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심층취재>이원록 격투기 장내아나운서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은 경기장의 심장소리 입니다

- 이원록 격투기 장내 아나운서 -

 

 

 

싸울 준비가 됐나요!(Let’s Get Ready to Rumble!)”

 

프로복싱에 관심이 많은 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멘트이다. 이 멘트는 프로복싱 링 아나운서인 마이클 버퍼(Michael Buffer)의 멘트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어수선한 장내 분위기도 그의 전매특허인 이 멘트가 작렬하면, 장내는 이내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후끈 달아오른다.

 

UFC에 익숙한 팬이라면 때가 됐다!(It’s Time)!”는 멘트가 더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복형제인 브루스 버퍼(Bruce Buffer)UFC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화끈한 어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원록 장내아나운서의 선수 소개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 생생한 소개가 가능하다. 더불어 경기의 흐름과 장내 분위기를 파악하여 관객들이 더 즐겁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13년차 장내 아나운서 이원록

현재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대회 ‘TFC’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원록 아나운서는 13년차의 베테랑이다. 그가 말하는 장내아나운서의 역할은 선수와 팬들이 함께 호흡하며 열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매개체는 목소리이다. 그는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은 경기장의 심장 소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인대학교 유도학과를 전공한 체육인으로서 격투기를 직접 수련했으며, 종합격투기 심판으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전문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마음과 조금은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만나 격려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곤 한다.

 

 

이원록 TFC 장내 아나운서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는 처음에는 토종 대한민국 격투기 단체였던 스피릿 MC의 심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스피릿MC 인터리그 대회에서 링 아나운싱첫 기회를 갖게 됐다. 경기 진행을 하면서 을 하는 목소리를 좋게 본 대회 관계자들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당시, 대회에서 비방송용 오프닝 2경기만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당일 링아나운서 중 한 명이 불가피하게 못 오게 되어, 얼떨결에 링에 올라가 생방송 4경기를 진행하게 됐다. 생방송이라 떨리는 마음에 와이셔츠가 다 땀에 젖을 정도로 긴장도 했지만 다행히 큰 실수 없이 진행하여 다음 대회부터 고정으로 활동하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진짜 놀라운 시간이야! (It’s real surprise time!)”

이원록 장내 아나운서는 자신만의 고유 멘트가 있다. “It’s real surprise time”이라는 멘트에는 그의 많은 고민이 담겨있다.

그가 처음 장내 아나운싱을 했을 당시, 관중들과 선수들이 조금 더 함께 끓어오르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고, 그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가장 큰 고민은 한국어로는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고민을 한 지 몇 차례, 대회 홍보 영상을 보고 진짜 격투기에서의 ‘Real’, ‘놀라운 광경이라는 ‘Surprise’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날 밤, 한국어와 영어로 된 다양한 멘트를 앞에 적어두고 고민했다. 그리고 수백 번의 고민 끝에 “It’s real surprise time”라는 멘트가 탄생했다.

장충체육관에서 처음 이 멘트를 외쳤을 때를 회상하며, 이원록 장내 아나운서는 처음엔 관중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되었다. 정적인 소개에 익숙해 있던 팬들의 반응은 예상과 같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경기를 거듭할 때마다 이제는 관중들이 함께 함성으로 호응해주신다. 항상 그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목소리만큼 중요한 격투기 사랑

 

아나운서에게 목소리, 발음, 발성은 중요하다. 이원록 장내 아나운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아나운서가 아니다보니 목소리, 발음, 발성 등은 다른 아나운서들에 비해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말했다. 부족한 점은 국악 무형문화재 교수님, 뮤지컬 감독님에게 배운 단전호흡과 발성법 등을 연습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격투기 장내 아나운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합격투기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전반적인 격투계의 흐름과 소식들에 늘 관심을 갖고, 선수들과 함께 교감하며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며 아나운서의 꿈을 가진 이들을 응원했다.

 

경기 전 이원록 장내 아나운서

 

인터뷰

- 경기 전, 선수들의 닉네임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혹은 기억에 남는 별명이 있나요?

 

선수소개를 할 때 많은 수식어들을 통한 표현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간결하면서도 선수의 이미지를 표현할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닉네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합니다. 또한, 닉네임에는 그 선수를 표현하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평소 생각날 때마다 적어 놓은 목록으로 닉네임을 통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경기 전 연락하여 의견교환을 합니다.

 

최근에 지은 김동현B 선수의 마에스트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닉네임입니다. 10년 전, 스피릿MC의 김동현B 선수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기력과 기술적인 면에서 눈에 띄는 신인이었습니다. 군 제대 후, 복귀하여 작동이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김동현B 선수에게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에 몇 가지를 만들어 놓고 있었는데, 지난 라이트급 강정민 선수와 경기를 앞두고 추천한 닉네임 중에 마에스트로를 선택하며, “이건 챔피언이 꼭 되어야 어울리니 무조건 챔피언 되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멋지게 경기를 지휘하면서 챔피언이 되었고 이제 세계속의 격투 마에스트로가 되어가고 있죠.

 

 

 

- 그동안의 격투기 장내 아나운서를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나요?

 

TFC 전주 대회로 기억합니다. ‘전주사나이한성화와 크루세이더최영광의 경기였는데, 대회전부터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경기라 선수소개 전부터 현장의 열기가 엄청 났습니다. 거기서 그만 두 선수의 소속팀을 바꿔 불러 버렸습니다. 각 소속 체육관의 응원단들이 엄청 왔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두 선수의 경기는 격투기 역사의 한 페이지로 회자될 만큼 멋진 경기로 마무리되어 제 실수는 은근슬쩍 묻혔지만 저는 대회가 끝나고 난 후 올라오는 길 내내 미안함에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바로 소속팀 대표들과 두 선수에게 연락하여 미안함을 전했고, 괜찮다고 해주었지만 그때 방송을 다시 보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 링아나운서로 활동하시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얻은 것이라면 제가 좋아하는 격투기를 대회 때마다 제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행복이죠(하하). 그리고 긴 세월동안 격투기 관련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이라면 역시 사람일 것 같습니다. 저는 링아나운서 활동을 하면서 물질적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일한 적은 없습니다. 저 역시 선수들이 하는 훈련의 고됨과 인내의 어려움을 아는지라 우리 선수들을 존중하고 있으며, 그런 선수들과 좀 더 가까이에서 교감하고자 애썼습니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져야하는 승부에서 축하와 환호가 쏟아지는 링 위의 승자가 있다면, 락커룸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신 사나이의 눈물이 있죠. 그들을 보며 저 또한 인생의 의미를 배워간다고 할까요?

 

또한, 대한민국 격투기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TFC 대표님들의 열정과 대회 때마다 함께 고생하는 모든 스텝들, 그리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격투 전문 기자분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회를 후원해주시는 후원사분들 모두 감사한 분들이죠. 결국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 기쁨도 얻고 상처도 받지만 그 치유 또한 사람을 통해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의 링아나운서 활동을 통하여 멋지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감할 수 있었던 것이 제가 얻은 것 중에서는 가장 감사한일 일 것 같네요.

 

- TFC를 모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은 열악한 우리나라 격투기계의 환경 속에서 ‘TFC’는 격투기 선수들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대회를 추구하며 한발 한발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직 선수들의 꿈을 위해 헌신하는 대회사 대표들의 열정과 12역을 마다않고 뛰는 스텝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맺혀 결실을 맺는 대회가 바로 TFC입니다.

 

덧붙여, TFC 대회가 펼쳐지는 경기장은 에너지 발전소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경기장을 찾은 선수, 관중, , 스텝 모두 에너지를 100% 소진하고 또 거기서 120%를 재충전해서 돌아오게 되는 곳이니까요. 저도 마지막 샤우팅이 끝나면 셔츠가 다 땀에 젖을 정도로 기를 소진하지만 또 좋은 사람들의 기를 느끼며 120% 재충전해서 돌아옵니다.

 

본업인 대학의 교직원으로서 근무하면서도 꿈을 가진 젊은 선수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꿈과 희망, 도전 등을 주제로 한 소통은 많은 도움이 되곤 합니다. 격투기 장내 아나운서 활동은 제가 가장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자 제 맘속의 자아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입니다.

 

- 아직까지 격투기 장내 아나운서는 본업으로 삼기에는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 또한, 본직은 대학의 교직원으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격투기 시장의 현실 속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본업으로 삼기에는 연간 대회의 개최 수나 대회사의 운영상의 현실적인 부분, 제도권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장내 아나운서뿐만이 아니라, 심판진 및 대부분의 격투기 대회 스텝들이 마찬가지 일 겁니다.

 

저는 현재 격투기 분야에서 전문 장내 아나운서로만 활동하며 만족하고 있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아나운싱으로 팬들의 호응을 얻고 대회장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아나운싱을 개발해 나간다면 꼭 격투기 아나운서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방송인이자 장내아나운서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넓혀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끝으로 본인에게 멋진 소개를 받고 싶은 선수들이나 미래의 챔피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가끔씩 중요한 일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한 글입니다.

“Live your life to the fullest potential, and fight for your dreams and your dreams will fight for you!”

 

너의 인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꿈을 위해 싸워라. 그러면 꿈도 너를 위해 싸워줄 것이다!”

 

“The moment you step into the cage, be ready for your glorious moment you will face. Because you deserve it !”

니가 케이지에 발을 딧는 순간, 너에게 다가올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대해라. 왜냐면 넌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

으니까!”

 

이러한 동기 부여의 뜻을 함축하여 표현하고자 외치는 것이 바로 제가 선수들과 팬들을 향해 외치는 “It’s real surprise tim

e”입니다. 누구나 이런 간절함으로 진정성 있게 훈련한다면 누구나 챔피언의 꿈에 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격투시장으로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대한민국 종합격투기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며, 경기장에 오셔서 현장에서 느끼는 생동감과 아드레날린을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하여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항상 우리 대한민국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거짓 없는 순수한 열정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