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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절망에서 희망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한 선수들

절망에서 희망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한 선수들


글 / 허찬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관광학)

 

  누구나 동의하는 말이 있다. 체육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장에 을 추가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는 없는 문구가 된다. 체육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신체적인 능력이 기초되어야하는 체육활동은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지만 각자의 신체능력이 다른 만큼 누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지는 개개인마다 다르다. 당연히 우월한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같은 노력을 했을 때에 더 뛰어난 성과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체육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잘하기 위해서, 혹은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조건이 좋은 사람만 운동선수가 돼야 하는 것인가? 테니스 메이저대회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에 4강에 오르며 대한민국 테니스역사를 바꾸고 있는 정현은 신체적 조건이 뛰어났고, 노력을 했기 때문에 뛰어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상대방이 쳐내는 공을 되받아쳐 승리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시속 200km 가까이 되는 상대방의 공이 어디로 날아오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테니스 선수에게는 상하체뿐만 아니라 시력 또한 그들의 필수능력으로 분류된다.

 

  정현은 테니스 선수에게 치명적인 약시를 6살 때 판정받았었다. 책보다는 눈에 좋은 녹색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권유로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았다.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 테니스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비수술적 치료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남들보다 불리한 시력조건을 가진 터라 더욱 더 집중해서 보는 습관이 저절로 생겼다. 그로인해 남들보다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동체시력이 그의 활약비결이라고만 말한다면 그가 약시라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간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스노보드 종목 3관왕(2006 토리노, 2010 벤쿠버, 2018 평창)의 금자탑을 쌓으며 스노보드 역사를 새로 쓴 숀 로저 화이트는 정현처럼 선천적인 약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출처-Los Angeles Times)

 

  그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심장과 대동맥에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팔로 4징증(Tetralogy of Fallot) 때문에 첫돌이 지나기도 전에 대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가까스로 건강을 얻은 아들에게 운동을 통해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로 결심했고, 그것이 그가 스노보드를 처음 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정현과 숀 화이트의 공통점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자신들이 엄청난 업적을 쌓고 있는 체육에 입문했다는 것이다. 위 두 선수뿐만 아니라 두 번의 올림픽(1988 서울, 1992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을 딴 시각장애 수영 선수 더르니 터마시(Darnyi Tamás), 1984 LA올림픽 육상 800m 금메달리스트이자 오른쪽 다리가 2cm 짧은 장애를 가진 조아큄 크루즈(Joaquim Cruz) 등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했다.

 

  그들은 체육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말과 더불어 잘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에 누구보다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신체조건이 뛰어난 아이들에게 체육을 권유하며, 엘리트 체육인 코스를 밟게 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신체조건이 뛰어나지 않은 운동선수 희망자 중 금세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만두는 사례 또한 있다. 물론, 신체조건이 뛰어나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조건이 안 맞는다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꿈을 접는다면 위에 소개된 선수들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조건으로 인해 절망하지 않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한다면 위 선수들과 같이 기억되며 자신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그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