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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제대로 된 경기다운 경기를 시키자!

                                                                                           글 / 이충원 (연북중학교 교사) 




학년 초가 되면 학생들에게 작년에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설문지를 받는다. 대체로 학생들은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스포츠 종목 형태로 답한다. 학년에서 꼭 배워야 하는 육상, 체조 등의
한두 종목이 있으며, 요즘은 줄넘기가 빠지지 않고 있다, 특히 축구나 핸드볼, 농구나 배드민턴
등을 배웠다고 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단체운동이며, 무엇을 배웠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대체로 선생님께서는 단순 기능(축구에서는 드리블이나 패스, 리프팅, 핸드볼에서는 드리블이나
슛, 농구에서는 드리블, 패스, 슛, 배드민턴에서는 서브나 스트로크 등)을 가르치시고 평가한 후
다른 종목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경기를 해봤냐고 물으면 그냥 ‘자유롭게’ 해봤단다. 이 말은 경기다운 경기는 가르치지도 않았으며,
해보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자유롭게’할 상황이면 운동 기능이 떨어지거나 소극적인
학생들은 참여 기회가 거의 없으며, 안타까운 사실은 여기에서 교육소외가 다수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기 상황에서 빈둥거리듯 배회하는 학생들이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학생들에게 경기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전도본말이다. 이들을 끌어내어 경기를 체험시키고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역할은
교사에게 있다. 교사가 이들 모두 경기에 참여토록 경기를 만들어주고 행하게 하면 된다. 운동
기능이 뛰어나건 잘 못하건 간에, 소극적이건 흥미가 없건 간에 이들 학생을 다소 ‘억지로라도’
경기에 참여토록 수업을 만들면 된다. 이런 수업에는 ‘스포츠교육 모형’을 적용하여 활용하면
제격이다.





수업모형으로서의 스포츠교육 모형은 학생들을 ‘유능하고 박식하며 열정적인 스포츠인으로
성장’
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어느 정도의 운동 기술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으며, 스포츠의
규칙 등을 이해하고 스포츠의 가치를 알며, 스포츠 자체에 대해 열의가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실천 사례와 함께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스포츠교육 모형의 6가지 핵심적인 특성에 대입하여 기술하면 보다 쉽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특성은 ‘시즌’이다. 야구 시즌이라고 하면 그 시즌은 4월부터 10월까지이고, 농구나 배구는
겨울철을 시즌이라고 한다. 이 시즌을 학기 계획에 잡으면 되는데, 우리나라 실정 상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시수로 말하면 12차시에서 16차시 정도)의 기간이면 적당할 것이다(고등학교인
경우에는 조금 길어도 무방하다).


그 다음엔 ‘팀’을 편성한다. 팀을 편성해야 두 번째 특성인 팀 소속’이 가능하고, 팀에 대한
소속감,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축구나 핸드볼, 농구와 같은 신체적 접촉이 많이 발생하는
경기에서는 동성으로 편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간혹 혼성으로 팀을 편성하여 여학생에게
일정한 어드밴티지를 부여하는데 서로 불편할뿐더러 활기찬 경기가 행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학생 수에 맞춰 동성끼리 2-4팀 정도가 적당하다. 배드민턴이나 배구, 소프트볼
경기에서는 혼성으로 편성한다. 배드민턴은 6명 한 팀으로 3 복식이 가능하면 되고, 배구나
소프트볼은 3-4팀 정도가 적당한다.


팀 편성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팀 선정 위원회를 구성하여 편성할 수 있으며, 교사가
편성하는 방식, 몇몇 학생들이 팀을 편성토록 하는 방식 등이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나
알맞은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팀이 편성되면 학생들에게 선수 역할외의 별도 역할을 부여한다.
감독이나 코치, 주장, 기록원 등인데, 각각의 역할이 무엇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지시켜야 한다(처음에는 학생들이 감독을 맡으면 선수로 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팀이 편성되면 ‘공식 경기’를 실시한다. 학교 교육상황이나 시설, 여건에 맞춰 규칙을 다소
변형하는 것은 가능하다. 교사는 조금 귀찮더라도 일일이 학생 이름을 워드로 쳐서 공식 경기
기록지를 작성해주면 좋다. 몇 팀 안 되기 때문에 모든 팀이 골고루 돌려붙는 라운드 로빈 경기
방식이 적합하다. 배드민턴 경기인 경우 5-6팀으로 나눠 3 복식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경기 전에
오더지를 제출케하면 흥미진진해진다.

축구나 핸드볼, 농구인 경우 팀별로 모두 맞붙게 한다. 배구나 소프트볼 경기가 3 팀으로
편성되어 경기를 하게 되면 서브나 타격을 남녀 번갈아서 모두 하게 하고, 특히 소프트볼
경기에서 혼성일 경우 내야 수비(베이스까지 담당)를 여학생에게 맡기면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경기에 참여하게 된다.


공식 경기를 실시할 때 경기 진행을 대기팀이 담당하는 방법도 있다. 올해 소프트볼 경기인 경우,
두 팀이 경기할 때 한 팀이 경기 진행을 담당케 하였다. 3명이 루심, 타석 도우미 2명, 볼 보이(걸)
2-4명, 아나운서/해설자 2명, 기록자 2명 등으로 역할을 분담시켰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모든 공식 경기에서 ‘기록’은 필수이다. 너무 복잡하거나 학생들이 잘 모르는 기록까지 하는
것은 무리이며, 최소한 누가 골을 넣었는지 어시스트했는지 정도만 기록해도 좋다. 소프트볼은
좀 더 세밀하게 야구 기록 방식을 차용하여 기록했더니 효과적이었다(기록지를 못 보여 주는
것이 아쉽다). 또 다른 특성 중에 ‘결승전 행사’ ‘축제화’가 있다.

통상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경기가 행해지면 점차 자기편의 승패를 알게 되며 점점 경기에
대한 흥미가 고조되게 된다. 이 경기 과정이 ‘축제화’이다. 경기의 모든 과정을 축제처럼
흥미진진하게 이어가라는 것이지 단지 마지막 경기에서 북치고 장구치는 형태로 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학생 하나하나가 선수로 뛰면서 또한 다른 역할도 담당하면서 경기를 실시한다면 학생들에게
놀라운 경기 체험을 시켜줄 수 있으며, 이러한 경기 과정을 통해 스포츠의 진정한 묘미와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자기들끼리 자유롭게 하는 경기를 통해선 그 교육적 효과가 미미할뿐더러
교육소외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는 수업이 스포츠교육 모형을 활용하는
것이며, 이러한 수업을 통해 체육적 가치를 좀더 체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체육교사들이 할 일만 남았다. ‘경기를 시키자! 단, 제대로 된 경기다운 경기를 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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