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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운동선수의 '강심장'은 만들어진다

운동선수의 '강심장'은 만들어진다


글 / 김예은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 심리학)


 (출처 : proconnectsports.net)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100m 달리기 시험을 치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가장 떨리는 순간은 바로 출발선상에 섰을 때였다. 출발선 바로 앞에 발끝을 두고, 상체를 앞으로 최대한 숙이고, 당장이라도 앞으로 쓰러질 듯한 자세를 취했다. 체육 선생님의 호각소리를 울릴 때까지 그야말로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다들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실상은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었지만 말이다.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고, 손과 발에 땀이 났다.

 

 창시절에 100m 달리기 시험 등에서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1, 1, 심지어 1000분의 1초를 경쟁해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긴장, 불안 등의 심리적인 문제는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경험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엘리트 선수들은 중요 경기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느낄 것이다. 중요 고비에서 엘리트 선수들이 어떻게 멘탈관리를 해나가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준결승전에서 팀 킴(Team Kim)은 일본과의 연장전에서 김은정 스킵의 마지막 버튼 드로우 샷으로 극적으로 결승 진출행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장반석 TV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심리상태와 관련해 김은정 이 자기 전에 자신이 마지막 버튼 드로우로 승리하는 모습을 항상 상상하는 주문을 외웠다고 하였다. 김은정은 준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 스톤을 던진 심정에 대해 내가 이걸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샷을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은 멘탈이 원래 강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과 체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과 관리가 필요하다. 선수의 인체와 생리적 효용성을 다루는 스포츠운동학, 스포츠생리학에 이어 스포츠 심리학이 스포츠학계에서 중요한 분야로 각광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포츠심리학은 스포츠 현장에서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선수들이 심리적인 기술을 운동 기술과 연계하여 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최상의 수행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멘탈 코치’, ‘스포츠심리상담사의 역할과 책임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운동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체력 훈련이나 기술 훈련 못지않게 멘탈 훈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선수들은 대개 멘탈 훈련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는 원래 멘탈이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멘탈능력도 꾸준히 관리하면 향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선수들은 기존의 고정된 사고와 생각을 버리고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TV에서 중계되는 장면을 보면 선수들 다음으로 감독이나 코치들의 모습을 많이 비춘다. 코칭스태프들이 위기의 순간이나, 결정적인 고비에서 선수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경기에서 선수들이 다양한 목표를 갖고 멘탈관리를 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전문가는 물론 관중들에게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