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수원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속성 중에서 경쟁성은 경기의 기술을 더 높여주고 관람자들의 흥미를
북돋우어 준다. 경기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현대 스포츠의 발전을 주도해왔던 매스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스포츠 경기의 결과들은
기록으로 보존되고 있다. 스포츠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첨가물로서의 징크스 담론은 경쟁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기록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대중매체 중에서도 언론매체는 징크스 담론을
만들어 내어 유포한다.
그러면 스포츠에서 통용되고 있는 징크스(jinx)란 무엇인가? 징크스(jinx)는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魔術)에 쓰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잡이(jynx torquilla)라는 새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종교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면 징크스는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환경이 너무나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자기적응을 높이기 위해서 우연히 접하게 되는 특정 사건이나 대상들을
자신의 행복 · 불행의 경험과 연관시켜서 부적(符籍)으로 삼게 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적인 일을 언급할 때 쓰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운동선수나 기사(棋士)와 같이 승부를 겨루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징크스가 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승부에 집착하게 되는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스포츠에서의 승부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징크스가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있고 선수들 또한 그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본래 징크스는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도 있다. 당사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리 작용할 수 있으나 신문기사나 방송을 통해 묘사되는 스포츠
상황에서의 징크스는 대개 부정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있어서 징크스는 극복해야
할 필요악이고,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어려운 미신과도 같은 것이다. 사소하게 넘어갈 수도 있으나
그러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그 원인과 대책 마련에 있어 선수나 코치들이 적지 않게 신경을 쓰게
되는 불안한 심리적 산물이기에 운동수행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사실이다.
스포츠 상황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징크스의 사례들을 일간신문의 기사를 중심으로 분석한
이창섭· 남상우(2007)의 연구는 4가지 즉, 천적으로서의 징크스, 주술로서의 징크스, 좌절로서의
징크스, 그리고 운으로서의 징크스로 범주화시켰다. 여기서 천적 징크스는 특정 상대와 관련한
것으로 어떤 선수나 팀이 특정 상대나 팀을 만나면 꼭 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또 주술로서의
징크스란 초자연적인 존재나 힘을 빌려 운을 좋게 하는 일종의 미신과도 같은 것으로 선수자신이
운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소지하거나 긴장을 해소시키고 자신감을 부여해준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시합 전 날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 라든지 새 팀에 입단한 선수들이
첫해에 잘 하다가 그 다음해에 죽을 쑤는 현상인 ‘2년차 징크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좌절로서의 징크스란 어떠한 계획이나 일 따위가 도중에 실패로 돌아감으로 인해 마음이나
기운이 꺾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승이나 결승 진출을 계획했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운으로서의 징크스는 말 그대로 운발이다. 스포츠경기에서 실력뿐만 아니라 운이 경기결과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다. 물론 운으로서의 징크스 담론에는 행운과 불운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나
행운으로서의 징크스는 스포츠 매체에서 잘 보도되지 않고 주로 징크스 본래가 의미하는 불길한
징후의 부정적 담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상 징크스, 골대 징크스, 자책골 징크스 등이 그러한 예가 된다.
이러한 사례들이 징크스라 불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반복성을 전제로 하고 그에 따른 기록성 또한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한 동안 되풀이되어온 전례가 있어 이 경우는 이렇게 되더라는 지속적인
결과가 있을 때 주변에서, 특히 매체는 허위의식으로서 징크스를 조장하게 된다. 매체가 조장하여
유포시키는 스포츠에서의 이러한 징크스들은 관중이나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시청률을
높여주는데 크게 일조하기 때문에 남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태환이 2009년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 400M에서 예선 탈락한 결과를 두고 일간스포츠와
몇몇 언론들은 박태환 또 울린 ‘야외수영장 징크스’ 라는 기사에서 “박태환은 유독 야외 수영장
에서 약한 면을 보여 야외 수영장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부터
야외 수영장과의 악연이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도 야외수영장에서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했습니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징크스는 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 고 극복 의지를 보였다.
모든 경기에서의 승패는 원인이 있고, 특히 잘못된 게임의 결과에서는 내용이나 전술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잘못되어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분석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징크스 담론으로 미화시킨다면 결과에 대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것이다. 경기결과에
따른 이런 통계가 있으니 이런 징크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것 인데도 징크스의 의미를
망각해버리고 자기 자신이 초래한 결과를 합리화하고 책임 회피시키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개인이나 팀의 발전을 저해할 수 밖 에 없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는 예상되는 결과를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경주할 때 징크스는 깨어질 수 있고 징크스 자체가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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