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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의 심리상담사 김성범 교수와의 인터뷰

선수로서의 이름보다, 존재자체로서의 이름 세 글자 자체가

더 가치롭고 중요하다

여자컬링 팀 킴김은정 선수의 심리상담사 김성범 교수와의 인터뷰


글 / 김예은 (국제스포츠학/ 심리학)


  “컬링은 기억 못하더라도 영미는 기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유행어를 만든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Team Kim)’을 기억할 것이다. 동계 올림픽의 새로운 역사를 쓴 팀 킴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열띤 인기 덕분에 각종 TV 프로그램, 광고, 행사 등의 바쁜 일정을 보냈다.


  컬링은 종목 특성상 심판 없이 경기가 진행되며 경기 중에 코치진이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컬링에서는 팀 주장이기도 한 스킵(Skip)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일본에게 이긴 후, 김은정 스킵은 인터뷰에서 마지막 스톤을 던진 심정에 대해 “내가 이걸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샷을 하였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대담한 근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체력 훈련이나 기술 훈련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심리적 훈련과 관리가 필요하다.

김은정 선수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이가 있는데, 그는 바로 대구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과 김성범 전임연구 교수이다. 김 교수는 독일 프리츠 펄스 연구소(Fritz Perls Institute)에서 통합문학치료 슈퍼바이저 자격을 획득한 문학 치료학 박사이기도 하다.

(김성범교수/ 출처 : 김예은 기자)


- 김은정 선수와 2015년도부터 심리 상담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심리기술훈련을 실시하였나요?

▲ 상담 시작 후 약 6개월 동안 김은정 선수가 가진 현 상황을 점검하는데 집중을 하였다. 김 선수는 그 당시 불안과 불면에 대한 문제를 호소하였다. 하지만 이때의 불안은 개인이 가진 기질적인 특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전 소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의 실수 경험 등으로 인하여 생긴 ‘또다시 비슷한 실수가 일어나면 어떡하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불면으로까지 이어져 경기 내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불면 문제에 대해 집중을 하였다.

상담을 시작한지 약 6개월에서 2년 동안에는 크게 경기 내적인 부분과 경기 외적인 부분을 구분하여 진행하였다.


- 경기 내적인 부분과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경기 내적으로는 경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본인의 정서 변화, 감각에 대한 지각 변화, 이것으로 인한 인지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것과 본인의 감각에 맞도록 새로운 샷 분류표 만들기, 비경기 때 휴식과 충전 방법 찾기, 취미활동 만들기, 판단 미스나 샷 미스에 대한 수정 루틴 만들기, 경기 중 팀원 활용하기 등이 있었다. 경기외적으로는 독일의 프리츠 펄스 연구소(FPI)의 Biological, Psychological, Social의 약자인 B-P-S 이론에 근거하여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인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 B-P-S 이론에 따라 상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B-P-S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이 세부분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학 벤다이어그램의 교집합 ABC처럼 B-P-S는 개별적이면서 서로 상호 교집합부분을 가지기에 상호작용성을 이해하고, B-P-S간의 밸런스의 안정감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생물학적 관점으로는 초기에 수면, 식사 등에 대한 안정적인 리듬을 만들어 불면 문제를 다루었다. 또한 선수가 몸의 감각에 대해 집중을 하도록 하였다. 선수가 자신의 몸의 근육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감각(sensation)하도록 하고, 그것을 지각(perception)하게 하여 더 나아가 이들을 인지(cognition)적으로 변환시키게 하였다. 그리고 이 감각-지각-인지의 과정을 강화시켜 불안의식을 체계적 둔감화라는 기법을 사용하여 다루었다. 예를 들어, 경기 중 손이 무겁게 느껴진다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서, 불필요한 과도한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심리학적 관점으로는 통합 문학치료 이론을 바탕으로 정서 표출의 수단으로 저널치료, 글쓰기 치료를 실시하였다. 컬링 종목의 특성상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이 개입을 거의 못하는 데에다가 중요한 샷을 결정적인 순간일 때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있기 때문에 경기 도중에는 정서를 밖으로 쉽게 표현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정서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과 심리적 루틴을 형성하는 치료를 실시하였다. 또한 그 기법적 내용으로는 심리적 루틴 만들기, 자기신뢰 형성, 잘못된 목표 형성 수정, 큰 시합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계획하기, 미래 계획 구체화하기 등이 있다.

  

  세 번째 사회적인 관점으로는 팀작업에 초점을 맞추었다. “컬링은 기억 못하더라도 영미는 기억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컬링에 있어서 선수들 간의 소통은 중요하다. 따라서 요해리의 참의 응용과, 페촐트의 6개의 문 이론 및 기법을 응용하여 선수 자신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자기인식과 타인의 자기인식의 격차를 줄이고 사회적 지지층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 선수들이 심리상담 인터뷰를 할 때 이에 대해서 대중들이 오해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선수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상담을 받는다거나, 멘탈이 약한 선수의 이미지로 비춰질 가능성을 말합니다.

▲ 큰 시험이나 목표하는 일을 앞두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적 상황으로 봐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경험들이 반복해서 쌓이다 보면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힘든데, 이때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심리적 상흔이 없도록 안전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상담을 받는 혹은 받으려는 선수에게 있어서, ‘멘탈이 강하다 혹은 약하다’라는 것은 주술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원래 인대나 근육이 강한 선수도 부상을 당하면 부상 기간 동안에는 '선수가 강하다 혹은 약하다'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심리적 문제의 상황을 만약 인대 파열의 예시로 든다면 충분한 휴식 이후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돕는 전략을 세우거나, 인대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인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 등 모두가 선수에게 필요한 심리상담이 될 수 있다.


- 일반 심리상담과 스포츠라는 특정한 상황에서 필요한 심리상담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궁극적으로 한 존재 자체의 성장과 성숙을 돕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경기 내적인 요소들이 순간적으로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경기 내적인 부분과 경기 중, 경기 후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부분까지 필요한 것이 일반 심리상담과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스포츠 현장에서의 심리훈련은 심리적 유연성과 안정감이 신체적 유연성과 안정감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몸의 이해를 돕게 하여, 실제 경기 시 힘든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순발력 있게 대처하고 반응하는 힘을 키우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선수들의 심리상담 시 교수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 선수로의 이름 또한 중요하지만, 존재 자체로서의 이름 세 글자 자체가 더 가치롭고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선수 존재 자체가 아름답고, 그 과정에서 성숙해나가며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존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의 존재 자체이다.


-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전에서 일본에 패한 후 김은정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일본에게 패한 뒤 화가 많이 났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기 직후, 선수가 화가 날 때 이를 가라앉히는데 필요한 심리기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선수라면 경쟁심과 목표의식은 당연히 가져야 할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쟁심과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거나 지연이 됨으로써 생기는 화 또는 분노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필요한 것은 화를 내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여 불필요한 수치심과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필요한 것은 화를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선수 스스로 훈련을 하는 것이다. 타인과 선수 스스로에게 안전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찾게 하고, 일정한 상황에서 그 방법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 김은정 선수는 마지막 스톤을 던진 심정에 대해 “내가 이걸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샷을 하였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때 김은정 선수의 담담함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내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기신뢰와 팀원에 대한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잘 준비해온 것에 대한 선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한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