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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바르셀로나 라마시아, 축구 지존으로 가는 길.

 

 

글 / 김학수

 

 

 

  2017 FIFA U-20 월드컵 대회 개막을 며칠 앞두고 모 대학교 체육관련과목 수업 때 축구선수인 한 학생에게 스페인의 세계적인 명문구단 바르셀로나에서 활동중인 이승우, 백승호 선수가 국내 선수와 어떤 점이 다르냐?”라고 물었다. 학생은 화려한 개인기와 폭발적인 돌파력, 높은 골결정력으로 상대 선수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있게 경기를 풀어가는 담대한 모습이 인상적이다라며 만약 두 선수가 국내서 선수생활을 계속했다면 지금과 같은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코치의 철저한 통제하에 훈련과 실제 경기를 해야하는 국내 환경에서는 개성이 강한 이승우, 백승호가 나오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2017 U-20 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에서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하는 백승호(오)선수와 축하해주는 이승우(왼)선수 (출처 : KFA)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와의 예선전에서 이승우는 역동적이고 빠른 돌파력과 개인기를 보여주었다. 하프라인부터 치고 들어가 수비수 4명과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 백승호는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골키퍼와 반대방향으로 차넣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심리전술에 강한 일면을 과시했다. 백승호는 페널티골을 기록한 뒤 양 손가락으로 네모 모양을 그리는 멋진 골 세리모니를 했는데, 이는 조 추첨식에서 아르헨티나가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것을 기뻐했던 마라도나를 상대로 마치 그거 뽑고 좋았죠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한국축구에서 둘은 많은 무리 속에서 고고한 빛을 발하는 군계일학과 같은 존재이다. 둘은 예전 한국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펼쳤다. 공이 발에 붙어 다니는 듯한 드리블과 거친 야생마처럼 몰아붙이는 스피드를 구사하는 둘의 모습을 보노라면 마라도나와 메시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한국 선수 같지 않다는 말을 팬들로부터 듣는 것은 한국축구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둘이 국내 한국선수들과 다른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일찍이 명문 바르셀로나에 입단해 부모님의 강력한 관심 속에 기본기를 착실히 배우며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승우의 아버지는 안양의 유소년클럽에서 형을 따라 축구를 배워 두각을 나타내던 그를 포천에 있는 김희태 축구학교, 홍명보 감독이 운영하는 수원 FCMB로 보내 축구를 가르쳤다. 이승우는 열 세 살이던 2011년부터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익혔다. 2009년 초등학교 시절 18경기에서 30골을 넣으며 차범근 축구대상을 수상하는 등 빼어난 유망주로 일찍이 재능을 발휘한 백승호는 2010년 수원 삼성 유소년팀인 매탄중에서 잠시 뛰다가 바로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으로 이적했다. 백승호의 아버지 백일영 연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필자와 ROTC 동기로 훈련이 세기로 유명한 특전사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백승호는 테니스 선수출신인 아버지의 운동소질과 어머니의 자상한 뒷받침으로 부모의 DNA를 잘 이어나가는 유망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육성시스템은 둘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라 마시아(La Masia· 스페인어로 농장이라는 뜻)라고 불리는 육성시스템은 선수 이전에 사람이 되야한다는 원칙을 갖고 인성과 자기개발을 위한 교육에 주력하면서 축구는 하루 1시간 반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야 창의적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실천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유망주 시절부터 즐겁게 축구를 익히게 하면서 드리블, 패스, 트래핑 등 기본적인 기술을 터득토록 한다. 패스 위주의 정교한 스페인 축구 티카티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의미)’를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들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의 축구환경처럼 코치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체력적으로 강한 면을 요구하는 것과는 아주 비교된다.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퓨욜 등 축구 레전드들이 바르셀로나의 장기간에 걸친 집중 교육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일찍이 유망주로 발탁된 선수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철저한 훈련시스템에 의해 관리되며 자신들의 기본 소질 뿐 아니라 숨은 재능까지 찾아내 슈퍼 선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하고, 이기는데 필요한 기술과 전술을 배우는 한국 축구의 교육 생태계와 개성을 존중하며 가치있는 축구선수를 키우는 바르셀로나 육성시스템에서 두 나라의 축구 실력차만큼 축구 문화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다양한 규율속에서 축구 재능을 향상시키는 이승우와 백승호가 메시에 못지않은 세계 축구의 지존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