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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엘리트 육상선수에서 동호인 마라토너 스타로

엘리트 육상선수에서 동호인 마라토너 스타로

 

글/ 신용욱(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절대 자만하지 않습니다. 저의 꿈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2017 동아마라톤에서 올해의 선수을 수상한 문삼성씨는 현재 회사를 다니며 동호인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그는 원래 촉망받는 엘리트 육상선수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육상을 그만두고 몇 년간은 운동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소리 없이 떠난 그가 얼마 전부터 동호인 마라톤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등장은 동호인들 사이에서 큰 이슈였다. 동호인 임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선수들에 버금가는 기록을 내는 것이었다. 과거 엘리트 선수였다 할지라도 군대를 다녀오고 몇 년을 쉰 선수가 단 기간에 낼 수 있는 기록이 아니었다. 많은 러너들이 그에게 집중했다.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유망주였던 그는 왜 엘리트 선수를 그만두고 동호인마라토너로 다시 등장하게 되었을까?

 

   그는 충남 예산에서 육상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전국소년체전 남자초등부 8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고, 충남 예산중으로 진학하여 중학교 3학년 때는 전국소년체전 남중부 1500m 와 3000m에서 1위를 하며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어린 시절부터 육상에 소질을 보인 그는 한국장거리육상을 이끌어 갈 차세대 유망주였다.

 

(2007년 김천에서 열린 제 38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선두로 달리고 있는 문삼성 선수/ 출처 : 대전일보사)

 

   중학교를 석권한 그였지만 은퇴를 하게 된다. 이유는 피로골절이었다. 충남 예산 지도자의 욕심으로 혹사를 당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렇게 그의 선수 생활은 끝이 난 줄 알았다. 일반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1학년이 끝나 갈 때 쯤, 그의 재능을 안타까워한 마라톤 명문 배문고등학교 조남홍 감독이 그를 찾아왔다. 기나긴 설득 끝에 스카우트했다. 조남홍 감독은 먼저 부상치료에 전념했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으로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 훈련을 시켰다, 그는 그런 감독님을 믿고 노력하여 고교 2학년 후반기 대회부터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이 후에는 고교 정상권을 유지하여 서울 왕십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로 진학했다. 부상의 아픔을 이겨내고 명문 한양대학교로 진학했지만 돌연 은퇴를 했다. 지도자와의 마찰이 생긴 것이다. 그가 생각했던 대학선수 지도방법과 너무나 큰 차이점을 보인 것이다. 은퇴 후 곧바로 입대를 했다. 많은 육상 관계자들이 아까운 인재가 떠났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년 후 제대를 했고 그는 다시 운동장에 돌아오지 않았다. 운동을 포기할 때부터 서울에서 다른 일로 보란 듯이 성공할거란 각오를 가졌다. 하지만 운동선수생활만 해온 그에게 사회생활은 쉽지 않았다. 무작정 알아본 2평도 채 되지 않는 방에서 바퀴벌레가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그 방에서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그는 큰돈을 내고 민간자격증을 취득하러 갔다. 현재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자격증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그는 그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 그를 보고 어떤 기관에서 고용을 했고 열심히 하는 만큼 대표가 키워 줄 거라 생각했다. 현실은 최저임금 비슷하게만 주고 부려먹기만 했다. 회의감이 들 때 쯤 재적인 줄 만 알았던 대학이 휴학 상태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 후 삶의 멘토, 작은아버지와 상의했더니 대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하셨다. 작은 아버지는 “복학 안하면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 4년 등록금 한 번에 다 내줄테니 무조건 다녀라” 말 하셨다. 그는 부탁하면 무조건 도와주실 분이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는 “살면서 어느 누구한테 무시당하지 않았고 그만큼 성실하게 살았다. 어떤 일을 하던 그 조직에서 솔선수범했다. 그리고 작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에 복학을 했고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트레이너와 방선희 아카데미에서 코치로 활동하는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삶에 도전했다. 많은 실패와 고난을 겪었지만 그는 이겨냈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2011년 3월 은퇴 후 5년이 지난 2016년 5월이다. 그 당시 방선희 마라톤아카데미에서 코치로 활동을 하는 상태였다. 지도자로 생활을 하면서 마라톤을 뛰어보지도 않았던 만큼 마라톤을 지도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도전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5년 만에 신발 끈을 다시 매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트레이너 생활을 할 때 익힌 지식과 직접 몸으로 느낀 신체 훈련법을 적용하여 운동을 했다. 한 달을 훈련하여 뛴 하프마라톤에서는 1시간 15분을 기록했고 그 해 11월에는 1시간 08분 59초를 뛰었다. 이 기록은 엘리트 선수와 비교해도 우수한 수준의 기록이었다. 그 다음 해 3월에 서울국제마라톤에 도전하여 2시간 29분 42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했다. 우승 후 엘리트선수로 복귀를 바라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엘리트선수로 복귀할 마음이 없다. 오래전에 당한 피로골절과 발목부상으로 아직까지 다리가 약한 상태이다. 그는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마라톤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마라톤을 즐기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2017 동아마라톤 우수 선수상을 수상한 문삼성(좌측)/ 출처 : 문삼성)

 

   현재 그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희명종합병원에서 재직 중이다. 이 분야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라톤에 대한 미련은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운동은 헤어진 전 여자 친구 같다고 말하는 그이다. 하지만 이미 선수시절부터 악화 된 부상으로 달릴 수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라톤의 기본은 조깅이다. 조깅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터벌 트레이닝, 힐 트레이닝과 같은 고강도 훈련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기록 향상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