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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대통령은 챔피언을 왜 좋아하는가?

 

 

글 / 김학수

 

 

출처 :  Obama White House Archives

 

 

 

 

  세계 어느 대통령이건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로 국민과의 소통을 잘 하는 것을 꼽는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국민들의 의견과 비판을 직접 들을 수 있고, 이를 대통령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민과의 만남이 대통령 동정의 최우선 순위로 여겨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스포츠 스타나 우승팀을 초청, 성대한 환영식을 갖는 것도 국민들에게 자신의 대중적인 존재감을 알리는 홍보 방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성공한 미국에서 대통령이 집무실인 백악관에서 스포츠팀과 공식 만남의 행사를 갖는 것은 매우 오랜된 전통이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5년 8월30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브루클린 애틀랜틱스와 워싱턴 내셔널 아마추어 야구팀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존슨의 뒤를 이은 율리시스 그란트 대통령은 1869년 첫 프로야구팀인 신시내티 레드 스토킹스를 초대팀으로 불렀다. 첫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1924년 워싱턴 시네이터로 우승 다음 해인 1925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초청에 의해서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1월 NBA 우승팀 보스턴 셀틱스를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1976년 4월 NCAA 남자농구 우승팀인 인디애나 대학팀을 처음으로 초청했으며,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80년 2월 슈퍼볼 우승팀으로는 처음으로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월드시리즈 우승팀 피츠버그 파이어러츠를 동시에 초청하는 행사를 가졌다.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 프로스포츠 우승팀을 정규 백악관 이벤트로 만들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7년 2월 뉴욕 자이언츠의 라인배커 해리 카슨으로부터 쿨러에 담은 팝콘을  건네받아 그 유명한 게토레이 (Gatorade) 행사를 연상케했다. 다음 해 슈퍼볼 우승팀 워싱턴의 와이드리시버 리키 샌더스에게 레이건 대통령은 패스하는 모션을 보여주기도했다. 1991년 6월 조지 부시 대통령은 NHL 우승팀 피츠버그 펭긴스를 처음으로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뒤늦게 백악관의 초청을 받은 팀들도 있었다. 1985년 NFL 우승팀 시카고 베어스는 2011년 10월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1986년 2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사고로 백악관 행사가 취소됐던 시카고 베어스는 '시카고 명예시민'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 배려로 때늦은 행사를 갖게됐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만큼 시카고 베어스팀에게 백악관을 방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백악관 방문행사는 운동선수가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고 말했다.


  매년  수많은 프로 우승팀, 전국대회 우승팀과 주요 대학팀들이 백악관을 방문한다. 최근 퇴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만든 NCAA 남녀 우승팀 방문행사의 전통을 계속 이어 나갔다. 많은 팀들은 워싱턴을 방문할 때 지역봉사 활동을 같이 하기도 한다.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는 워싱턴 지역 고교팀에 미식축구 장비를 제공했고,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부상군인들과의 만남행사를 가졌다. 미국여자축구팀은 청소년 건강 클리닉을 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던 프랭크 베네네티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챔피언팀들이 백악관을 방문할 때, 대통령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한 그들의 공로를 축하한다"며 "대통령의 바쁜 일정 속에서 경기장 안팎에서 국민적 화합을 이끄는데 기여한 챔피언팀들을 축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스포츠팀의 백악관 방문행사에 개인적인 이유나, 대통령과 정치적인 견해를 달리하는 선수들이 불참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지난 19일 올 슈퍼볼 우승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MVP 톰 브래디를 비롯 대니 아맨도라 등 간판 스타들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한 백악관 방문행사에 빠져 논란을 빚었다. 쿼터백 톰 브래디는 가족문제를 이유로 들어 불참했으며, 아맨도라는 장례식 참가로 인해 참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도 1991년 시카고 불스를 처음으로 NBA 우승으로 이끈 뒤 팀과 함께 백악관에 초대받았으나 골프를 즐기느랴 불참하기도 했다.


  대개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하지만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백악관 행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NHL 보스턴 브루인스 골리 팀 토마스는 2012년 1월 스탠리컵 우승 후 백악관 초대 행사를 거부하면서 "연방정부가 인권, 자유, 시민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이것은 정치나 당의 문제가 아니다. 내 의견으로는 양당 뿐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2013년 슈퍼볼 우승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하바드대학출신 센터 매트 버크는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된 부모에 대한 복지정책의 지지를 거부하면서 백악관 행사에 불참했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스포츠팀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의 청와대 방문행사를 갖는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등에서 국위를 선양한 대표선수들이나 특별한 활동을 한 프로스포츠 스타들을 청와대로 초청, 격려행사를 벌인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초청 행사를 청와대에서 가졌다. 이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의 원인제공을 했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가 승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참석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행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숨은 조력자 최순실의 관계가 드러난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스포츠인들의 만남은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고 이견과 비판을 허용하는 민주적인 장치로서 국민들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닌, 진솔하게 다가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