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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신태용 감독이 이청용을 발탁한 이유

  신태용 감독이 이청용을 발탁한 이유

 

글 조해성(국민대학교 사법학)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신태용(47)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한 달 가량 남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28명의 선수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언론의 질문이 가장 집중된 선수는 이청용(29)이었다. 아쉽게 낙마한 선수들과 깜짝 발탁된 선수들이 아닌 이청용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형평성 논란에 있었다. 이청용은 17-18시즌 프리미어리그가 모두 종료된 가운데 단 7경기, 130분만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 팀의 에이스인 윌프리드 자하, 앤드로스 타운센드와 경쟁하며 선발 출장은 한 경기에 불과했다. 이렇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이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월드컵 명단에 들어갔다는 형평성 논란을 야기시켰다. 더욱이 이청용이 경기에 뛰지 못한 것은 이번 시즌만이 아니었다. 볼튼 원더러스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 후 4년동안 38경기만을 뛰었고 그중에 선발 출장은 10경기에 불과하다. 이는 보통 선수들의 한 시즌 경기 수와 비슷하거나 떨어진다.

 

  그러나 이청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으로 100경기 이상 뛴 베테랑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와 16강 경기에서 득점을 하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도 출전하며 득점을 기록했다. 커리어 면에서는 이번 선발 명단에서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을 제외하면 제일 화려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스포츠계의 속설에 비춰보면 현재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1군 경기만 소화하지 못했지 연습과 2군 경기에서는 꾸준히 뛰었기 때문에 경기력에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볼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올 시즌 경기를 많이 뛰지 않은 덕분에 시즌을 마치고 바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다른 유럽파 선수들이나, 시즌 중 월드컵 일정도 소화해야 하는 K리그, J리그, C리그 선수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이청용의 선발과 관련한 형평성 질문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6월 3일 출국할 때 최종 명단이 나온다. 이청용이 100% 간다고 판단할 수 없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부분은 팀 동료들과 훈련을 소화하면서 만들어 갈 수 있다"며 "이청용이 출전은 많지 않았지만 (국가대표팀에 있어)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선수다. 2번의 월드컵 경험과 개인 스킬이 타고난 선수다. 우리 팀이 가지고 가고자 하는 포메이션 전술에서 상당히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100% 간다고 보장 못한다. 희생정신을 발휘해주면 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동행할 수 없다"고 답해 논란을 일축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7월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대표팀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뽑을 수 있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또한 지난 2일 기자회견 당시에도 이청용의 선발 가능성과 관련하여 '이청용은 최근 출전도 하고 있다. 발탁 가능성은 50대 50'이라며 국가대표팀에서 배제시키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의 속마음은 모르나 이청용을 염두해 둔 그동안의 행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태용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감독과 지난해 U-20 청소년대표팀 감독 등 그동안 한국 축구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소방수로 등판하여 급한 불을 꺼왔다. 그 와중에도 리우올림픽 8강 진출과 U-20 월드컵 16강 진출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지고 더 발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월드컵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청용이 최종 엔트리 안에 들어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청용을 선발할 시에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고, 월드컵 성적에 대해서도 책임질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1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미디어 데이 행사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2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2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 내달 1일에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경기를 한다. 3일에는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하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사전 캠프를 떠난다. 이곳에서 볼리비아와 세네갈과 차례로 격돌한다. 이후 12일에는 러시아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하여 스웨덴과의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를 준비한다.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에 대해 자격이 없는 선수라며 비난들은 더 이상 국가대표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이 말한 '통쾌한 반란'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고 그 반란을 즐길 날이 오기를 바라며 국가대표팀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