 스포츠 영재의 조건이자 길이라 생각하기 충분하다. 그런 이유로
스포츠 영재를 생각할 때는 그림자처럼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의 얼굴이 떠오를 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 스타의 성공사례를 놓고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가는 조금만 관심있는 당사자들 정도면
대부분 비슷하게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체격 조건이 타고 났어...!! 기회가 좋아 훌륭한 코치
선생님 만나서 기초를 잘 배운거지...!! 가족이 만사 제쳐 놓고 뒷바라지 할 수 있었쟎아...!! 뭐니 뭐니
해도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돼...!!” 스포츠 과학자들 일지언정 이 이상 어떤 설명을 더 추가 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 또 하나는 성공적인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그 성장의 과정(곡선)이 아주 판이 하다는
것이다. 어느 선수는 어려서부터 그 영재적 소질이 뛰어났는가하면 대기 만성형 선수 또한 적지
않다. 북미 아이스하키의 20년 역사를 바꿔놓은 캐나다 아이스하키 전설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
선수는 오랜 동안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섣불리 결론을 내자면 어떤 특출한 선수들처럼
따라서하면 안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스포츠 영재는 과학적 산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예술과 같은 창조물에 가까운 성격으로 보는게 맞다.
보편성, 일반성, 재현성을 추구하는 과학적 이론으로 탄생되지도 않았고 또 설명할 수도, 탄생될 수도
없다. 인체측정학적 요소, 생리학적 요소, 심리 정서적 요소, 사회 환경적 요인들에 포함된 수 천 가지
조각 퍼즐들 그리고 거기에 시간 세월...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스포츠 스타는 어쩌면 운명으로
결정되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와 같이 국가적 차원에서 스포츠를 지원하고 육성하고자하는 국가 그리고 프로 시장이
형성된 종목에서는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한 엄청난 보상이 그 저변을 이루고 있다. 단지 손꼽히는
스타 선수들만이 누리는 명예와 부가 손에 잡힐 듯 말듯 보일 수도 있다. 스포츠 영재를 그리고
스포츠를 하는 목표를 그렇게 너무 현실적인 차원에 가두어 두는 건 특히 아이들에게 외나무 다리
인생 길을 가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는 “대부분의 선수가 퍽을 쫓아 달려가지만, 나는 다음 퍽이 튈 곳을
찾아 갑니다.”라고 하였다. 비단 아이스하키 경기 상황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의 전략적 상황에 대한
‘인지적 판단’의 중요함을 지적한 말이다. 네델란드 Groningen대학 팀이 축구 영재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고하면서도 축구영재의 소질을 ‘전략적 개념의 이해’ 정도와 ‘연습에의 몰두’ 수준으로 요약한 바 있다.
스포츠 상황에서의 전략적 판단이 반드시 스포츠 환경에서만 길러진다고 보지 않는다. 그야말로
다양한 삶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질 수도 있다고 본다. 특별히 단절되지 않고 성장과정에서 어려서
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어떠한 ‘소재’의 재미에 푹 빠져 가는 것, 곧 영재의 길로 가는 그저 평범한 길이
아닐까? 어차피 아무개가 어떻게 그 길을 어떻게 갔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
아이들에게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주여야 한다. ‘어떤’ 재밋거리라도 바르게 연습에
몰두할 수 있는 학습 장(場)의 제공은 주변의 어른들의 몫이다. 사회가 그러한 풍토로 잘 가꾸어져
있으면 영재의 싹이 이곳 저곳에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영재는 스포츠에 참여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사회가 건강해지는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자라날 것이다.
‘우리 집 아이가 박지성 선수처럼 되고 싶데요...!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선수시키려구요...!!!’ 부모의
자식 사랑은 끝이 없겠으나, 부모 욕심으로 잘 포장된 사랑가(歌)는 아닌지 누구나 돌이켜 볼 일이다.
맞히는 도사 세상에 있겠는가? 넓은 시각으로 멀리 생각하며 영재관(觀)을 바르게 가지는 길! - 영재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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