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경화 (츠쿠바대학교 연구원)
심판은 스포츠경기에서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심판의 의무는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경기에서 위반하는 것들을 규칙에 따라 제어하고
순조롭게 경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리드하며 경기결과의 승패를 확정하는 것이다.
경기 중에 찰나를 방불케 하는 심판의 판정은 규칙이나 규정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공정함을 발휘하지만,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시야에서 확보되는 순간적인 상황을 놓치거나, 애매한 상황에 직면하여
잘못된 판정의 향방에 따라 직접적인 승패의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농구나 축구처럼 상대 선수들끼리 몸싸움이 허용되는 스포츠경기에서부터
연기점수로 승패를 가리는 체조, 피겨 스케이팅 그리고 기록경기인 쇼트트랙에 이르기까지
규칙이나 규정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허용치가 어느 선까지인가에 따라
공정함에 대한 시시비비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겪었던 체조의 양태영,
쇼트트랙의 김동성처럼 고의적이며 편파적인 심판의 판정으로
금메달을 잃어버린 경우가 과연 올림픽에서 뿐일까?
스포츠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들은 고의적이든 양심에 따른 그들의 실수에 대한 보상행위든지 간에
양 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복된 오심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된다.
일반적으로 심판들은 경기의 흐름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듯,
인간이기 때문에 심판 판정의 실수로 인한 오심 또한 경기의 일부로 간주하며,
바로 이어지는 고의적 오심은 보상행위에 대한 관대함으로 인정되어 공정함의 의무가
희석되어버리기 일쑤이다. 이것은 심판이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경기가 양 팀에 최대한 무리 없이
매끄럽게 경기를 이끌고 나가는 것이 우선인가 아니면 매끄러운 경기진행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이에 칸트가 서술한 정언명법은
‘너의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법칙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하라.’이다.
심판의 공정성, 즉 정의로움이라는 것은 공리주의적(윤리적 상대주의적)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규칙에 근거한 의무론적 윤리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의 판정은 경기의 리듬에 따른 진행 상황과 관련되어
경기의 흐름에 따라 판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무 즉 규칙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며
규칙 아래 심판의 도덕적 의무 안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따라서 심판은 결과에 대비하여 만약이라는 상황이 전제되거나 어떤 행위자에 따라
혹은 경기경과의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의도되어진 판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행위의 결과에 그 어떤 보상 없이 판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스포츠에서 심판의 공정성을 인정하기 위한 조건은 전문성을 잘 드러내는 탁월함에 근거한다.
즉 “탁월성은 앎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탁월성이란
영혼 속에서 생겨나는 세 가지, 감성과 능력과 품성상태이며, 이와 같은 것을 ‘덕’ 즉 ‘아레테’라고 하였다.
품성상태란 인간의 감정이며, 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게하는 능력으로 나쁘게 혹은 좋은 방향으로
태도를 취하게 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품성상태가 습관을 길들이고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의 자질 및 자격요건에 있어서 어떠한 품성상태가 훌륭한 심판을 길러낼 수 있는가는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완성된 품성상태, 즉 인격에서 찾아야 할 것이며,
인격은 심판에 한해서 고정화된 습관의 반응에로 표출된다.
사하키안(2002)은 도덕적 의무란 “직관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즉 심판의 직관에 의해 공정함의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직관에 의한 심판의 판정은
더욱 전문성을 요구하는 그들의 기본지식과 상통한다. 심판은 전문적인 기예를 분별하는
탁월한 시야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며 이론에 있어서도 시비를 판단할 줄 알고, 순간포착을 위한 준비로서 반복훈련에 의한 판정의무에서 직관이 필수적이다.
직관에서 주어지는 판정은 반복된 경험적 학습과 훈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플라톤의 『라케스』에서는 용기란 “각각의 것들에 대한 경험이며 앎”이라고 하였다.
심판의 공정함을 지속시키는 근본은 용기에서 비롯된다.
용기에서 비롯되는 심판의 올바른 경기진행은 그것이 우발적인지 고의적인지 알 수 있다.
고의적이지 않는다면 실수 또한 경기의 일부이기에, 경기승패의 영향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용기 있는 자는 두려워함이 없는, 이성이 명하는 대로 고귀한 것을 위해 견뎌내는
탁월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이는 감성에 흔들리지 않고 물질에 유혹받지 않으며
인과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의 의지에 합리적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공정함, 정직, 참된 용기를 지닌 심판은 숙달된 경험과 인지된 앎이 그들의 전문영역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따라서 내적 전문지식의 함양이 안정된 경기운영을 가능케 할 것이다.
이러한 덕과 참된 용기, 정직과 공정성을 갖춘 심판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스포츠 세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즉 심판의 정례적인 보수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그 보수교육에서의 윤리교육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절대적인 교육과정으로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요컨대 심판의 윤리교육을 위한 합리적 교육시스템의 필요성과 전문인으로서의
자질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전제되어질 때, 주체자로서의 선수뿐만 아니라 객관자로서
관중 및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것이다.
즉 온전히 심판의 역할에 대한 신뢰는 스포츠를 아름답게 할 것이며,
공정함이 살아있는 스포츠 세계는 우리들을 흥미로운 스포츠 세계로 이끌 것이다.
ⓒ 스포츠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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