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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더러운 공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글/이대택(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연상문제 하나 던지려고 한다. 순간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보자.
도시에서 운동하는 것과 시골에서 운동하는 것.

무엇이 연상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연상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일단 환경을 생각했을 것이다.
더불어 지저분한 공기와 깨끗한 공기를 연상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더러운 공기의 도시보다는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의 시골이 운동하기에는
더욱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러할까. 일단은 이 생각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같은 값이라면 더러운 공기보다 깨끗한 공기가 우리 몸에 덜 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다 세밀한 질문에 들어가면 도시의 더러운 공기가
과연 어느 정도 해로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과연 그 공기들이 우리가 운동하는데 정말로 해를 끼칠 것인가도 그리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공해에 대해 알아보자.
공기를 깨끗하지 못하게 하는 오염물질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차공해물질들과 이차공해물질들이다. 일차공해물질이란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연료가
연소됨에 따라 그 화학적 성분이 변하지 않고 대기로 방출되는 물질들을 말한다.
여기에는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질산가스, 분진 등이 있다.
이차공해물질은 일차공해물질들이 대기에 방출된 후 상호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산물들이며
오존, 퍼록시아세틸
나이트레이트, 연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공해물질들은 직접적으로는 심혈관계와 혈액, 그리고 허파에 영향을 미친다.
급격하게는 협심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간접적인 영향으로는 허파의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면역계에도 반응을 유발한다. 기관지가 수축하거나 호흡이 곤란해지고
혈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은 어린이나 노약자
그리고 특히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당장 보면 공해물질이 정말로 보통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흔히 ‘공기가 맑다’라던가 ‘공기가 탁하다’라는 말을 하는 우리는
정작 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일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리고 최소한 그 변화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면 공기 속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다만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양이 우리 몸속에
얼마나 축적되는가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하기만 한다. 그러니 우리가 공기의 맑고 지저분함을
산소와 이산화탄소, 그리고 일산화탄소로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아황산가스와 질산가스는 인간이 후각으로 감지가 가능하며,
오존의 경우는 호흡기관이 타는 듯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감지 가능한 공해물질들인 것이다.
먼지와 연무 또한 최소한 시각적으로나 호흡과정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반응으로
알아채기도 한다. 그러나 감지 가능한 물질들은 코에서 점막에 의해 거의 모두 걸러지게 된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인간은 후각이나 미각을 통해 기체를 잘 구별하는 동물은 아니다.
아마도 공기의 맑음과 더러움은 감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인지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욱 옳다. 그러니까 공기의 온도, 공기 속에 포함된 오염물질
또는 공기 속에 포함된 냄새 등이 총체적으로 감지되어 공기의 질이 평가되어지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산 속에서 등산을 하면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공기 맑다’.
그러나 이는 감지에 의한 것은 아니다. 심호흡한 산속의 공기와 그와 동반된 냄새가
마치 맑은 공기로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도시의 공기가 그리 나쁘지 않다. 여기서 나쁘지 않다는 표현은 시골에 비해서라기보다,
우리 인간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설명하자면, 우리가 보통의 경우에 경험하는 도시의 공기는
우리에게 극단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에는 그 더럽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도시라는 특정한 구조와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보다는,
바람, 온도, 황사 등과 같은 환경적인 영향이 더욱 크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자. 터널을 통과하는 버스에서 승객들은 창문을 닫는다.
터널 공기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통념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된 수치에 근거하면 우리의 관념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터널이 그리 더럽지 않으며, 오히려 황사 한 방이면 측정기의 바늘은 큰 폭으로 흔들린다.
또 있다. 도시의 공기보다 담배연기가 더 무섭다.
공기 맑은 곳에서 담배 한 대면 도시보다 더 나쁜 공기를 호흡하는 것과 동등하다.


도시 대기의 오염은 심지어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단순한 효과지만 먼지와 연무는 태양빛을 일정 정도 차단하여 우리의 피부에
자외선이 직접적으로 투여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설명하였듯이 우리는 공기의 깨끗함과 더러움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일정 수준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을 맞이하려면 웬만한 수준의 더러운 공기로는 불가능하다.
사람이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러운 공기에 대해 상당한 경계를 갖는다. 당연할 수 있으며
특히 운동을 일상화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특히 중등강도 이상의 운동에서는 코로 호흡하는 방식에서 입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이 과정에서 코의 점막이 수행해야할 여과 기능이 충분하게 수행되지 못한다.
한마디로 입으로 숨을 쉬는 운동에서는 다량의 오염물질이 폐로 유입된다는 말이다.
강한 운동이 오염물질에의 노출을 유연하게 해주는 꼴이다.

우리는 운동과 대기오염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오염된 공기에서 운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인 노출과 장기적인 노출의 차이도 알지 못한다.
오염공기에 대해 적응되는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며
운동에 의한 과호흡이 과연 더 많은 오염물질을 몸  속으로 불러들이는가에 대해서 조차도 모르고 있다.
그 사이 우리는 대기 오염과 운동에 대해 과다하게 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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